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 치던 시애틀
시애틀은 비가 많이 내린다. 9월 말부터 4월까지는 비가 자주 내리다가 5월부터는 지상 낙원의 날씨를 보여준다. 요 며칠도 그랬다. 아침부터 밝은 바깥을 보면 오늘도 산책을 가자며 아침부터 남편과 걷곤 했다. 햇빛은 따뜻하고 그늘은 시원한 완벽한 날씨였다.
시애틀에 인종차별 사건 뉴스가 나왔다. 발라드 지역 골든 가든 파크에서 아시아인들에게 소리소리를 질렀다고. 다운타운에서는 지나가던 아시안 커플 중 남자의 목을 쳤고 너네 때문에 코로나가 발생했다고 소리지르며 침을 뱉었다고 한다.
새삼, 소심인은 무서웠다. 남편 없이는 나가기 싫을 정도였다. (남편이랑 같이가도 종종 무섭다.) 태권도를 배워둘 걸, 후회를 계속한다(지금이라도 배울까?). 격투기라도 해놨으면 덤비라고 해볼텐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종차별을 만나면 안전을 위해 피하라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겠는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시애틀에서 처음 본 천둥, 번개도 쳤다. 그런 어두컴컴한 날. 트위터며 페이스북에 난리가 났다. 어제 밤부터 있었던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한 시위에 대한 내용이다. 흑인 Georgy floyd가 경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되면서 참았던 마음들이 터져나왔다.
한국의 촛불시위가 익숙한 세대인 나는 이곳 시위가 낯설다. 그동안의 시위는 행진(?)을 하고 끝이 났던 것 같은데 이번 거는 다른다. 왜 아마존 고 그로서리(내가 좋아하는 마트)의 유리창이 깨져야하는 것일까. 상점가 약탈도 일어난다고. 오늘은 눈물이 나는 가스(아마도 최루제?)를 경찰이 발포했고 10살도 안된 아이가 아파서 울고 있는 영상을 봤다. 경찰차는 불이 났고, high way도 시위대로 인해 길이 막혔다. 심각하기만 한 상황이다.
그들의 취지는 동의하는 데, 동의하고 있는 이 소심한 아시아인은 왜 이 시위를 또 무서워 하는 지! 미국에 머무는 외국인으로써 안타까우면서도 두렵다. 쪼그만한 아시아인인 나는 그저 경찰도 시위대도 모두 안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언제쯤 이 시국, 이 미국에 익숙해지려나.
일요일에 stay at home order는 끝이 나고 새로운 월요일부터 모든게 open된다. 오픈되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악화되는 경제 속에 생사가 달린 사람들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겠다는 맘이 든다. 그저 나는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