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8월은 무슨 5월에 나간다.
프롤로그
⌜상상 퇴사 계획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기를 꿈 꾸지만 배짱이 없어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지낸 지 9년 차인
'회새기'(이너는 회사, 아우터는 팀장)
'퇴사 퇴사' 노래를 부르는 뻐꾸기지만 꾸역꾸역 현실도 챙기고 꿈도 챙기고 싶어서
아침엔 회사 팀장으로 밤엔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내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퇴사는 못하니 목표를 '퇴사'로 잡고 자립 계획을 세워보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해 보기로 한다. 그래. 올해는 <상상 퇴사 계획서>를 써보고 자립해 보자.
*회 새기: 회사를 다니며 어떤 표정도 감정도 잘 안 느껴지는 '회색 인간'을 칭한다.
상상 퇴사일 D-264 → D-54
새기는 1월까지만 해도 8월에 그만둔다고 상상하고 지냈다. 새기는 10년간 연애 후 2월에 결혼식을 올린다. 8년간 다닌 회사에선 그래도 결혼을 하고 나오는 것이 맞지라 생각을 하며 꾸역꾸역 버텨나갔다.
'그래 신혼여행 다녀오면 마음이 좀 나아지겠지.'
아니었다. 결혼 전 퇴사한 후임덕에 새기는 불안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챙겨서 신혼여행을 떠났다.
1주일은 너무 행복했다. 결혼 축하해 주는 동료들과 친구들과 가족 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컸다. 신혼여행 나머지 날은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에 마음이 무서워서 <사람인>을 뒤적였다.
그나마 새기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발견하고, 만들어 놓았던 포트폴리오를 그 회사에 맞춰서 다시 조작에 들어갔다. 여행 후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자기소개를 두드렸다. '타 타탁'
'지원 완료' 네 글자를 보고서야. 안심이 되어 잠에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작년 4월에도 8월에도 10월에도 이직 준비를 했다. 그것도 여행 때. 휴가 때는 마음 편해야 되는데,
돌아갈 생각에 치가 떨렸다. 사람인을 또 왔다 갔다 하며 스크랩만 잔뜩.
어딜가나 '퇴사'생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도 못하고 있던 새기 자신을 발견하며 현타가 오곤 했다.
<상상 계획서>를 써보는 것은 퇴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퇴사를 안 하고도 잘 지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싶었다.
생각을 바꿔보려고도 했다.
일상의 패턴도 바꿔보려고 했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보려고도 했었다.
휴가를 떠나 리프레쉬를 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새기는 계속 <사람인>만 왔다 갔다.
안 바뀌는 것은 그저 그녀의 마음뿐이었다.
"이거 참.... 이제 회사에서 시간이 아까운걸?"
과거엔 정말 애정을 가졌던 회사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분위기도 달라지니,
마음이 뜬 지는 오래다. 돈만 버는 이 느낌. 여. 기. 까. 지!
'내가 원하는 것은 이직이 아닌데.... 업을 바꿔 보고 싶어... 35살 되면 직업을 바꿔보기로 한 꿈'
그래서 다시 정했다. 여름 퇴사에서 봄 퇴사로.
그렇게 <상상 계획서> 날짜는 앞당겨졌다.
상상 퇴사일 D-264 → D-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