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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Dec 19. 2020

나의 유산을 널리 알려라.

첫 임신에 너무 설렜지 뭐야. 

첫 임신에 너무 설렜나보다. 본격적인 임신을 계획한 뒤 너무 감사하게도 바로 임신이 됐다. 계획한 덕분에 정말 임신 사실도 극초기인 3주 2일차에 확인했다. 설레는 그 마음, 나만한 사람도 없었을 텐데. 남편도 다행이란 마음 뿐이라던데. 난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까. 나한테 기쁜 일이, 내 주변 지인들에게도 기쁜 일일거라. 머리 속은 임신으로 가득찬 채로, 나름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임신 3주차부터 임신 소식을 알렸다. 


친언니는 내 인생의 단짝이니까 알리는게 당연했고, 미국에 있음에도 연락을 주고 받는 한국 친구들은 절친이니까하며 연락왔을 때 알리게 됐고, 미국 친구들은 매일 보니까 알리게 됐고, 미국 병원 정보를 얻어야하다보니 지인 몇분들에게도 임신 소식을 알리게됐다.  


임신 관련 서적을 읽으며, 나도 안정기에 밝혀야지하는 마음이었다. 혼자 세운 기준이 조금 느슨했던 걸까. 유산 소식을 전할때 보니 한명, 한명이 쉽지 않았다. 


별 이슈없이, 임신 5주차를 맞았다. 팬더믹 속 문을 닫았던 이케아가 다시 문을 열었다. 기다렸던 이케아의 오픈으로 우리 부부도 4시간 넘게 이케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쳤던 것 때문인지 그날 바로 피가 묻어나왔다. 한국이면 바로 병원에 가서 아기가 잘있나 초음파하고, 필요하면 유산방지제도 투여했을 텐데. 미국은 피가 철철나지 않는 이상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게 없다. 첫 진료인 8주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 때부터 눕눕생활이 시작됐다. 소화도 안돼서 잘 먹지도 못했다. 이런 생활로 변비도 심해져 삶의 질은 뚝뚝 떨어져갔다. 눕눕을 해도 피가 보였다 안보였다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불안했다. 친구도 피 본 적 있다던데. 별 일 아니었다던데. 혹시나 별일이면 어떡하지. 하루에도 불안한 맘이 요동쳤다. 


8주 3일차 사랑이.

임신 8주 5일차. 병원 첫방문이었다. 친절한 의사와 간호사 덕에 그동안 힘들었던 얘기를 했다. 의사는 평범한 임신 증상이라고 내게 말했다. 질초음파를 시작하고 젤리곰 모양의 아기가 화면에 나타났다. 내겐 또렷한 아기인데 의사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살아있냐는 내 질문에 아이가 이상하다고 답을 했다.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8주 3일차 크기로 아이의 심장은 멈춰있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된 거구나라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미안하다며 나를 위로했다. 옆의 남편 조차 나를 위로했다. 순간, 축하받는 입장에서 위로받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유산 소식 접한 뒤 바로 먹은 점심.

급하진 않았지만, 내 유산 소식을 전해야했다. 일단, 간접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초밥사진을 올렸다. 친언니는 바로 연락이 왔다. 무슨 일 있는거냐고. 임신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부모님한테도, 유산소식은 먼저 전했다. 가장 날 걱정해줄 사람들인거 알고 있으니까 조금은 기대고 싶었나보다. 



그 밖의 친구, 지인들에겐 유산소식을 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마침, 연락을 주는 친구에겐 편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만의 사정도 있는 데, (예를 들어, 휴가를 떠났다거나, 이제 막 출산했다거나 등등) 역시 쉽지 않았다. 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의 마음도 상상이 되서, 그들이 힘들게 위로의 말을 고르고 있다는게 또 느껴져서 괜한 미안함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많이 알렸던 건 아닌 데도 유산 사실을 전한다는 건 한명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괜히 날 걱정해줘!하는 그런 느낌. 난 생각보다 괜찮은 데 말이다. 


임신초기 유산은 7주에서 9주사이에 많이 일어난다. 병원 자료에 의하면 1/5의 경우, 유산을 겪는다고. 너무나 흔하다. 난 오만하게도 내겐 일어날 거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변에 유산한 경우를 못봤으니까. 따지고보면, 그래서 내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는거였다.(-_-;) 그 후엔 화유도 겪었다. 임신사실을 확인했지만 생리가 시작되어 결국은 임신이 아닌 그 화유.


결국, 임신은 비밀리에 비밀리에 있는 게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그런 일이라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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