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보다 조금 더 긴 조금 더 굵은 몸으로
나보다 조금 더 짧은 조금 더 얇은 너에게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계속 힘주어 말하면서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고 뻐기고 싶었지.
나무에 달린 단감이 정말 맛있겠다는 널 위해
밤새 사다리 세워 단감을 따내곤
니 머리맡에 가져다 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화들짝 놀라는 널 보며
역시 내가 이 정도야 하고 말하려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단감은 좀 더 익어야 맛있는데 하는 널 보며
하나 남은 단감이었는데 하는 널 보며
일부러 안따고 더 여물길 기다렸다는 표정에
난 배은망덕하다 생각도 마다 안 했지
밤새 사다리를 세운 나는 뭐냐고
내 수고를 넌 왜 몰라주냐고
누가 해 달랬냐고 물으면 할 말도 없으면서
오만인 줄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가.
오만한걸 배려로 포장한 바보 멍청이가.
하지만 정말로 몰랐다고 구차한 변명 따위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지
이제와 오만을 속죄라도 해야 하는 건지.
나 아니면 안 되는 거 아니었냐고 말하려니
이 세상에 나 아니어도 될 것이 온 천지 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