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으로는 10월 3일 개천절이였다 그날 자습에 나가지 않았다
K작가이야기15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녔던 나.
우리학교는 국가공휴일에도 학교에 나와 자습을 해야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내 기억으로는 10월 3일 개천절이였다. 국가에서 지정한 공휴일에 왜 학교에서 나를 오라마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날 자습에 나가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 불려갈게 뻔하기 때문에 오늘은 편하게 있고 싶었다.
학교를 안나가고 뭐 했냐고?
그냥 늦게 일어나서 티비보고 밥먹고, 엄마 눈치 때문에 공부 조금 하는 척 하다가 티비보고 잤다. 난 그저 학교에 나가는게 싫었을 뿐이였다.
꿀 같은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이 찾아왔다.
“너 나와.”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교실에서 날 교탁 앞으로 불러냈다.
애들 앞에서 혼낼 줄은 몰랐는데..
조금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걸어나가, 선생님 앞에 섰다.
“어제 왜 안나왔어?”
여지껏 온갖 핑계와 변명으로 수업을 빠지는 나였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오기 싫어서요.”
일순간 정적.
선생님도 그렇고, 듣고 있던 반 친구들도 일순간 움찔하는게 보였다.
“왜.. 나오기 싫어?”
선생님이 조금 더 격양된 말투로 물었다.
“어제 개천절이였고, 공휴일에 학교나오기 싫었어요.”
따박따박 쏟아내는 말 대꾸에 말문이 막힌 선생님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어제 학교 안 나오고 뭐했어?”
“그냥 집에 있었어요.”
“집에만 있었어?”
“진짜 집에만 있었어요. 티비보고 놀았어요.”
“전화는 왜 안 받았어.”
“집에서 핸드폰 잘 안봐요.”
18살 짜리가 묻는 말마다 곧이 곧대로 뻔뻔한 대답을 늘어놓았으니, 선생님이 얼마나 화가나셨을까.. 결국 선생님은 폭발하시고 말았다.
“너. 너한테는 학교 규율이 안중요하지? 어? 너는 너 마음대로 하고 살고 싶지? 그래 안 그래? 마음대로 살고 싶어?”
“네.”
“너 말이야. 혹시 나중에 네가 무슨 직업을 가질지는 모르겠는데. 교사는 절대 하지마라. 알겠니?”
“네.”
“알겠어? 선생님은 할 생각 추호도 하지마! 네 밑에서 애들이 뭘 배우겠니!”
“교사 안해요! 사범대 갈 성적도 안 돼요!”
끝까지 발악을 떨며 대드는 나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선생님은 그냥 들어가라고 하신후
한참 동안 화를 삭혔다. 내가 2학년 일 때, 담임선생님은 말 안듣고 자꾸만 도망가는 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었다. 결국 담임 선생님은 ‘야간자습 하기 싫어서 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가라.’ 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시기도 했다.
아직도 그 말이 뚜렷하게 생각난다.
“넌 교사는 절대 하지마라.”
하지만, 웃기게도.
나는 대학에서 교직이수를 하고 교생실습까지 다녀왔다.
선생님에게 드렸던 말과는 다르게, 나는 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가고 있고, 교육에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내가 교생실습까지 모두 마치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날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시며, 저녁을 사주셨다. 예전에 내가 속 썩였던 이야기를 반찬 삼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가장 많이 말을 안들었던 고2때, 나를 가장 많이 혼내셨던 선생님과 가장 친하다. 요즘도 가끔 연락을 드리곤 하는데, 그 때마다 선생님은 과거의 이야기를 꼭 꺼내시곤 하신다.
“너 진짜 학교 많이 빠졌는데 말이야. 혼자 학교 안 나오고!”
“아이~ 근데요. 그 땐 진짜 가기 싫었어요~ 국가지정 휴일이잖아요~!”
지금도 그 일로 투닥이곤 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얼마 전에 티비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를 봤는데, 권상우 몸이 장난이 아니더라.
나도 꼭 저렇게 되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늘부터 열심히 운동할거다.
친구들과 한달동안 운동해서 누가 제일 많이 빼나 내기도 걸어놨다.
가장 못 뺀 사람이 매점에서 빵사주기로..
“무슨 고등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그러고 돌아다녀?”
“아, 운동한다고.”
“지금 네가 근육만든다고 그러고 다닐때야 지금?”
“아 왜에!”
엄마는 내가 운동하는 것도 못마땅한가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엄마에 반응에 굴하지 않는다. 철우와 기영이 놈을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
우리는 소위 말하는 돼지 삼형제다. 우리끼리도 뚱보, 뚱뚱보, 뚱뚱뚱보라고 부르며 놀려댔다.
서로 먹는 것에도 굉장히 얘민했다. 누가 조금이라도 많이 먹으면.
“아, 죽여버린다. 한 개씩 먹어라 떡볶이.”
“하나 더 시켜 쪼잔한놈아.”
싸움이 붙는다.
그런 돼지 형제 셋이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를 보게 된 것이다.
그 날 부로 우린 결심했다.
‘다이어트 하자!’
그리고 한 달 후.
우리는 언제 그런 걸 했냐는 듯, 더 불어있었고 오늘도 여전히 떡볶이는 한 번에 몇 개 까지 집을 수 있느냐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고3이 되었고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 불안감은,
공부를 많이했다고 조금오는 것이 아니요.
공부를 안했다고 해서 더 많이 오는것도 아니다.
그 누구에게나 배달되는 것이다.
나는 내년이면 성인이지만 준비된 것이라고는
성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 뿐이다.
나에겐 모든 것이 막막하다.
당장의 입시라는 경쟁도, 20대가 되면 책임져야할 것들도
내가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3. 19살이라는 나이는 참으로 이상하다.
갑자기 온갖 생각이 들게 만들며
그 안에서 우리는 불안해하고 그러면서도 설레이고 들뜨고, 그러면서도 두려워한다.
우리는 어쨌든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끝내는 꽃을 피워야만한다.
꽃을 피워야하는 것은 의무다. 의무가 아니라고 하지만 의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작정 꽃을 피워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꽃을 피우느냐겠지.
20대가 되면 그 꽃을 들고 나가리라.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내가 잘 가꿀 수 있는 꽃을 들고 나가리라.
이런 생각들을 되뇌이며,
나에게 몰려오는 불안을 멀리 쫒아낸다.
그저 내가 피울 꽃만을 생각하련다.
열심히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도 주고, 나도 중간에 낮잠 한 번 자고 일어나면
새싹이 돋아 있을 거야.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