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대 5봉오리 K작가이야기19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by 지크피디 ByJIKPD

K작가이야기19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는 교직이수를 했기 때문에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한달동안 교생실습을 가야했는데

졸업영화는 6월 중순에 찍기로 되어있었다.

심지어 교생실습을 타지로 가는 바람에 4~5월 한달은 영화에 관해서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고는 5월~6월 단 한달이였다.

(단편영화를 준비하기에 한달은 짧은 시간이다.)

그러니, 심적으로 얼마나 조급했겠는가. 나는 교생실습이 끝나자마자 학교로 달려와 영화에 필요한 장소를 구하고, 배우를 구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수정했다. 짧은 시간이였기 때문에 굉장히 정신없이 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에 기말고사 기간까지 겹쳐서 조금 힘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원래 계획했던 날짜에 영화를 찍을 수 있었고, 날씨가 조금 안 도와주긴 했지만, 용캐도 촬영을 끝마쳤다.

하지만 영화는 촬영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점.

그 이후부터 11월 말까지는 후반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매일 같이 후반작업실에서 살았고, 밤을 새는 날이 매우 많았다. 5월부터 11월 까지는 잠을 그렇게 충분히 자는 날이 거의 없었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영화가 완성된 날. 아마 12월 초로 기억한다.

졸업 작품을 마치니 졸업이였다.

약간의 허무함에 실소가 터져나왔지만, 너무나도 열심히 보냈던 6개월이기에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졸업상영회까지 잘 마치면 정말로 뿌듯하고 보람찰 것 같았다.

하지만 졸업상영회를 마친 그날 밤. 나는 몰려오는 우울함과 분노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4년 간 학교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느낌이였다.

후련하면서도 후회되는 것도 많고, 조금 더 열심히 할걸하는 마음들이 엉켜올라왔다.

나는 나에게 뒤늦은 채찍질을 해댔다.

졸업을 목전에 두고 나를 자세히 보니, 나는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많은 아이였다.

일순간 자신감도 사라지고, 웅크러들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분명, 모든 것이 끝나면 숙면을 취했다가 일어난 것처럼 개운 할 줄 알았는데 뻐근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이 기분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은연중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분명 내가 성장하는 과정임을.


웅크러들었으면 점프만 남은 것이기에.


2월.

졸업.

우리가 처음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앞으로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내가 어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런지는.

교단에 올라서 성적상을 받았다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법 없고

재학 중 학과에 충실하지 않았다고해서 불성실한 사람도 아니다.

정말로,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

다만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도 없는 망망대해 위의 나지만

무서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겠다.

분명 나의 가슴 속에는 뜨겁게 불타고 있는 꿈이 존재하고

나의 두 손에는 열정이라는 무기가 들려있다.

이것들을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이제야 출발선에 섰고, 비록 안개에 가려서 흐릿하긴하지만 이제야 조금 앞이 보이고, 이제야 조금 알아볼 수 있겠다. 아니, 내가 보는게 허상일 수도 있겠지.

가까워보이는 듯해서 전력질주 해봤지만 생각보다 멀 수도 있고,

한없이 멀어보였던 것이 생각보다 쉽사리 잡힐 수도 있겠지.


졸업 후의 험난함을 익히 들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난 분명해낼거고. 내 방식대로 멋있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졸업식에서 마지막으로 듣는 교가가 울려퍼진다.

드디어 20년간의 학교생활이 모두 종료되었다. 이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차례다.

던전으로 들어간다.

정글로 들어간다.

앞으로 60년간 무슨 일이 펼쳐질지 굉장히 기대가된다.

졸업 이후,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취직을 했지만, 나는 학교라는 울타리로 돌아왔다.

한 공간에서 무한한 꿈을 꾸었던 우리들은 이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회사에 취직한 친구들도 있고, 다른 것도 공부해 보고 싶다며 교육과정을 다시 밟는 친구도 있다. 고시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고, 아직 무얼할지 고민을 마치지 못해 여행을 떠난 친구도 있다.

누구의 삶이 더 좋고 윤택한지는 모른다.

우리는 서로 만날 때 마다 서로를 부러워한다.

회사다니는 친구는 아직까지 학생신분인 나를 부러워하고, 나는 돈을 버는 그 친구를 부러워한다. 뭐 다 그런거지.

이제는 서로 바빠 자주 얼굴 볼 새도 없는 그들.

그들을 응원한다.

항상 잘하리라 믿고, 잘 되길 빈다.

나와 낭만의 시절을 나눈이들의 삶이 낭만적이기를 바란다. 그들 각자의 위치에서 보람찬 인생을 살길 바라고, 간혹 힘이 들면 전화를 주길 바란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나누었던 희망찬 이야기들, 소망했던 꿈들.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멋지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되길 원한며, 끝내는 그것들을 모두 쟁취하길 빈다.

‘멋있게 살고 싶다.’

우리 끼리 말했었지.

정말 멋있게 살자, 친구들.

멋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자.


-늦은 아침, 교내의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사랑하는 너희들을 생각하며 씀.

기억도 안나는 어린시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마친 현재의 위치에 서있는 당신.

당신이 커 온 과정은 한편의 대하 드라마고

당신이 경험한 모든 것은 스릴넘치는 영화고

그 안에서 요동쳤던 당신의 가슴은 한 편의 시고

가장 찬란한 때를 지나온 당신은 하나의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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