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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레몬나무 Feb 23. 2021

로렐라이(Loreley)

라인 강의 노래

    

화창한 날 로렐라이 언덕 전경



오빠와 올케언니가 왔을 때, 나는  라인 강과 포도밭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뤼데스하임으로 갔다. 지난번에 지은이와 왔던 기억을 더듬어 이번에는 힐데가르트(Kloster Hildegard) 수도원과 니더발트 숲길을 걸었다. 

10월 초, 포도 이파리는 노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마로니에 나무에서 반질반질한 밤알이 떨어져 있었다.    



로렐라이 가는 길의 고성


                                                                                                                                              오빠 내외는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나와서 피곤했지만 로렐라이까지 보고 가자는 나의 제안에 선뜻 따라주었다. 라인 강의 요정이 앉았던 곳을 가는 길은 흐린 날씨조차 운치 있었다. 왼쪽은 라인 강이 흐르고, 오른쪽은 90도로 깎아진 절벽이었다. 삐죽 튀어나온 언덕이 보일 때마다 “로렐라이다!”라고 소리쳤지만 우리가 찾는 언덕은 차장으로 볼 수 없는 곳이었다. 로렐라이 휴게소가 나타났을 때는 벌써 우리앞에 아름다운 요정을 보는 것 같았다.  



로렐라이 언덕의 모노레일 타는 곳은 가족공원과 다름없다



라인 강 사이로 섬 같이 떠 있는 길에 로렐라이 동상이 있다. 한쪽 다리는 세우고, 다른 쪽은 꿇어앉은 듯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요정을 보는 순간, 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허무해서 발길을 돌리는 순간 같은 쪽 언덕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그곳으로 올라갔다. 



독일국기, 라인팔츠주 깃발 그리고 태극기



무지근한  날씨는 우리가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까지 불었지만, 우리는 전망대로 뛰어갔다. 라인 강의 뱃사공들이 로렐라이의 아름다움에 넋이나가 목숨을 잃게 만든 곳,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곳이 어디였을까? 

로렐라이 언덕은 지구가 사각형이라고 믿었을 때처럼 한 발만 내딛으면 바로 물속으로 빠질 것 같고, 조물주가 강을 중심으로 양쪽에 대륙을 하나씩 만든 것 같았다.   






건너편은 이편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우르바르(Urbar) 마을이 있고, 그곳에는 어린이 공원과 하이네 시비가 있다. 양편의 사람들은 서로를 카메라에 담고, 눈길이 쏠린 곳은 강물이었다.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진 강둑 따라 물은 급한 듯이 바다로 내달리고, 유람선과 화물선은 종횡무진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기 바쁘다. 물은 세상의 이치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거슬러 오는 배는 반대편에서 오는 것보다 힘겨워보였다. 그때, 오빠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렸다.      


  



“와! 여기 울돌목 같네.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왜군을 물리칠 때도 물살이 이랬을 거 아이가? 뱃사공들이 죽은 건 로렐라이 때문이 아니고 급물살 때문이었네.”

“정말! 그럴 것 같아. 

모두 로렐라이 노래를 허밍하며 태극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독일국기와 헤센 깃발 옆에서 펄럭이던 태극기는 존재만으로도 감동이었다. 


      

로렐라이 언덕의 돌 하르방



“여기에 태극기는 왜 있는 거지?”

“분명히 한국의 어느 도시와 자매결연 한 게 분명해.”     

사실 로렐라이는 제주도와 자매결연 도시이고, 로렐라이 방문자센터 앞에는 돌하르방이 있다. 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제주도가 고향인 남편을 쳐다보았다. 외국에서는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가운 법인데 제주도와 인연이 있고, 태극기 까지 있어서 로렐라이가 다시 보였다. 



로렐라이로 가는 길에 본 야생화


만약 “로렐라이”이름에 홀려서 갔다가 실망했다면 그 주위를 잠깐이라도 산책해보면 어떨까? 명성에 집착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 둘씩 나타나면 슬픈 노래로 옭아 맨 마법이 풀리고, 로렐라이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렐라이 마을의 7월은 호밀과 양귀비의 조화가 절정에 이른다



★로렐라이 하이킹

라인 강 오솔길 7코스 카우브(Kaub) -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St. Goarshausen) 

로렐라이는 장크트 고아르하우젠에서 카우브 쪽으로 7km쯤에 있다.      


더 자세한 하이킹 정보는 아래에


https://blog.naver.com/byleekim2/22199765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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