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을 하면 굶을 일은 없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35년 됐어"
-유튜브 할매식당 중 어떤 할머니 말씀.
코엑스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추워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싶어
집 앞에서 버스로 코엑스까지 가려한 게
큰 실수였습니다.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동네가 비쌀까.
복잡하기만 복잡하고
교통도 너무 안 좋고, 사람도 너무 많고.
빌딩 숲만 한가득이라 칼바람도 잔뜩인데.
만날 여기저기 빌딩, 지하철 공사한다며
차량 이동만 불편하게 해두고
이동의 질이 너무 안 좋다며 궁시렁~
그렇게 버스에서
1시간 35분을 꼼짝없이 갇혀있다가
찌뿌둥한 허리를 피며 내린 곳은
현대백화점 무역 센터 앞이었습니다.
길 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현대백화점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저도 백화점 지하를 통해
코엑스로 향하면 되겠거니 해서
얼른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추워서 후다닥 들어갔는데
정말 너무 따뜻한 거예요.
이윽고,
좋은 향기와 황금색 밝은 조명
빼곡한 밀도감의
화려한 조명과 그득그득한 사람들과
명품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뭐랄까...
공간적으로 굉장히 잘 채워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너무 허기가 졌습니다.
이른 아침에 간단히 밥을 먹고
오후 1시가 지나서까지 아무것도 못 먹어서
간단히 뭐라도 먹어야, 박람회도 돌아다닐 수 있겠다 싶어서
지하 푸드코트 쪽을 한번 둘러봤습니다.
김밥 한 줄이 8000원 ~ 13,000원
작은 만두 꼴랑 4-5개에 9000원
온갖 디저트류 빵류, 먹음직스러운 게 한가득인데
'너무 비싸다' 싶었습니다.
'크로아상 한 개 먹고 싶은데 그런 거 파는 게 없나?'
그러다, 로티보이를 발견했습니다!
버터 향기와 바삭한 겉의 모카를 어떻게 참나요!
가격도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이었습니다.
큼지막한 갓 나온 뜨끈뜨끈 바삭바삭한 오리지널 빵이 4000원이었습니다.
바로 먹는다고 하니까
점원분이 센스 있게 갓 나온 것을
종이에 담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한입 베어 문 순간!!!!
크으, 캬아, 너무너무 맛있더라고요.
그렇게 너무 맛있다 하면서
모카 부스러기가 흰 목도리에 떨어지든 말든
한입 두입 뜯어가며 코엑스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잠깐 멈추어 생각했습니다.
'와 나 진짜 돈 많이 벌고 싶다.'
그렇게 천장을 다시 올려다보며,
뒤를 돌아보며 현대백화점 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봅니다.
다들 뭐 하는 사람들이길래
평일 오후 1시에 코엑스 현대백화점 지하에 갈까 하면서요.
그리고 일관된 저의 모습에,
또 한 번 빵 터졌습니다.
맛있는 '빵'을 먹었을 때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다짐이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아우어 베이커리의
개당 5,800원짜리 더티 초코를 먹을 때.
진또배기 버터와 햄, 루꼴라가 들어간
제대로 된 8,000원 짜리 비싸고 작은 잠봉뵈를 먹을 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혼자만 먹는 게 아니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맛도 보여주고 싶으니까
선물도 하려면 그 빵값은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듭니다.
언젠가 갓 퇴사를 한 시점에
좋아하는 빵집에 가서
빵 3개와 아주 적은 양의 비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었는데
18,000원 하더라고요.
제가 그때 동생한테
'나 정말 돈 많이 벌 거야'
라고 톡 메시지를 보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결국 돈은 정말 쓸 데가 없습니다.
돈 자체가 쓸모없다는 말이 아니라,
돈을 벌어서 정작 쓰는 건 특별하거나
거창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가끔 맛있는 빵을 먹고
나와 가족들을 잘 먹이는 데 돈이 나갈 뿐입니다.
원하는 빵을, 원하는 만큼 사서 먹고, 선물하고
'선물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마음을 느끼기 위해
돈을 벌고 싶어요.
이런 작은 결심 하나하나가
'오늘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거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돈을 버나요?
저는 유튜브 <할매식당>이라는 채널을 좋아하는데
노포 사장님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식당을 하면 그래도 애들 밥 굶길 일은 없겠거니 해서,
그냥 시작했다고."
그렇게 시작하신 어머님들이
30년 이상 밥집을 하며
현재는 '일 자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70살이나 80살이 되었을 때
그런 좋은 마음으로 감사하게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려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