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리해?

by 지은

초3 아들이 욕조 목욕을 같이 하고 싶을 때 나에게 묻는다.


"엄마, 생리해?"


내가 생리를 안 하는 날은 아들과 함께 욕조에 기분이 좋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유칼립투스나 라벤더 같은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욕실 불을 약간 어두운 주광색으로 바꾸고 탕 목욕을 한다.

기분 좋을 정도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내 몸에 오소소 소름을 일으킨다. 그걸 아들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해오던 터라 아들도 뜨거운 탕 목욕을 즐긴다. 어린아이들은 참기 힘든 찜질방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들은 다섯 살이 되기 전부터 좋아했었다. 보통 아이들은 숨이 막힌다며 찜질방 밖에서 놀기를 좋아하지만 아들은 항상 소금방이며 황토 방이며 우리 부부와 함께 했다.


나와 아이가 탕 욕을 할 때면 아이는 아빠에게 배운대로 나를 뜨거운 탕 속에 편히 앉히고 양 손에 비누거품을 충분히 낸 후 내 어깨에 손바닥을 동글게 동글게 굴려가며 몽글몽글 하얀 거품칠을 해준다. 거품이 충분하다 싶을 때 아들은 그 작은 손으로 어깨를 주물러 주는데 차마 눈뜨고는 받을 수 없는 마사지다. 그만큼 눈이 스르륵 감기고 온 몸의, 온 마음의 빗장이 다 풀어헤쳐질 정도로 아들의 작은 두 손은 부드러운 힘이 있고, 포근하고, 사랑스러웠다.


"엄마, 내가 마사지해줄게 편하게 앉아봐. 축구 갔다 와서 아빠랑 목욕할 때 아빠가 해주는 마사진데, 진짜 이거 한번 받으면 너무 좋아서. 엄마도 아마 홀딱 반할걸."


내게 처음으로 마사지를 해주던 날 아들이 말했다. 아들이 축구하느라 뭉친 근육들을 아빠의 방식대로 풀어준 것이 아들은 홀딱 반했다 할 만큼 좋았나 보다. 아들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내게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서로의 등을 문지르면서 서로를 흐느적거리게 만든다. 서로가 사랑을 전하기엔 어떤 속삭임 보다도 전달이 확실하게 되는 부분이다.


우리 가족은 겨울이면 자주 화성의 온천텔을 찾았다. 가족 단위로 찾는 모텔인 샘인데 물이 온천수라 온천욕을 즐기며 준비해 간 간식 아빠와 아들은 구운 계란, 과자 또는 문어발 귤이나 과일약간 식혜를 먹고 나는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며 큰 욕조에서 셋이 거품 놀이도 하고 그야말로 온몸이 축 처지고 볼이 빨갛게 익을 때까지 온천욕을 즐긴다. 덤으로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보들보들해져서 서로 뺨도 비비고 마음도 비비적대며 세 시간을 알차게 놀다 보면 따뜻한 물놀이 후의 노곤함이 몰려 오지만 그 상태로 나와서 맞는 차디찬 겨울바람은 시린 상쾌함과 뻥 뚫린 시원함을 가져다준다.


코로나 19로 당분간 온천텔을 가긴 힘들어졌지만 집에 있는 작은 욕조에 기분 좋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노곤해 지기 딱 좋을 정도의 불빛을 켜고 아들은 물었다.


"엄마, 생리해?"


초 3인 아들과 언제까지 탕 목욕을 즐길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너무도 아쉬워 올겨울 주야장천 아들과 탕 욕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육아의 시간은 흘러간다. 엄청난 아쉬움을 뚝뚝 떨어뜨리며 멈출 수 없는 성장을 하며, 정지할 수 없는 생각들을 흘려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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