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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im Sep 20. 2020

일요일의 쓰임

쓰임이라 쓰고 반성이라 읽는다. Day 14

일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 아니었던가

무시무시한 월요일을 맞이하기 전 환기하는 그런 날

하지만 창업이란 걸 하고 난 이후에는 당연한 일요일이 없었던 것 같다.

일하는 날, 쉬는 날의 구분이 모호해진 경계의 날들

바야흐로 2014년부터니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일요일의 용도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틈이 날 때마다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작은 강박과

무조건 잘 쉬어야 한다는 그 둘 사이에서 갈등한다.

어린아이들이 있으니 전자에 조금 더 힘이 실리지만 번아웃이 자주 오는 요즘 같은 때엔 더욱 쉽지 않다.


일요일은 그래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가.


1. 늦잠자기

2. 핸드폰 꺼놓기

3. 청소하기

4. 가구 옮기기

5. TV 예능 무작위로 실컷 보기

6. 영화 보기

7. 넷플릭스 몰아 보기

8. 목욕하기

9. 보드 게임하기

10. 과학실험 책 꺼내놓고 하나씩 해보기

11. 독서하기

12. 책 읽어 주기

13. 읽은 책 내용 이야기 하기

14. 책장 정리하기

15. 짜장라면 끓여먹기

16. 배달시켜 먹기

17. 산책 가기

18. 등산 가기

19. 근교 드라이빙

20. 숲을 찾아가기

21. 처갓댁 가기

22. 온 가족 식사

23. 조기 축구

24. 음악 감상

25. 멍 때리기

26. 게임하기

27. 티타임 갖기

28. 집 어지르기

29. 레고 맞추기

30. 그림 그리기

31. 강의 듣기

32. 글쓰기

33. 피아노 치기

34. 종이접기

35. 아이들과 씨름 하기

36. 역할극 하기

37. 가게 만들기 놀이 (주제를 선택해서 창업하고 영업하는 놀이)

38. 낮잠 자기

39. 일요일의 요리사 되기

40. 사무실 출근

41. 정산 자료 정리

42. 사진 찍기

43. 사진 편집하기

44. 분리수거 하기 

45. 반성하기


이러다가 무한으로 나올 것만 같다. 

일요일의 쓰임이 이렇게나 많다니.


'일요일을 생각보다 잘 보내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까지 든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이라 가족들은 나로 인해 괴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오후 일터에 나갔다 조금 일찍 퇴근해 저녁 함께 먹고 산책을 다녀온 오늘도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식구들은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응당 함께 해야 할 시간들인데 일을 핑계로 많이 소홀했던 것 같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쓰임이라 쓰고 반성이라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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