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퇴사하고 어학연수 갑니다.
우리는 1년 전부터 퇴사를 고민했었지만 그때까지는 이직이 포함된 퇴사였기에 신변의 변동을
가족들에게 사전에 알려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퇴사에 어학연수, 해외 살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면서 언젠간 가족들에게도 알려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마흔다된 딸이 해외로 나간다고 하면 부모님은 결혼도 안 하고 어딜가냐 말리셨을게 분명했지만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나는 떠났을 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부모님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부모님에게도 잘 다니던 회사를 그것도 마흔이 다된 아들과 딸이 그만두고 해외로 공부하러 간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일랜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도 회사에 퇴사 날짜까지 다 받아놓고도 정작 우리는 부모님들에게는 이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 퇴사하고 아일랜드 간다고 말씀드리면 부모님들의 반응 어떨까?
남편은 잘 모르겠지만 화를 내실 수도 가지 말라고 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부모님들이 가지 말라고 하셔도 우리는 떠날 예정이기에 솔직히 응원을 받으며 웃으며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 반대를 하시는 부모님을 남겨놓고 떠나기는 싫었다. 그래서 내심 반대 말고 잘 갔다 오라는 한마디만이라도 듣고 싶었다.
이미 퇴사 날짜도, 출발 날짜도 정해놓았기에 우리는 더 이상 숨길수가 없었다. 주말에 말씀을 드리자라고 결심을 하고 남편과 나는 부모님께 말했을 때 발생될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부모님이 화를 내실 경우, 가지 말라고 우실 경우, 쿨하게 보내줄 경우 등 부모님의 반응에 따른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는데 내가 부모님 상황극을 남편이 말을 해보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며 이 상황이 괜히 웃퍼 우리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며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화창했지만 매우 추웠던 일요일 오후 우린 시부모님을 뵈러 갔고, 남편은 부모님과 밥도 먹고 한참을 이야기한 후 집에 갈 시간이 다될 때쯤 살짝 떨리는 말투로
"엄마 아빠 나 올해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해"
아.. 우리의 시뮬레이션의 시작은 저 말이 아니었는데.. 남편이 힘겹게 뱉은 그 말에 아버님께서는
"야 공부한다니 잘 생각했다. 우리 아들이 웬일이래 잘했다 열심히 해봐 "
아마 아버님은 우리가 해외를 가서 공부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신 게다. 일도 하면서 공부도 한다는 아들내미가 기특했었으리가 생각이 든다. 남편은 이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퇴사하겠다는 말보다는 우선 요즘 자동차산업이 하양 사업이며 비전이 없고 회사 내부도 인원들의 이동으로 본인의 성장 비전이 줄어들었기에 더 다녀도 비전이 없기에 해외에 나가서 영어공부에 집중하고 싶어 퇴사를 할 예정이며 퇴사 후에 아일랜드에 가서 영어공부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나는 보았다 놀란 토끼눈이 된 어머님과 아버님의 눈을 말이다. 아버님은 이미 영어공부하기로 한건 잘 생각했다고 잘했다는 말을 해버렸기에 말이 없으셨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마디
와 너네 정말 멋있다. 응원해 해외 나가서 공부하면 좋지! 멋지다
바로 어머님 옆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형님의 목소리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형님에겐 우리 부부의 결정이 멋있었으며 충분히 응원해 줄 만하다고 생각했단다. 형님의 한마디로, 놀란 어머니와 아버님의 눈은 이내 우리 부부로 향했고, 천천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과 왜 가려고 하는지를 끝까지 들어주셨다. 그리고 아버님과 어머님은 슬픈 표정은 그대로 담긴 얼굴로 말해주셨다.
우리도 너희의 결정을 응원한다 잘 다녀와
떨리지만 미소가 담겨있던 아버님의 표정은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이 나왔기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고, 전쟁에 나가는 영웅처럼 두 주먹을 불 끈지고 아버님 어머니께 저희 열심히 공부해서 꼭 더 멋진 미래를 그려오겠다고 말해드렸다. 우리는 알고 있다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맘도 아들 딸이 옆에 잠시 없다는 헛헛함에 마음 한편이 많이 허전할 거란 걸. 그래도 자식들의 결정을 믿고 응원해 주신 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솔직히 우린 정말 많이 떨렸었다. 그래서 나름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닥쳐올 상황에 불안해하기만 했는데 부모님의 마음 그리고 가족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이기적일 수 없음을 더 알게 되고, 정말 결혼생활이 이토록 어렵지만 또 이토록 해볼 만한 것임을 새삼 느끼며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다. 남편에게도 고맙고 나에게도 고맙고 떠남을 즐겁게 허락해주신 양쪽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