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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May 21.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도를 선택한 이유

코로나가 올 거라고 예상했더라면. 

남편은 2018년 여름에 시애틀로 이사했다. 나와 함께 살기 전까지는 회사 근처 5평 원룸에서 돈을 모으겠다며 작은 콘도에서 지냈다. 우리가 함께 꿈꾸던 콘도는 회사 도보5분, 수영장, 헬스장, 41층의 뷰가 있는 신식 건물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다. 


한국의 전 회사 부장님들의 추천은 달랐다. 학부모로서, 학군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오랫 동안 살 동네를 정하고 그 안에서 이사를 다녀야한다고. 아이의 사회생활은 유치원부터이지 학교부터가 아니라고. 생각해보면 전학 별거 아닌데, 아이가 한번쯤은 사는 곳을 옮겨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내 의견에, 그건 단지 아이가 희생하는 것 뿐이야라고 아이가 있는 부모는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된다고 했다. 집 값 역시 신혼이 아닌 학부모 위주로 가게 된다고 한다. 


사실, 미국의 부동산도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라고 하며, 결국은 학군 좋은 동네가 비싸다. 그 동네는 주택가라서 차 없이는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다. 따라서 홈리스도 없고, 조용하며 안전하다. 이처럼 아이가 없어도 학군 좋은 동네를 가야 생활이 편안하다고 한다. 또한, 학군이 좋으면 집 값은 떨어질 일이 없다고.  


미국에서 만난 친구도 싱글하우스를 추천했다. 다운타운에서는 항상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없고 정원있는 집이 좋지 않냐고. 관리비 역시 없거나 매우 저렴하다고. 콘도를 살면 이사를 또 해야하는 데 한 번 이사해서 오래 살 집에 사는 걸 추천한다는 친구도 있었다.  


이런 조언들로 인해 우리는 처음으로 싱글하우스를 고려하게 됐다. 부동산을 잘 모르는 우리라서 콘도에 끌리는 걸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학교 교수님을 출국 전에 인사 차 만났다. 샌디에고에서 포닥을 하셨던 교수님은 자녀가 있음에도 부장님들과 의견이 달랐다. "처음에 가면 정착하는 데, 여러 스트레스가 있을 거예요. 스트레스 비용을 따져보면, 두사람이 초반에 적응하는 데 그나마 스트레스 덜 받을 곳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우리는 다운타운에 있는 수영장 있는 콘도와 저 먼 곳의 싱글하우스 모두 선택지에 뒀다. 오를 집 값 생각하면 하우스고, 오래 오래 살거를 생각해도 하우스인데 수영장 있는 콘도는 지금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포기가 안된다. 콘도의 편의시설과 컨시어지가 주는 안전함, 하우스보다 관리할 게 적다는 장점들이 내겐 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한 눈에 반했던 하우스

그러던 중, 우리는 처음으로 차로 한시간 거리 주택을 방문했다. 학군은 매우 좋았고 공원이 근처에 있었으며 타겟, 코스트코도 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집은 깔끔했고, 작은 정원이 있는 방2개 오피스 하나의 집이었다. 평소, 집을 보며 반응이 별로 없던 남편이 두 팔을 흔들며 매우 좋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경쟁자가 많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30분 동안 사람들이 계속 와서 집을 구경했다. 결국 이 집은 내놓은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우리도 무척 고민했다. 삶이 윤택해 질 것만 같은 동네 분위기에 그에 맞는 예쁜 집이 아른 거렸다. (지금까지도 아른 거리는 거 보면 정말 반했나보다.) 오퍼를 낼까 말까 긴 고민 끝에 콘도로 가자고 결정했다. 큰 이유는 방2개 오피스 하나란 점에서 나중에 이사를 또 가야할 것 같았다. 그럴 바엔 수영장 있는 콘도에 살아보고 이사를 가도 되지 않을까. 

41층에서 바라본 시애틀 풍경

결국, 우린 수영장 있는 콘도로 왔고 이사한 지 한달이 지났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와 주변의 공사 소음이 걸린다. 그럼에도 만족도는 매우 높다. 일단 하우스 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모기지 부담이 덜하고, 층간소음도 없다. 24시간 컨시어지 덕분에 안전한 느낌과 신식이라 깨끗하고, 청소하기 적당한 크기의 집. 41층에서 즐길 수 있는 시애틀의 뷰, 공원이며 마트며 도보거리인 점 등이 만족도를 높여준다. 


-로 끝났어야 한다. 코로나가 올 줄 알았으면 하우스로 갔어야 했던 걸까. 그렇게 원했던 수영장은, 코로나로 인해 수영장은 사용 금지, 게다가 남편의 재택근무는 언제끝날지 모르겠다. 정말 인생 알 수가 없다. 일단은, 만족하니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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