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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13. 2020

버티며 쓰다.

아들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최대한 힘을 빼고, 몇 줄 안돼도 하고 싶은 말이 충분히 담긴. 힘이 들어가 뻑뻑한 제 글을 볼 때, 때론 오징어가 가진 얄팍한 척추 조자 없는 제 글을 볼 때 창피함이 몰려옵니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겨우 풀어 꼬불꼬불한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써도 될까를 생각하면서도 글을 올리는 이유는 멈추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려서는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이후로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멈춘다면 전 다시 고등학교 이후로 돌아가 평생을 못쓸 것만 같아,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걸 올해 7월에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글이 막 쓰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sns를 하지 않고 모아둔 글도 없어서 새벽 두 시에 급하게 쓴 세 가지 글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없던 차에. 할 줄 아는 것도 없던 차에. 하지만 뭔가 정성을 쏟을 만한 게 필요하던 차에. 기뻤습니다. 아주 많이. 나도 뭔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급하게 올렸습니다. 하루에 한 명이 와줄지도 한 명도 안와 줄지도 모르지만 빈집에 손님을 모실 수는 없었습니다. 누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글을 적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주 번번이 막막해졌습니다.  종종 오늘은 쓸 수 있을 것처럼 의욕이 앞서다가도 내일이 되면 죽어도 못할 것 같기를 반복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럴수록 비교를 거듭하고, 부러움만 키워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글이라는 게 저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들의 일기는 그런 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즐거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감정에 가감이 없습니다. 솔직하고, 그대로를 표현합니다. 부풀리지도, 바람을 빼지도 않습니다. 느끼는 게 풍부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알아버린 탓일까요. 너무 많이 굳어버린 탓일까요. 저는 솔직하기도 너무 어렵고, 있는 그대로를 쓰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있습니다. 제가 버티기는 그런대로 좀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쓰다 보면 아들처럼 힘 빼고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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