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외국인과 살아보다.

홈스테이를 시작하다.

by 삶은 별

4월이 언제 오나 싶었는데 어느덧 우리 부부 아일랜드에 드디어 도착!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설레고 설레는 마음이 폭발하여 없던 웃음도 막 생길 것 같았고, 남편과 잘해보자는 파이팅을 외치며 드라마 주인공처럼 공항 입국장 문을 짠하고 열고 나가면 'welcom ooo님 , ooo님 " 이런 걸 들고 누군가 서있는 줄 알았다. 어디서 본건 많아가지고...

사실 우리는 어학원에서 연계해준 곳에서 홈스테이까지 픽업을 해줄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분이 저렇게 피켓을 들고 우리를 기다릴 것이고 그분을 만나서 홈스테이로 가면 되기에 드라마 주인공이 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도 있을 뻔했다. 그러나 분실된 우리의 캐리어로 인해 짐 찾는 곳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밖에서 오직 우리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분에게 피켓은 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픽업해주시는 분은 주차시간을 연장하러 다시 주차장에 다녀와야 했고 우리가 그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멋있는 아일랜드 입장 은 무슨 텅 빈 입국장만이 우리를 반겨 줄 뿐이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나름의 버라이어티 한 더블린 입국을 마치고 3주간 지내게 될 아이리쉬 가정인 홈스테이로 향했다.

밤 8시가 넘은 시간이면 한국은 해가 졌을 텐데 아일랜드의 4월은 꽤나 환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일랜드의 초록 초록한 풍경들은 아직은 우리에게는 낯설었다. 유럽이기에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할 것 같았지만 공항에서 홈스테이로 향하는 길목엔 여유로움 가득한 시골스런 풍경이 가득했다. 한국의 전원주택들을 가져다 놓은 듯한 반듯반듯하고 낮은 집들이 우리를 반겨 주고 있었다.

20-30분 남짓 달렸을까 홈스테이가 가까워질수록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몰려왔다. 웬만해선 긴장을 잘 안 하는 스타일임에도 낯선 나라에 처음 보는 사람 집에서 3주 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긴장감을 가져왔다. 오늘따라 잡고 있는 남편 손이 참 따뜻하다.


" 남편은 괜찮아? 은근히 긴장된다 나는"

" 뭘 긴장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뭐. 그리고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혼자도 아니고 둘인데 뭐가 걱정이야~나는 홈스테이 분들과 대화가 안 통할까 봐 그게 걱정이지~ "

"그러게 지금 다른 거 걱정할 때가 아니네 대화도 안 통하면 어쩌냐 우리 그냥 막 미소라도 짓고 있음 되나? "


웃으면 복이 온다고 미소는 어느 나라에서나 통했다. 세상 환한 미소로 입이 아플 정도로 웃었던 우리 그래서였을까 홈스테이 식구들이 그렇게 잘해주었다.


그랬다. 혼자였을 땐 그저 부딪혀 보고 안됨 말고 어쨌든 해보자라는 마음의 돌진형이었다면 둘이 된 지금은 함께 나갈 방향을 찾아보고 함께 만들어 가는 조금은 느려도 꽤 갈만하다고 느끼는 느림보 공유형이 되어 남편에게 내가 꽤나 의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29살의 나는 뭔 패기로 혼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려고 했던 건지 혼자가 아니라서 남편과 함께라서 이렇게 든든한데 말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 그 자신감과 패기가 그리울 때도 있다.


어느덧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고, 어느 집이 누구 집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비슷하게 생긴 아일랜드의 전원주택의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동네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홈맘과 홈대디가 우리를 격하게 반겨주며 환하게 인사해 주었다. 힘들지는 않은지 괜찮은지를 물어봐주며 엄청난 무게의 캐리어를 우리가 지내게 될 방까지 올려다 주셨다. 3층 꼭대기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요정이 살 것만 같은 원목으로 꾸며진 방이었다. 어릴 때 누구나 꿈꿔본 지붕에 창문이 달려 하루 종일 하늘이 보인다는 그런 집. 어둑해진 하늘 사이로 별빛이 총총히 보인다.


"남편~ 여긴 무슨 동화 속 마을 같다. 집들도 다 비슷하게 지어져 있고~진짜 좋다 그렇지?"

"그러게 발은 엄청 시린데 하늘은 진짜 이쁘다. 지금은 밤인데 내일 아침에 날 좋으면 하늘 엄청 이쁘겠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채 방에 있었다. 습관이 무섭다고 오자마자 우리도 모르게 신발을 벗고 침대에 앉아 버린 것이었다. 여긴 한국이 아닌데 말이다. 라디에이터를 켜고 살아가는 아일랜드 사람들! 방바닥 난방이 따로 되지 않는 이 곳! 알고는 있어지만 직접 와서 생활해보니 왜 유럽 사람들이 왜 미국 사람들이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지를 알 것도 같았다. 발이 시렸다. 정말 냉골 바닥이 이런 거구 나를 알려준 곳이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꼭대기 방이고 창문이 하늘을 향해 달려있는 방이라 햇볕을 하루 종일 받은 그런 날엔 아늑한 방이 되어 온돌방만큼이나 따뜻해졌다.

밤에 보이는 별 사진은 아니지만 방에 누워 하늘과 마주할 수 있는 이 공간 꽤나 낭만적이다


아일랜드 시간으로 밤 10시였지만 장시간의 비행도 나에게 잠을 쉽게 허락해 주진 않았다. 몸은 피곤한데 눈은 감기지 않는 불명증이란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밤이 깊어갈 즘 남편에게 '자나요? 자니~남편아?'라고 불러보지만 역시 우리 남편은 대답이 없다. 오랜만에 남편과 떨어져 각자의 침대에서 자려니 그것도 어색한 나인데 어디에서라도 머리만 대면 숙면을 취하는 남편의 취침 능력이 오늘따라 세상 제일 부럽기 그지없다. 아니 부럽다가도 얄밉기까지 해 남편 침대로 다가가 자냐며 몇 번을 건드려 보지만 미동도 없는 이 남자.. 잘 자라며 괜히 심통이나 잘 자는 남편 몸을 밀쳐보며 다시 내 침대로 와보지만 여전히 나의 밤은 길고도 길어져만 간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늦은 밤 홈맘이 챙겨주신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은 탓인지 컨디션이 안 좋았던 탓인지 소화까지 안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의 몸은 천근 만근이 되어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기에 이르렀다.

오늘은 어학원에서 제공해 주는 시티투어가 있는 날인데 아일랜드를 처음 경험하는 날 컨디션이 이모양이라니 속상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괜찮을 거라며 약속 장소로 나가보았지만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고 2-3시간을 걸어 다니는 시티투어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아일랜드와의 첫 만남이 아일랜드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화장실을 찾아 헤매고 터질 듯 안 터질 듯 부글 거리는 나의 배를 부여잡고 동동거리며 아름다운 아일랜드 거리를 헤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여보 괜찮아? 걸어 다닐 만 해? 시티투어 계속할 수 있겠어?"

"....."


남편은 옆에서 연신 나의 컨디션 걱정에 여념이 없었지만 도와줄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나의 맨탈은 점점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말할 힘도 대답할 힘도 없기에 나의 말수는 점점 줄어가고 갑자기 부글거리는 나의 배에 여기가 한국이면 화장실이 대충 어디에 있겠구나 없겠구나를 감으로라도 알 텐데 식당에서 물 한잔도 사 먹어야 하는 야박한 유럽에서 화장실을 자유롭게 오픈해 줄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첫 초행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그래도 다행히 그 와중에 화장실을 잘 찾아 아일랜드의 첫 기억에 길 한복판에서 x을 싸버리는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지옥 같았던 시티투어를 잘(?) 마무리했다.


아일랜드와의 첫 만남을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그렇게 기대했던 이곳에서 시작부터 컨디션이 제로가 되어 보니 괜스레 배신감도 들고 왜 나만 이래야 하나 약도 오르기도 했다. 집에 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던 시티투어였지만 다시금 컨디션이 회복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며 잘 살아진다. 역시나 우리 부부의 아일랜드의 시작은 상상 그 이상이었으며 뭐든 부딪히면서 경험해 나가는 것이 정답이며 생각대로 마음대로 고대로 될 턱이 없는 게 인생임을 다시금 느끼는 날이기도 했다 아일랜드에서의 우리 부부의 일상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해보련다.

우리 꽤 잘 지내보자 ~아일랜드야^^

초록 초록함이 가득 찬 아일랜드 어느 동네에서 백수 부부의 새로운 삶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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