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걱정은, 딱 ‘우동 한 그릇’ 만큼!

by 비타민들레


타카마츠에 도착한 지

반나절이 지났다.


공원에서 호사스러운 뱃놀이를 즐기니

어느덧 시간은 저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밥 먹고, 호텔 가야지하며

공원을 빠져나와 출입구에 있는 기념품샵에 들렀다.


어쩜 이리 사고 싶은 것들과 먹을 게 가득할까.

특히 이곳의 명물인 ‘우동’ 은

소스와 면 등을 합치면 수백 가지 종류가 있었다.


타카마츠 우동 보우에서 (2024년 5월)



일본 남쪽의 시코쿠 섬은

예로부터 일조량이 풍부하고 비가 잘 오지 않아

밀 농사가 발달했고

이 밀로 만든 ‘면’인 ‘우동’이 발달했다고 한다.


공원에서 숙소까지는

약 2km가 좀 넘는 거리,

천천히 걸어가며 가는 길에 끌리는

우동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고, 숙소를 향해가며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살폈다.


우동 보우 / うどん棒(우동 봉)


봉(棒)이란 한자는

중국어에서 ‘짱이야’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어쩐지 정감이 가는 이름이라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도착하니, 문 앞에 2-3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반면, 식당 안에는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예전엔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왜 자리가 비었는데, 빨리 안 들여보내줘?”라는

불만이 있었는데


이젠

“준비가 되었을 때 손님을 안내하고 맞이하나?"라는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

같은 풍경도, 언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토록 내 의견이 달라지니

사람은 안 변하지만

생각의 전환은 늘 일어난다는 말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


드디어 자리를 안내받았다.

각종 오뎅, 튀김의 나열을 보니

갑자기 심한 허기짐을 느꼈다.


오뎅 몇 개를 고르고, 우동 주문을 했다.

튀김까지 먼저 골라 먹고 있다 보니

어느새 우동이 나왔다.


면의 식감과 감칠맛을 원해,

츠케멘 우동을 주문했다.


소스는 의외로 평범했지만, 면이 진짜 맛있었다.

그렇게 굵어 보이지 않는 면의 굵기였는데

입에 들어가니 존재감이 커지는 게 신기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안 한가득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그런데 배가 차오를 때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만약에 내가 망해서

이렇게 여행도 못 다니고, 우동도 못 사 먹으면 어떡하지.


(...)


아니, 순식간에 이런 생각이 든다고?

나 사실 되게 자신 없나? 퇴사 무서운가?

잠시 젓가락을 놓고,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최소한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을 재력을 원한다.

맛있는 것을 가족과 친구에게 사주고 싶다.

선물하고 싶은 사람에게 돈을 아끼고 싶지 않다.


회사 밖 밥벌이에 도전을 하는 건

내가 더 성공하기 위해서이지,

절대 적게 벌려고, 망하려고 나가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얼마를 벌지, 벌 수 있을지, 벌고 싶은지

이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근데 우동이 얼마였더라…?


메뉴판을 보니

가장 싼 우동이 4천원 대…

내가 먹은 우동은 7천원 대…


“흠… 우동…은 사 먹을 수 있지 않을까?”


4천 원도 못 벌어서

우동도 못 사 먹는 게,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돈은 벌면 되지, 뭐라도 하면 되지”


망할 걱정은 일단 넣어두고

눈앞에 놓인 남은 우동을 싹싹 비우고

우동만큼 값비싼 젤라또까지 후식으로 잘 먹었다.


망할 걱정은,

딱 ‘우동 한 그릇’ 만큼만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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