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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im Sep 11. 2020

어제 나에게 준 점수에 보너스를 준다면?

삶이 차올랐던 때를 기억해보다. Day4

들어가기 앞서

Day3, 어제 나에게 준 점수가 5점이었던 것이 어쩌면 오늘의 보너스를 위해 매겨진 점수가 아닐까?

보너스란 말을 들으니 부족한 점수를 채울 수 있기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1.

내 삶이 차올랐던 때를 기억해본다.

삶이 의미가 있었던 3가지 이유에서 시작해보자


2.

첫 번째, 반성하는 삶에서 차올랐던 일화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지난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고 복기해보는 흔히 복습을 잘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 공부할 때도 예습보다는 복습 위주로 했었고 잘 까먹는, 새로운 것을 익히기 위해 잘 까먹고자 하는 나의 행동 패턴을 잘 알기에 복습에 더 집중했었다. 조금 웃긴 이야기를 덧붙여보자면, 이런 복습하는 습관 중에 술과 관련된 것도 있다. 성인이 되고서부터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무를 즐기는 것이 참 좋았는데 술을 복습한다기보다 술을 마신 다음날 찾아오는 숙취가 술이라고 하는 주제를 다음날, 이튿날까지도 복습하게 만들었다. 그놈의 숙취도 반성의 일부 이리라. 언제나 그랬듯이 망각하고 또 그런 순간이 찾아오지만 강렬한 숙취에 절로 겸손해지는 그 느낌이 사뭇 철학적이라 거부하지 않는 모양이다.


3.

두 번째, 두 번째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한 점이다.

나는 중학교 때 비공식이긴 하지만 사설 기관에서 하는 IQ 테스트를 보고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받았다. 80이었나 85였나 아무튼 당시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과연 정상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당시는 내 삶에 우울함이 끼어들 틈이 없었고 자신감도 충만한 중2병,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등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었기에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때 바로 3배의 법칙을 생각해냈다. 단순 계산으로 80이니 천재들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3배 노력하면 계산상 IQ가 일시적으로라도 200 이상이 되니(?????) 뭐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습지만 뭔가 노력하는 동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운동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달리기가 안되면 그냥 계속 뛰었고 축구가 잘 안되면 끊임없이 정말 끊임없이 노력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서 개인 연습하고 두 경기를 뛰고 나서야 교실에 들어갔고, 쉬는 시간 10분, 점심시간 1시간(도시락은 항상 3교시 마치고 까먹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은 통째로 내 거였다), 마치고 2-3시간 뛰고 또 뛰고 공을 찼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꼬박 5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했다. 중학교 졸업할 때쯤에는 체력장 특급, 축구는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공격수 등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공부, 반에서 20등까지 했었던 것 같다. 한 반에 40명 정도 되었으니 절반 정도 했었던 것 같다. 뛰어노는 것만 좋아해 그다지 신경은 안 썼지만 중2가 되자 집에서도 뭔가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때 당시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핸드폰을 상품으로 걸었다. 당연히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전교에 1명 있을까 말까 한 핸드폰이 너무 갖고 싶어서 내 생에 첫 박카스를 마셔가며 축구하는 시간까지 쪼개서 공부했고 그 노력의 결실이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전교 20등이 조건이었지만 나는 20등 안에 들었고 그다음 기말고사 때는 5등까지 하게 된다. 이 엄청난 성취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고, 노력하는 것이 결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기에 더 흥미도 생기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엉덩이로 공부했고 정말 질리도록 했고 서울로 대학을 올 수 있었다.


4.

세 번째 가족의 탄생!

뭔가 첫 번째 두 번째와는 전혀 다른 갈래의 일이며 표현의 범위를 벗어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을 내가 해냈다. 혼자의 삶도 쉽지 않은데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결정인가. 그리고 둘도 모자라 셋이 되고 넷이 되다니! 나를 꼭 닮은 아이 둘이 커가는 걸 보고 건강하게 놀고 웃는 모습을 모고 있자니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매일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사실 그 사이사이에는 힘들고 괴롭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런 감정과 일화들이 모여 삶을 이뤄낸다. 놀라울 따름이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와의 관계가 내가 낳은 자식과의 관계가 되고 조부모와 손주의 관계까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기도 참 행복하기도 하다. 삶이 차올랐던 매 순간순간이 결혼과 가족의 탄생 이후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


5.

라면을 무척 좋아한다. 그 물 끓을 때 넣는 라면수프의 향과 다 끓이고 난 이후에 바로 먹는 그 첫 젓가락의 경험에 매번 감탄한다. 


글도 라면과 같다. 사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고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고 나누고자 하지 않으면 내 삶의 아주 사소한 일화들이 장기기억 저기 저 너머에서 의미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라면 먹는 매번의 경험처럼 내 삶이 차올랐던 수많은 일들이 막상 글을 쓰고자 하니 떠올랐고 소주잔 놓고 추억 이야기하듯 술술 나왔다. 


6.

글을 쓰기 시작한 4일 차인데 벌써부터 설렘을 느끼는 거 같아 괜히 흥분하지 말고 오버하지 말고 차분하게 잘 가다듬으려 하고 있다. 신기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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