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린 백수 부부

돈 벌던 직장인 부부에서 돈 안 버는 학생 부부로..

by 삶은 별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지도 어느덧 3개월이 지났고 드디어 우리 부부의 공식 퇴사 날짜 룰 마주했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3월이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미 나는 백수로써 그렇게 갈망하던 평일 낮에 커피숍에 앉아 유유자적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앉아있으니 솔직히 행복하긴 하다.

돈은 없지만 행복하다는 말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평일 낮인데도 커피숍엔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고, 당연히 백화점 아이브로우 샵엔 평일엔 예약 안 해도 될 줄 알고 당당히 갔다가 늘 여유롭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내가 갈 자리는 없음을 알고 매우 실망을 하며 허망하게 돌아 나오기도 했다. 나만 아등바등 바쁘게 살았나 싶어 괜히 짠했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렇게 여유가 많은 삶인지는 미처 몰랐다. 굳이 머리를 저녁에 감지 않아도 되며 잠을 굳이 꼭 12시 전에 자야 하지도 않으며 새벽 2시에 자도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삶에 대한 특별한 규칙과 규율이 필요하 지가 않았다. 물론 회사를 다녀도 늦게 잘 순 있지만 늦게 일어날 수가 없기에.. 머리를 안 감아도 되지만.. 내 이미지는 더러운 사람으로 갈 거기에 애써 우리는 규정짓고 살 수밖에 없긴 하다.


정말 39년 내 인생에서 TOP3에 들만한 중대한 결정을 하고 정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출국을 코앞에 두고 있다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껏 회사 생활을 하면서 퇴사라 함은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자 넘어야 할 산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늘 이직이 안되면 어쪄지.. 면접은 잘 볼 수 있을까 등 오만가지 고민과 불투명한 상황에 불안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퇴사라는 단어를 이토록 여유롭게 누려본 적이 생전 처음이기도 하며 더군다나 혼자가 아닌 남편과 둘이 퇴사를 하고 이직이 아닌 아무것도 해도 되지 않아도 되는 말 그대로의 쉼을 쥐고 있다 보니 솔직히 낯설기도 하지만.. 조금은 대견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걱정도 조금은 된다. 아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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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도 행복하다가도 문득 '돈'이 얼마가 있지를 생각하며 어학연수 가서 쓸 돈을 따져보다가 자꾸만 현실로 돌아와 ' 내가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를 떠올리며 기분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은 철없는 설렘과 잊고 살던 행복한 마음이 더 커서 이제는 월급은 없다는 현실은 잠시 잊으려고 노력 중이긴 하나... 애써 어학연수 후에 우린 행복할 거다라는 믿음을 키워나가 보는 중이다


우리 부부는 필리핀 어학연수를 한 달 정도 다녀온 후 4월 17일에 아일랜드로 본격 어학연수를 가게 된다.

필리핀을 4주 선택한 것은 남편의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을 조금이라도 올려놓고 들 어버버 한 상태에서 아일랜드를 가보고 싶다는 남편의 간절한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생각지 못한 필리핀이었지만 막상 결정해보고 나니 사전 경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부부는 필리핀을 지나 아일랜드로 ~ 가게 될 예정이다.


2019년 치열했던 직장인 부부에서 이제는 백수이자 학생 부부로 변화된 행복한 삶을 시작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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