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곳에 첫 발을 내딛고 한동안은 신이나서 날아다녔다
봉오리
K작가이야기17
대학이라는 곳에 첫 발을 내딛고 한동안은 신이나서 날아다녔다.
이제는 그 지겨운 야간자습도 없고, 억지로 8시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되고,
교복을 입을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날 통제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느낌이였다. 일주일 동안 드문드문 있는 시간표도 좋았고, 몇 시에 집에 들어가던 부모님도 크게 상관을 안하시니 자유의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한 4주간은 그랬다.
너무 길어서 할게 없는 공강시간은 야간자습시간보다도 더 지루했고, 처음엔 그렇게 재미있던 술자리도 점점 가기 싫어졌다. 선배들이 부르면 어떻게 안나갈까 핑계 대기에 바빴지만
1학년인지라 거의 대부분 참석했다. 20살이 되기 전에는 술을 그렇게 마셔보고 싶었는데,
막상 20살이 되니 술을 마시기가 싫었다. 더군다가 선배들 중엔 자꾸 먹이는 선배가 있는데
모임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 선배 근방에는 앉지 않으려 애를 썼다.
처음 대학에 오면서 소박하게 나마 꿈꾼 것들이 많았었는데..
단체미팅, 왁자지껄 생기발랄한 캠퍼스, CC(캠퍼스커플), 동아리 등등..
하고 싶은것도 많았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대학교에 오면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하루하루가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와서 제일 많이 경험한 것은 술이요, 흘러가는 하루는 별다를 것이 없더라.
갓 입학했을 때는 그 긴 공강 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멀리까지 나가서 신나게 놀곤 했었다.
하지만 월 말이 될수록 우리 지갑은 얇아져 갔고, 긴 공강시간을 채울 거리가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공강시간 주어지면
“우리 뭐해?”
라며 서로에게 묻곤 했다.
돈도 없고 가고 싶은데도 딱히 없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은 바로,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네 집이다. 거기가면 돈낼 필요도 없고, 친구니까 눈치 안봐도 돼서 딱이다.
친구 집에 가서 뭐하냐고? 조금 수다떨다가 잔다. 공강이 4시간이면 4시간 FULL로 잔다.
흔히들 기대하는 대학교의 로망?
글쎄.. 이런 궁상맞음도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싶다.
내 나이 스무살.
학회장 오빠가 마음에 든다.
키도 적당하고 몸매도 괜찮고, 얼굴도 잘생겼고, 심지어.. 상냥한 목소리까지..
처음보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선배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저녁마다 문자가 온다.
“뭐해? 저녁은 먹었니?”
저녁을 먹었어도 뛰어나가곤 했다.
선배의 부름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사실 입학 첫 학기.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우리과는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다. 선배에게 항상 예의를 갖추고, 되도록 선배와는 사귀지마.”
이 얘기를 선두에서 했던 사람이 학회장선배다.
서로의 마음을 어느정도 확인하고 나서 내가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에이. 그건 그냥 학회장이니까 하는 소리지.”
나의 가슴은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말은 저렇게 해도 우리 과에 선후배끼리 사귀는 사람 많아.’
“우리, 만날래?”
학회장 선배가 나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온몸이 저릿했다.
내가 여기서 받아주면, 이제 우린 그 말로만 듣던.. CC?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CC? 학회장 선배와 CC?
내가 꿈꾸던 대학생의 로망 중 하나였다. 캠퍼스커플..
단순히 캠퍼스커플이 하고 싶은 것 보다도, 학회장 선배가 너무나 좋았다.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과 ... CC?
나의 볼을 발그레 해졌다.
“..네..”
우린 그렇게 캠퍼스커플이 되었다.
망할.
캠퍼스 커플이라서 좋을 줄알았는데, 꼭 그런것도 아니었다.
항상 붙어다니고 오랜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지만, 단점도 꽤나 많았다.
우선은 싸우면 금세 소문이 난다. 나와 남자친구가 다투고 나면 다음날 친한 선배들이 와서 내 심기를 더 건드린다.
“야~ 선배님 좀 봐줘라~”
“으이그으! 싸우지 좀 마~”
소문은 왜이리도 빠른건지. 오히려 화해했다는 소문은 느려터지게 돈다.
하루는 남자친구가 바빠서 학교엘 나오지 못했다. 그날은 둘이 같이 듣는 수업인데, 남자친구가 다른 곳에 일을 하러갔으니, 나는 혼자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랬더니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중 몇몇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왜 저러는지 모르고 괜히 혼자 기분나빠하고 있는데, 친구가 나에게 물어온다.
“싸웠어...?”
“응?”
“선배님이랑 싸웠냐구..”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우리 사이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구.
“오빠 오늘 일 있어서 학교 못 온거야.”
대체 내 연애에 왜 3자들이 더 난리인거야.
CC는 피곤하다. 경기 내내 옆에서 끼어들어 코치노릇하려는 관중이 많아 힘이든다.
헤어지고 나서도, CC는 힘들다.
헤어지고 나서, 우리는 그냥 선후배 사이로 돌아갔다. 우리끼리 개인적인 문제로 헤어진건데
과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남자가 바람을 핀것이라더라, 여자가 차였다더라, 둘이 치고박고 싸우고 난리가 났다더라.
전부 루머일 뿐이였다. 하지만 정작 선배와 나는 이런 이야기들에 적극 해명하려 들지않았다.
둘이 헤어질 적에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둘다 대처방식이 비슷했다.
“에이- 아니야.”
하고 넘기는 것이 다였다.
언젠가는 가라앉을 것이고, 굳이 우리 둘의 이야기를 해며한답시고 퍼뜨릴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헤어진 후에도 선배에게 고맙다.
캠퍼스 커플로서 선배와 좋은 추억이 많았지만,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가십거리가 되는 것 같고, 나의 연애생활은 나의 남자친구와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에도 2번 더 CC를 했고. 매번 땅을 치며 후회했다.
친구 놈이 군대엘 간단다.
남자라면 다 가는 군대. 드디어 너도 가는 구나.
1급 판정을 받고 크게 한숨 쉬며, 욕을 안주삼아 술을 마셨었지.
그랬던 네가 오늘 입대를 하는구나.
잘다녀와. 몸 건강하고.
이제 우리과엔 여자애들 밖에 안남겠네.
네가 전역하고 복학하면 다들 졸업하고 없겠다.
그 때가 되면, 우리 남자들 밖에 없겠지.
빨리 나와서 우리 신입생들 꼬시자.
복학하면 우리가 과에서 제일 선배다. 그 때 내가 학회장하고 너가 부학회장해야지.
참, 순희랑 미애가 너 들어가는 날 같이 못간다고 편지에 꼭 넣어달래.
휴가 나와서 연락안하면 죽인다고 쓰란다.
그리고 너는 그래도 헤어지고 갈 여자친구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전해달래.
야, 병석이는 헤어질까 말까 고민 중이던데..
그 새끼 요즘 군대 갈 때가 돼서 그런지 지랄병 났다.
너도 그랬냐?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고 막 그러던데..
난 그런 기분을 아직 잘 모르겠다. 나도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 남자동기들 하나 둘씩 다 군대 가는거 보니까. 기분이 좀 묘하고 그래.
너 가고 병석이 가고 마지막이 난데...
아무튼, 편지가 길어졌다.
잘 다녀오고! 휴가나오면 보자. 잊지마라 애들이랑 휴가 맞춰서 나오는거!
너희들 휴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구청에서~ 하하하하
그럼 이만 줄인다.
-자랑스러운 공익 C가-
오긴 오는걸까.. 싶던 제대날.
결국 나에게도 꿈같은 날은 다가왔다.
이젠 정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