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의 저녁.
근처 상점가 구경을 마치고
무난해 보이는 이자카야에 들어가
간단히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가기로 했다.
안내받은 바 테이블에 앉아
생맥주와 닭날개를 주문하고
브이로그를 위한 영상을 핸드폰으로 찍으면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20분쯤 흘렀을까.
한 자리 건너, 오른편에 앉아 계시던 한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건네셨다.
“저기… 말 걸어도 될까?”
나 역시 혼자 식사를 하시던
할머니가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정말 반가웠다.
“네네, 물론이죠!”
할머니는 내게
이것저것 질문하시기 시작했다.
영상은 왜 찍는지, 몇 살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나는 차근차근 답변하며
우리의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영상은 기록하고 싶어서요. 유튜브에 올려요.
나이는 34살이고, 한국에서 왔어요.
원래는 회사원인데,
곧 퇴사하고 혼자 일을 해보려고요.”
할머니는 내 이야기를
호기심 가득한 눈과 표정으로 들어주시며
계속 질문하셨다.
“결혼은 했어요?”
“아직이요.”
“결혼을 해야지 얼른!
아가씨 부모님도 걱정하실 테고”
설마… 일본까지 와서
결혼 잔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할머니는 말씀을 이어 가셨다.
“남편은 20년 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
가끔 보고 싶고, 그리울 때가 종종 있어.”
갑작스러운, 사별 고백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머니는 여기가 아닌 다른 도시 출신이었다.
태어난 도시에서 공부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꽤 오랜 기간의 시간을
한 도시에서 생활하시다가
타카마츠에 온 건 2년 전
아들 부부가 불러서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 부부와 같이 사는 건 아니라고 했다.
왕래가 잦은 편도 아니라
매일 혼자 식사를 드시고
저녁은 자주 이 이자카야에 들러
간단히 사케와 회를 드신다고 했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걱정되어
좀 더 가까운 곳에 함께 하고 싶은 아들 부부였건만
할머니가 좀 외로우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혼자 이자카야에 와서
사케에 회를 드시는 모습도
정말 여유롭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진짜 멋있으세요.
술도 건강해야 드실 수 있는 건데,
이렇게 체력 관리도 잘하시고 건강해 보이시고!”
그렇게 수다는 계속되고
바테이블 너머 점장 셰프님까지
이따금씩 한 마디를 보태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할머니 만약,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할아버지랑 다시 결혼하실 거예요?”
“아니 나는 ‘결혼’ 자체를 안 할 거야”
아주 잠시, 적막이 흘렀다.
“네??”
할머니의 단호한 칼대답에
서로 마주 본 얼굴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서로 웃음이 빵 터졌다.
“아니, 할머니는 결혼 다시 안 하신다고 하면서
왜 저보고는 결혼하라고 하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