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찌질했던 옛사랑

고맙다 덕분에 남편을 만났어!

by 삶은 별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으로 질긴 연애를 했었다. 4년씩 그것도 2번이나 연예를 했고 아픈 이별을 했기에 나의 20대의 사랑은 썩 아름답지 않았다. 4년이라는 긴 연애의 종지부를 찍기 한 달 전쯤 우리는 사귄 기간이 무색할 만큼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배려보다는 이해력이 높아져 이미 친구인지 연인인지 사랑인지 의리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지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와는 참 맞지 않은 노후에 부부가 겪어야 하는 것처럼 참으로 건조해져 퍼석퍼석 소리가 나기 시작했던 20대 나의 연애의 끝자락이었다.


@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 조지 앨리엇-



이 사랑이 언젠간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적은 있어도,
그 끝이 오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던 그즘.. 그가 먼저 말했었다.


" 우리 한 달만 시간을 갖자,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연락할게"


기다리라니.. 지금 생각하면 이런 무슨 신발 까먹는 소리 하고 있냐며 그냥 헤어지자고 내가 먼저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땐 그러지 못했다. 그와의 관계가 시들어지고 소원해지는 것보다 어쩌면 내 사랑을 잃어버리는 게 더 두려웠고 14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그와의 추억이 한순간 없어진다는 것을.. 매일 보던 그를 못 본다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감성에만 젖어버린 내 사랑이여...

결국 나는


"오빠 왜 그래 내가 미안해 이러지 마 "

"........ 미안하다 시간을 갖자 "

"알았어 기다릴게! 기다릴게!"


눈물 질질 흘리며 대답을 했다. 기억도 점점 흐려진 그날의 기억 우리는 아니 나의 기약 없는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그 후로 나는 매일매일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그와의 사진을 훑어보며 퇴근길엔 술을 퍼마시며 온갖 청승이란 청승은 다 떨며 그의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쳐 그에게 전화도 해보고 응답 없는 그의 전화 음성에 미쳤냐며 소리도 쳐보고 어느 새벽엔 그에게 질척거리는 메일을 써서 보내기도 하며 기다림에 지친 한 마리 짐승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 달이 넘었을 때쯤 울리던 카톡 그리고 그의 메시지

"오늘 퇴근하고 만나자 홍대역 카페서 기다릴게"


그에게서 연락이 오면 반가울 줄 알았다. 아무렇지 도 않은 듯 다시 사랑이 시작될 줄 알았다. 건조하기 그지없던 여전히 일방적인 그의 톡 한 줄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왜 이따위 남자를 못 잊어서 이러고 있었던 것인지 나의 입가엔 살벌한 미소가 번졌다.

지금까지 그를 기다리며 겪었던 그 아픔에 대해 처절하게 복수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간 그를 절절하게 기다리며 질척거린 찌질했던 내 시간이 부끄러워 참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장소에 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잘 살라고 앞으로 마주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널 기다렸던 시간 덕에 나는 달라졌다며 앞으로 다른 여자에게는 이런 행동은 하지 말라고 조근조근 하고 싶은 말 다 말하고 그곳을 나왔다.


그날따라 시원한 바람이 내 볼을 마구 때렸다.


그리고 지금. 오늘 나에게 이별을 먼저 말해 준 그놈이 그렇게 고맙다. 그놈과 결혼했다면 난 불행했을 테니깐

늘 그놈의 기다리며 그놈 행동에 휘둘려 그러려니 살았을 테니깐 그때의 찌질한 나의 기다림 그리고 너의 건조한 문자 한 통이 나를 살렸다. 그게 아니었음 난 지금의 남편을 못 만났을 테니깐!


고맙다 진짜!! 덕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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