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1
런던에서 함께 살던 룸메는 나보다 6살 정도 많던 영국 국적의 친구였다.
피아노를 잘 치는 재주가 있어 과거 밴드 활동도 했었고 공부도 잘해서 좋은 대학 나와 강의도 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치면 소위 엄친아 같은 스타일이었다.
독립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는데 매달 돈이 필요해서 룸메가 필요했다고.
운이 좋게도 나와 인연이 이어졌다.
처음 집에 도착해서 둘러보는데 거실에 액자에 씌워진 사진이 유독 많이 걸려 있었다.
참 좋은 사진들이었다. 자연 풍경과 동물들, 사람들의 그 눈빛들...
룸메가 첫 성인이 되던 해에 아버지께서 세계 일주 항공권을 선물해주셨다고 한다.
그 비행기 티켓을 들고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다녔는데 아프리카의 매력에 빠져
그중 1/3을 광활한 대륙에서 사진을 찍으며 보냈다고 하니 그 매력을 짐작만 했을 뿐이었다.
자연과 하나 된 삶을 경험하면서 도시의 그것과는 대비되는 일종의 각성을 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계기로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등에 큰 관심이 생기게 되었단다.
그 길로 1년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기후변화에 대한 저널리스트가 되었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코로나 19를 예언하듯
기후변화가 곧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 입이 닳게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오늘 문득 가보고 싶은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데
거실에 걸린 사진들, 그의 경험담, 기후변화
여러 가지 기억들이 연결되어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끓어올랐다.
오로지 내 눈 앞에 자연만이 존재하는 그런 곳
세상이 아무리 빨리 돌아가더라도 그곳들과는 동떨어져 느리게 흐르는 시간
빛과 어둠, 자연 속 모든 동물과 곤충, 인간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공간
극도로 낯선 그런 경험이 무척 궁금해졌다.
아프리카가 다 똑같은 곳은 아니겠지만
마냥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
온전히 마주하는 자연과의 대화에서 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바다 한가운데 떠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감동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지 무척 궁금하다.
아프리카.
기후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더 늦기 전에 그곳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