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대 5봉오리 K작가이야기18

내가 간 영화과는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굉장히 엄격했다

by 지크피디 ByJIKPD

K작가이야기18

내가 간 영화과는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굉장히 엄격했다.

신입생 환영회,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면 선배들의 눈이 매섭게 느껴졌고 실제로 그랬다.

선배들은 마치 불량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가려내는 감별사들처럼 우리를 쳐다본다.

뭐 하나 밉보이면 3월 중순, MT 때 까지 찍히게 되고 MT에서는 제물이 된다.

나는 술자리가 끝날 때 까지 모든면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잔뜩 긴장했고,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신입생환영회 자리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선배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빨리 외워야 하는데, 나는 그런 면에서 약하다.

동기들은 잘 외우는 것 같은데, 나는 선배들의 얼굴을 도저히 파악 할 수가 없었다.

얼굴을 모르니 캠퍼스 내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할 수가 없었고 그게 선배들의 레이저에 포착되었다. 나는 한순간에 인사 안하는 싸가지로 낙인 찍혀버렸다.

‘이번 MT 대면식 때 너 찍혔다던데..’

하는 동기들의 걱정 섞인 말이 들려왔다.

얼굴 못 외운게 죈가! 억울했지만, 억울해 할 시간 따윈 없었다.

빨리 나의 이미지를 회복해야했다. 나는 싸가지 없는 후배가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MT 장기자랑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선배들을 웃기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내가 연습을 하는 이유는 오직 선배들에게 잘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선배들이 무서웠다.

드디어 대망의 MT날, 장기자랑시간.

나는 웃긴 춤사위로 분위기를 끌러올렸고 날 안좋게보던 선배들도 나의 공연(?)을 매우 좋아라했다. 나에게 호의적인 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대면식도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다만 대면식 때 조금 창피했던건, 선배들 마다

‘아까 췄던 춤 다시춰봐.’

라고 주문하는 것이였다. 선배들에게 예의와 약간의(?) 기합을 배우는,

매우 얼음장같은 자리에서 그 웃긴 춤을 다시 추라니...

동기들은 차마 웃지도 못하고 딱딱한 박수만 쳐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도 창피하지만 가끔 그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돌아가더라도 다시 그 춤은 못 출 것 같다.

그때는 정말 선배들이 무서워서 춘거 였기 때문에..



대학에와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술 하나는 참 빠르게 느는 구나.’

내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동안 무엇을 한건지. 무얼 배운건지.

무얼 얻고자 이곳에 왔었는지.

모든 것들이 두루뭉술해지고 모호해지는 순간이온다.

나에게는 2학년 때 쯤이 그 시기였다.

갑자기 모든 것이 재미없고,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갑자기 무서워지고

막막해 지기 시작한다. 마치 제 2의 사춘기가 온듯한 기분.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휴학을 생각해 본다.

부모님에게도 말해보고, 동기들에게도 고민을 털어놓는다.

웃긴건.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각각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모두 휴학이란다.

잠시 쉬고 여행을 갖다오겠다는 친구.

알바를 하며 돈이라도 모으겠다는 친구.

이 전공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친구.

아무 생각없는 친구.

기간도 그 기간동안 채울 알멩이도 다 다르지만, 아무튼 껍데기는 휴학이란다.

휴학이라는 것은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도피처가 된다.

그곳에 가면 오히려 더 불안할 수도 있고, 정말로 마음의 안정감을 찾아서 돌아올 수도 있다.

종이 한 장만 휘갈기면 할 수 있다.

학기 말, 동기 들 중 절반이 힘들다며 휴학을 하겠노라 선언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난 다음학기. 90%가 학교에 남았다.

휴학을 하겠다는 말은, 정말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힘들다는 투정의 다른 표현이다.

누군가가 휴학을 하고 싶다고 한숨섞인 소리를 하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길 바란다.

“원래 과제는 전날 밤새서 하는 맛이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하곤 하는 말이다.

어느날 고등학생인 내 동생이 물었다.

“왜 과제를 하루 전날 몰아서해? 진작해두면 되잖아.”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다들 그러지 않는가?

“할 일이 많아서 그런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이상하게 전날 하게 된단 말이지..

“몰라, 너도 대학가봐. 그렇게 돼.”

“난 안그럴거야.”

지금 대학생인 내 동생.

꼭 하루 전날 과제를 한다.

“왜 전날 밤새면서 과제하냐?”

“아 몰라.”

“다른 과제가 많아?”

“없는건 아닌데..”

“아닌데.”

“그냥 정신차리고 보면 다음날이 제출날이더라 꼭.”

그래. 나도 그랬다.

대체 우린 왜 그러는 걸까?

미스테리다.


대학 시절 꼭 해보았으면 하는 것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풀어보았다.

내가 해보아서 좋았거나, 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들.


1. 연애

대학시절. 돈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많지 않은 이때. 연애는 꼭 해보길 바란다. 많이 해볼수록 좋을 것 같다.

깊은 연애던, 짧고 가벼운 연애건. 사회에 나왔을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왕이면 같은 대학생을 만날 것을 추천한다.

사회인이 되면 시시콜콜한 것들이 대학생일 적에는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2. 교환학생.

못해본 것이 천추의 한이다. 물론 외국어능력이 어느정도 되야하지만 영어공부를 해서 꼭 해보길 바란다. 공부도 하면서 자연스레 여행도 가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더불어서 영어공부도 꼭 하길바란다.

‘난 영어 필요없는데?’

아니다. 사회에 나와보아라. 필요하다. 꼭 취직에 필요해서 하라는 것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상태에서 하는 여행과, 한마디도 못하고 떠나는 여행은

많이 다르다. 영어를 할 줄 알면, 해회여행을 갔을 때 훈훈한 외국인 남자들이 말을 자주건다.

이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맛보길 바란다.


3. 자취생활

집에서 다니는 친구들은 경험해 볼 일이 없겠지만, 타지역으로 유학온 학생들이라면 기숙사보다는 자취생활을 추천한다. 밥도 혼자 해먹어야하고, 공과금도 내야하고.. 처음 혼자하려면 전기밥솥을 켜는 것도 버벅 대겠지만 이것이 다 소중한 경험이다.

공과금을 내면서 돈의 소중함도 알고 절약하게 되며 (내가 쓴만큼 내는 건데, 공과금은 항상 빼앗기는 기분이다.), 장을 보면서 물가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항상 당연히 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 성장하고

나에게 오는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 엄마의 밥이 특히 그렇다.


4. 학점관리

학점관리는 잘 했으면 좋겠다. 대학은 성적을 가지고 압박하지도 않으며, 출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화를 하는 담임선생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나태해지면 안되는 법.

대학에서의 성적이 취직을 할 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한다고 해서 손해보는 것은 없고. 사회에 나와보면 대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은근히 방대하고 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내 동기들 중 대부분이 ‘학교 다닐 때 수업 열심히들을걸.’ 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리고 학점 잘 받으면 장학금도 받을 수 있으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


5. 미친 듯이 놀기

대학이라는 곳은 아무리 그래도 청춘들이 있는 곳 아닌가.

무조건, 무조건 재미있게 보내길 바란다. 클럽도 많이 가보고, 페스티발도 가보고 술도 많이 마시고, 밤새도록 신나게 놀길 바란다. 졸업하고 일하다보면 체력 떨어져서 그렇게 못 논다.

노는 것도 한 때다.


6. 해외여행

대학시절에 못 해본 것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해외여행을 뽑겠다. 시간도 많고 (사실 방학때 다들 놀잖아. 알고 있어.) 한창 팔팔할 나이에

방학이 되면 집에서 티비보고 뒹굴거리지 말고 해외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돈이 많이 없는거 안다. 하지만 알바 한 두달 하면 100만원은 모으지 않는가? 동남아시아지역은 4박6일이면 한국 돈 30만원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놀다 올 수 있다.

비행기 티켓 값도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30만원선에 갈 수 있다. 유럽이나 남미 북미는 못가도

대학 시절에 동남아시아 여행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시야도 많이 넓어지고, 몸과 마음이 느낄 거리가 굉장히 많다.

다른 문화를 수용하고, 접하면서 사고도 확장되고 무엇보다도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굉장히 흥미롭다. 많은 사람, 많은 문화를 접해보길 권한다.


7. 주저말기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앞 뒤 잴 것 없다. 무조건 해봐라.

이건 따로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무조건 도전해보길 바란다. 나중에 정말 후회한다.


4학년이다.

파릇파릇했던 1학년 신입생들은 이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청년이 되었다.

여자아이들은 보다 성숙해져서 이젠 세미정장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고

남자아이들은 갓 제대하여 더 늠름하고 듬직해졌다.

5월, 날 좋은 날.

단체 졸업사진을 찍고, 개인 학사모 사진을 찍는다.

유치원이후 처음 써보는 학사모.

내 머리위에 책임감을 하나 더 얹어놓은 듯, 조금은 무겁게 느껴진다.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논문을 준비한다.

교수님을 찾아뵙는 날이 많이졌고, 우리끼리모이는 단촐한 술자리가 잦아졌다.

안주거리는

‘졸업하면 뭐하지.’

이다.


전공의 길을 가겠다는 친구도 있고, 다른 길을 가겠다는 친구도 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대학원진학을 생각하는 친구도 있다.

이제 정말로 우리가 갈 길이 정해지는 시점이다. 괜시리 대학4년을 돌아보게된다.

무서웠던 선배들. 재밌었던 체육대회, 피터지게 싸우며 했던 조별과제.

이제 우리는 그 추억들을 기억의 상자속에 하나씩 집어넣을 준비를 한다.

“졸업한 선배들도, 우리처럼 이런 마음이였겠지?”

너무나도 익숙해진 공간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

가끔은 지겹고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막상 졸업이 몇 달 안남으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이 근처 맛집도 다 알고, 무슨 은행이 어디에 있는지, 24시간 하는 카페가 어디있는지.

이 모든 것이 한눈에 훤한데.

모든 것을 알아버리니 떠날 때가 되었다. 벌써부터 아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떠나기가 싫어진다.

그것은 아마 이 공간에 정이 들은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일 것이다.

“에이, 어떻게든 다 먹고 살겠지 뭐.”

우리 술자리의 마무리 멘트는 항상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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