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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im Sep 11. 2020

내 기억 속의 어린 시절

Day5

1.

이승환 너의 기억

현진영 흐린 기억 속의 그대

god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위 제목들은 '기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90년대에 나온 가요들 

9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단 기억나는 대로만 세 곡을 써봤다.


80년대에 태어난 나는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국민학교로 입학해서 초등학교로 졸업했고

한 반에는 50명이 넘는 학우들이 한 학년에 15개 반까지 있었던 그런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노래 제목으로 시작한 이유는

라디오를 무척 좋아해서 매일 오후 8시 10시 조금 더 버틸 수 있으면 12시까지

공 카세트테이프를 레코더에 꽂아놓고 좋은 멜로디의 곡이 나올 때마다 플레이 버튼과 리코딩 버튼을 함께 누르곤 했었다. 그렇게 수십 개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카세트를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던 취미였고 낭만이었다.


2.

매일 학교가 너무 가고 싶었고

방학 때마다 개학이 언제일까 날짜를 세었었고

등굣길에 만나는 친구들이 무척 반가웠고

교실에 도착해서 교실 문을 여는 그 나무 여닫이 문의 감촉이 선명하다.


공 하나만 있어도 쉬는 시간, 점심시간 가리지 않고 운동장을 누볐고

저학년 때는 피구, 고학년 때는 축구에 빠져 매 순간을 친구들과 공 하나로 놀았다.


어렸을 땐 과학이라는 학문도 놀이처럼 생각했고 

매일 실험하고 만들고 날리고 부수고 또 만들고를 수없이 반복했었다.


잘못해서 손바닥을 회초리로 맞기도 했고

심할 땐 뺨을 맞기도 걷어 차이기도 엉덩이에 불이 나기도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눈 감는 것이 너무 싫었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뭘 그리 잘못했는지 매일 같이 혼나고 맞고 하던 게 일상이었던 거 같다.

그래도 친구들과 뛰어노는 순간순간이 즐거워 학교는 매일 가고 싶은 곳이었다.


3.

등굣길은 평범했지만

하굣길은 평범하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항상 찾았던 나는 꽤나 언덕진 곳에 개발이 되지 않은 곳곳의 숲 혹은 동산이 있는 학교 주변을 탐험하며 하굣길을 즐겼고 담을 넘고 뛰어내리고 구르고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렇게 찾은 길이 나만의 정보인 양 친구들을 꾀어서 그 길로 안내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그 재미와 안전하게 도착한 뒤 손을 흔들며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곤 했다. 어디서 먹어본 듯한 과일이 있으면 담을 타고 올라 따서 먹기도 하고, 사유지에 잘못 들어갔다 집주인 아저씨한테 걸려 혼났던 기억도 있다.


4.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 너무 슬펐던 기억도 있고

그 친구를 위해 썼던 시를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낭독했던 기억도 있다.

아직도 그 친구와 함께 했던 놀이들, 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거 보면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화인 건 분명한 것 같다. 


5.

기억하려 드니 즐거웠던 일화부터 슬펐던 일화까지 다양하게 떠올랐다.

기억하려 들면 초점이 흐려지고 시선이 그윽해진다.

카메라 렌즈로 치면 아웃 포커스 되는 그런 느낌.

오늘도 하루를 마치며 그윽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선물 같은 하루가 또 지나간다.

기억하고 추억할 거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사할 매일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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