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퇴사 여행기] 프롤로그
퇴사일이 가까워질수록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왜 퇴사하는 거예요?”
이 질문은, 퇴사 후에도 시제만 바뀐 채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왜 퇴사했어요?” 라며.
그리고 꼭 햄버거 세트에 따라오는 콜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꼬리 질문이 있다.
“하이브가 그렇게 싫었어요? 별로예요?”
“누가 괴롭혔어요?”
그런데 이런 질문을 들으면,
답답함과 막막함이 차올랐다.
어떤 대답을 해도,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퇴사 이유는 그저’ 회사가 싫어서’도 아니고
특정한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모 기업의 채용 담당자로부터
간단한 티미팅 요청이 왔다.
이직 의사가 없어 한 차례 거절했지만
편하게 업계동향이나 직무 이야기 정도는
환기 차원에서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담당자와 만나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김현주 님은 두괄식으로 말씀하시면 더 좋겠네요.”
사실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매우 상했다.
물론 나도 안다.
때로는 내 말이나 글이 조금 두서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부족함을 느끼고 예민하게 생각하는 만큼
잘하기 위해 애쓰는 편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업무상의 전달은 명확하지만 간결하게, 동시에 성의 있게
그리고 나의 일이 ‘세일즈’ 였기 때문에,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말을 잘 듣고
그에 부응하기 위한 말을 잘하고 싶어 노력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두괄식으로 말하세요’는 ‘조언’이 아니라
마치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를 한다'는 식으로
나를 ‘판단’하고 ‘정의’를 내린 것처럼 들렸다.
나 역시 할 말은 있었다.
나는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업무 거점이 한국이 아닌 담당자였기 때문에
용어나 환경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생소함을 느낀 것 같았다.
뭔가, 나의 일과 한국 업계의 이야기를
자기의 지난 경험에만 비춰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대화 중간,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특유의 표정도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말을 두괄식으로 간결하게 못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아마 이때부터 난, 의도가 있는 질문,
사람과 일을 단정하고 판단하는 어투 등에
불편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뒤, 사람들이 물었다.
“다녔던 회사 중에, 하이브가 제일 별로였어요?”
“그래서 퇴사를 결정한 거예요?”
“커리어 아깝지 않아요?”
자, 지금 말씀드릴게요.
두괄식이 아니더라도, 좀 길어져도 양해 부탁드려요.
다녔던 회사 중에, 제일 별로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하이브도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답답한 것도 다 있었어요.
직장인 생활이 싫어서 그만둔 것도 아니에요.
우리 모두 회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다는 이유만으로 다 그만두진 않잖아요.
싫어야만 퇴사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도 나올 수 있고요.
스스로 좀 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로
내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고
더 늦어지면 용기가 없어질까 봐 30대 중반에 나오게 되었어요.
즉 한 마디로,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더 늦어지면 용기가 사라질까 봐.
▲ 아, 이 말을 맨 앞에 했어야, 두괄식으로 더 이해하기 쉬운가?
퇴사의 변은 이만하면 되었다.
퇴사를 앞둔 나는,
어딘가 쉼이 필요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일본 시코쿠섬의 소도시 ‘다카마쓰’ 항공권을 끊었다.
“그렇게 일본으로 출장을 가고, 또 일본 가냐?”
“출장과 여행은 다르거든요!”
‘왜’와 ‘퇴사 ‘회사 밖 밥벌이’의
부담과 긴장 가득한 한국에서 벗어나
나 홀로 퇴사 여행의 서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