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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Jul 10. 2024

여우야, 그래서 새 포도는 찾았니?

돌아설 때를 아는 것의 중요함

어느 날 배고픈 여우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포도밭을 발견해 그곳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포도가 따 먹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었고, 점프도 해 보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는 등 아무리 애를 써봐도 도저히 포도까지 닿을 수가 없었다. 결국 여우는,"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 라고 투덜거리며 포기하고 가 버렸다.


흔히 <여우와 신 포도>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아 포기한 사람이나 상황을 비유할 때 자주 드는 이야기일 겁니다. 이른바 ‘정신 승리’라고도 하지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가 다시 보니, 새롭게 눈에 띤 구절과 달리 생각되는 부분이 있더군요. 여우는 그저 쉽게 목표를 포기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나서, 결국 닿을 수 없음을 자각하고 물러선 케이스로 읽힙니다. 그래서 그건 정신승리일 뿐이라고 비웃고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안 될거야’하는 것과 일단은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나서도 안될 때 깔끔하게 돌아서는 것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입니다. 한 번 더 시도하고 마침내 ‘포도’에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겠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렇게 수월하기만 한가요. 그렇기에 ‘진인사대천명’의 태도를 갖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되지 않는 안타까운 일도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여우는 진짜 ‘여우’네요. 나름 영리하지 않나요. 

안되는 것은 처음부터 내 몫이 아니었다는 깔끔한 인정과 혹은 아직은 나의 ‘때’가 아니기에 기다려야 한다며 쓴 맛을 견디는 것은 여간해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여우는 '신 포도'라고 지레짐작하며 살짝 우스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요) 안될 일에 에너지를 쓰고 매달리기보다는 실현 가능성 높은 일로 방향 전환을 할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쉬워보여도 사실은 어렵거든요. 


이쯤에서 제 이야기를 할까요. 수년 전 이직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짧지 않은 경력과 경험이 있었기에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지요. 한 회사에서 면접을 희망했고 2차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면접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그 자리는 ‘저의 것’이라고 거의 확신에 차 있었어요. 그러나, 일주일 뒤 정반대의 결과를 들었습니다. 거절한 회사는 헤드헌터를 통해 ‘오버 스펙이라 훌륭하셔서, 모시기 부담스럽다'는 변명(?)을 했다는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안받지 못한 속상함은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결국 그 자리는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었고, 그 회사도 저와는 인연이 아니었던 게지요. 우리가 여우에게 배워야 할 것은 눈 앞의 과제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원하던 대로 되지 않을 때 깔끔하게 포기하고 돌아설 바로 그 ‘타이밍’을 안다는 것, 그리고 세상 쿨하게 다시 제 갈 길 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정신승리라기보다는, 올바른 '자기회복력'이 아닐까요.


여우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분명히 새로운 포도를 또 찾아 나섰을 겁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달디 단 포도 한 송이를 꼭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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