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얼음과 커피, 그 찻집에는 나의 80살이 있었다.

by 비타민들레


타카마츠의 이튿날

우중충한 구름이 가득했고, 보슬비도 내렸다.


이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호텔 근처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차역에 가서

지정된 날짜만큼 근처 섬과 동네를

저렴한 비용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역으로 향하다가,

커피 한잔 마실까 하여 들어간 곳은

‘커피 룸 미니’라는 곳이었다.


타카마츠 카페 룸 미니


들어가니 칵테일 바 같았다.


4평 남짓한 공간이나 될까.

연식이 느껴지는 긴 나무 테이블과 찬장,


어둡고 은은한 황금 빛깔의 조명

흰색 셔츠, 멋스러운 파란 체크무늬의 앞치마를 입고

젤로 짧은 머리를 단정하게 정돈한

멋쟁이 할머니 사장님이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와 여기 뭐지 너무 신기하다.

메뉴는 많지 않았다.


핫 커피, 카페오레, 아이스커피, 홍차 등과 토스트


“가장 맛있는 거 추천해 주세요!”

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아이스커피 어때요?’였다.


“네네, 부탁드려요!”


이윽고, 커피콩이 들어있는 재봉틀처럼 생긴 기계와

비커같이 생긴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은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성냥에 불을 지펴 심지에 옮기고

비커에 담긴 물을 데웠다.


바로 이어서

작은 유리컵과 셰이커 컵이

테이블에 놓인다.


어느 순간 사장님 손에는

성인 주먹보다 살짝 큰 각얼음이 한쪽 손에 생겼고,

다른 쪽 손의 쥔 송곳으로 사장님은 얼음을 깨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정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송곳 얼음’ 또는 ‘얼음송곳’이라는 말을

살면서 몇 번 들어본 것 같기는 하지만

선뜻 그려지지 않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지금 그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새 몇 가지 질문이 동시에 떠올랐지만,

하지 않고 속으로 삼켰다.

차갑지 않으세요?


왜 제빙기 안 쓰고 아직도 옛 방식으로 하세요?


첫 번째는 당연히 차갑다는 답변이 돌아올 것 같았고,

두 번째는 그냥 내 상상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송곳으로 부순 얼음의 절반은 유리컵,

절반은 셰이커로 향했다.


군더더기의 동작 하나 없이

사장님은 셰이커를 흔들었고

이윽고 커피가 유리컵에 부어지고

위에 크림이 올라간 700엔짜리

‘아이스커피’가 완성되었다.


“여기서 몇 년 하신 거예요?”


“알려주고 싶지 않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손님 나이 보다도 한참 오래 했어요.

예전엔 이 주변이 다 금융가였어…(중략)”


말투는 퉁명스러워도,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장님의 옛날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대화를 나누며, 카페를 한번 둘러보았다.


사장님의 주름진 손바닥과 부드러운 움직임은

카페의 공간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한 곳에서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여유가 있다.

나는 그들을 또 존경한다.


-


이곳의 분위기는

내가 노년이 된 모습을 그려보게 했다.


난 아마 여기 사장님처럼,

한 곳에 머물러 한 가지 일을 오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80살쯤 되어

내 가게에서 일을 한다면,

지금은 태어나지도 않은 젊은이들이

내 가게에 와서 맛있게 음식을 먹고

과거의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져 주었으면.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상을 하니

앞으로 회사 밖에서 펼쳐질 나의 또 다른 세계에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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