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에너지 빌런이 되지 않도록!
얼마 전. 후배 하나가 회의 자리에서 제 의견을 묵살하면서 강하게 본인의 의견을 어필했던, 조금 불쾌한 일이 있었습니다. 불평불만에 가까운 그녀의 이야기에 저는 분명한 과거의 경험과 사례를 들면서, 본인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즉 좀 더 넓고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마지막엔 저 또한 그 상황을 참지 못하고, 결국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냈는데 어른스럽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품을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별하는 것도 어렵지만, 아닌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감정을 눈치채지 않게 행동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과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지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사람을 잘 가려서 두는 일은 몹시 중요합니다. 당연히 나와 친한 사람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곁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급적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해야 인격과 역량이 성장하고,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세상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내 삶의 범위로만 좁혀도 하루종일 접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 보석 같은 사람을 발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고,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저에겐 그렇지 않은 사람, 즉, 악의는 없지만 결국 나에게 득될 것 없는 사람을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적어도 나를 상하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간혹 조직에서 조우하는 선후배들 중에, 마음 속에서는 불가피하게 ‘접은’ 분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저를 좋아해줄 수 없듯, 저 또한 모두를 동등하게 좋아할 수는 없더군요. 물론 제 그릇의 크기가 딱 그만큼이라서 그렇겠지만요. 우리에게 이유 없이 무례하고, 에너지를 앗아가며, 상처 주는 것을 쿨하고 솔직한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삶에서 과감히 제거하고 심플하게 사는 방법은 자기계발서 몇 권만 보아도 명쾌하게 알려줍니다.
문제는 언제나 실천에 있지요. 저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 인사를 하기도 받기도 참으로 꺼려졌습니다만, 그래도 먼저 했습니다. 커피 한잔 사주겠다고 하고요. 그랬더니, 본인도 전날의 일이 마음에 걸렸는지 최근 소문을 공유하는 등 태도를 바꾸며 다가오더군요. 물론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저를 성장하게 하는 사람도, 그녀의 이야기가 딱히 가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관계가 회복된 셈입니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은 사라졌고, 저는 관대하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배 언니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니, 꽤 괜찮은 처사였다고 봅니다.
이런 모든 일이 피곤하고, 지치게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직장인의 숙명 같은 일인 것을요. 그저 언제나 사람을 가려 만나고 언행에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토록 많은 자기계발서도 결국은 (무엇이든)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 사려 깊은 태도, 그리고 행동주의로 결론이 늘 똑같지 않던가요? 그리고 직장을 떠나 새 삶을 꾸려간다 해도 이러한 일들은 언제든 어디든 반복해서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평화로운 회사 생활, 아니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이를 마음에 새기며, 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마음의 안전에 유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