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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21. 2020

상상

부끄럽지만


하루 종일 상상했었어

혹시나 서울국제도서전에 당선될까 하고.

하루 종일 브런치에 들락날락하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었어

딩동 하고 울리는 브런치 벨소리는 먼발치에서도

너무 또렷하게 들렸어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휴대폰을 집어들었어

그러다 아이가 자기 소리 안 들리냐며 버럭 화내는 소리를 들었

당연히 안 되는 게 맞지 하다가도 혹시나 만의 하나 라도 희망고문을 했어

다섯 시 십오 분

브런치 팀이 퇴근할 때까지 딱 6시까지만 더 상상해야지

아참 그런데 혹시 브런치팀 8 to 5 는 아니겠지?^^;;;


휴대폰은 던져두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걸레를 빨러갔어

모름지기 빨래란 마음이 복닥 복닥 할 때 해야 제맛이라.

오늘따라 우리 강아지 태로가 하필 패드를 걸치고 오줌을 싸는 바람에

오줌이 밖으로 흘러나온 거야

태로가 빨래를 만들어줘서 감사한 날이야

강아지 오줌 묻은 걸레를 걸레가 될 때까지 야무지게 빨았어

욕실에선 칠벅칠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틀어놓은 물소리가 또 철철철 철딱서니 없게 울리는데

던져놓은 휴대폰만 묵묵부답이었어


상상한 나도, 내가 부끄러워지려 했어

다섯 시 오십팔 분

띵동 "브런치에서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앗싸!!! 감사합니다^^

엥? 난 두 개를 응모했는데 뭐가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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