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elyn H Jul 17. 2024

혹시, 토북이를 아세요?

승리와 완주 사이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끼와 거북이는 언제나 경쟁 관계에 놓여 있지요. 

들판을 달리든 '간'을 놓고 다투든 그야말로 치열한 싸움이었는데, 결론만 놓고 말하면 무승부겠네요.  

어릴 적 처음 이솝우화를 보면서 이 둘은 사는 곳도, 생김새도 전혀 다른데 왜 경주를 한다는 걸까, 하고 의문이었지만, 별주부전을 볼 즈음엔 그래도 토끼에게 감정이입한 덕분인지 흥미진진했지요. 토끼가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난 순간 ‘아, 다행이다’ 하다가 곧 화가 났습니다. 남의 간을 함부로 가로채려 하다니!


사실 이야기들이 주려는 의도와 교훈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기는 것이 최상인 경쟁 사회와 감언이설(사기아닙니까)로 무작정 원하는 바를 취하려는 비열함을 그럴듯한 스토리로 포장한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게다가 살아남으려 지혜를 발휘한 토끼를 ‘잔꾀’의 아이콘으로 치부한 것도 더해서요.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해보면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름아닌,

토끼의 현명함과 순발력, 거북이의 성실함과 조직에 대한 로열티, 그 모두입니다. 

이들 중 각자 더욱 강점인 것이 있고, 다소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래도 사회는 우리가 전인적 능력을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조직에서는 그러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 서로가 서로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게 하여, 정량적 성과 평가 외에도 조직에 적합한 인력인지 아닌지 파악하기도 하지요. 무엇이 옳은지 참, 어렵습니다. 

저는 여러가지로 늘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성실함 정도는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주어진 일을 주위에 폐 끼치지 않고 해내야 한다는 알량한 자존심의 발로겠지만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제 경우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어쩌면 '순발력'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조직의 변화나 정치에 무감한 타입인데다,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알아주겠지라는 소위 ‘나이브’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그에 맞게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과 센스가 매우 중요한 능력임을 조직 생활을 시작하고 한참 뒤늦은 때에 알아차렸습니다. 포지셔닝된 캐릭터, 내가 가진 자질과 역량이 하루 아침에 바꾸고 싶다고 바뀌는 게 아니니 난감해 했지요. 

여러분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둘 중 하나를 택하든 하이브리드형을 고민하든, 아예 제3의 롤모델을 찾든(만들든), 그것은 온전히 여러분에게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번쯤 직장인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조직 생활이 편해질 수도 있고, 아니다 싶을 때 전략 수정도 가능하겠지요. 


이제껏 거북이로 살아온 저는 이제 ‘토북이’로 변신하려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제가 속한 산업과 몸담은 조직 내 환경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까요. 아직 달려야 할 구간이 많이 남았지만, 기나긴 레이스도 결국 '끝'은 존재한다는 희망으로 오늘도 출근합니다.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저만의 믿음을 남긴 채로요.

작가의 이전글 여우야, 그래서 새 포도는 찾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