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된 나의 캐리어

아일랜드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찾아 헤매다!

by 삶은 별

2019년 4월 17일 수요일 드디어 1년을 고민해온 우리 부부의 계획을 실행하는 날이 밝았다. 물론 전날 지치고 힘들었고 온갖 감정이 교차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린 떠나야 했기에 설렘이 다시 온몸을 감싸 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호텔에서의 조식을 챙겨 먹고 8시쯤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고 그 힘겹게 끌고 온 캐리어가 우리 손을 떠나고 나셔야 정말 떠남을 실감하게 되었다. 가벼운 몸이 되고 나서야 느끼는 떠나는 자의 여유!! 공항 끄트머리 의자에 앉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이제 진짜 떠난다며 안부 전화를 돌린 후에야 '잘 살고 있어 한국!! 우리 잘 갔다 올게'를 읊조리며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 안으로 들어와 쭉 펼쳐진 활주로를 보고 나니 정말 떠나는구나라는 실감과 함께 그제야 우리가 항공을 일반 좌석이 아닌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예약했다는 생각에 그놈의 잊고 있던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우리 프리미엄 이코노미면 기내식 한 번은 비즈니스 식사로 나온다던데? 뭐가 나올까? 스테이크 이런 거 나오나? 와인 먹어봐야지 아싸~신난다!"


"맞네 와인도 주겠지~ 나는 맥주도 마셔봐야지~ 신라면도 준다는데 라면도 먹어볼까? "


역시 참 단순한 우리였다. 전날 호텔에서 못 먹은 와인을 비행기에서 먹어치우겠다며 이것저것 먹어볼 생각에 비행기도 타기 전에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어느새 떠남의 설렘이 아닌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탄다는 기대감에 백수 부부는 신나고 신나셨다. 사실 첨엔 떠나기 전 호텔 예약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예약도 우리 부부에겐 사치라 생각해본 적도 있으며 굳이 가야 하나 굳이 타야 하나를 고민을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또 다른 삶을 위한 출발선에 선 우리이기에 '그동안 고생했다며 앞으로 잘 살아보자며 힘내자 '라는 의미로 좀 괜찮은 선물을 해줘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결정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선택을 누리고 보니 은근히 잘한 선택인 것 같아 꽤나 만족 중이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답게 백수부부 호사를 누려 본다

역시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좋았다. 기내 입장도 비즈니스 다음으로 빨랐으며 좌석도 발을 다 뻗었는데도 닫지 않을 정도로 꽤 넓었으며 의자도 거의 반이상이 뒤로 젇혀진다. 밥을 먹는 책상도 모니터 밑에 달려 있지 않아서 앞사람의 어떤 행동에도 관여받지 않는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앉아보니 비즈니스는 아예 누워간다던데 거긴 도대체 얼마나 편한 건지 궁금해졌다. 사람이 욕심은 역시 끝도 없나 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즈니스 기내식을 먹어보고, 맛난 스테이크와 그렇게 먹고 싶다던 와인도 곁들여 먹어보았다. 와인이 잔이 아닌 보틀에 담겨 나오는 거에 또 한 번 감격하며 레드와인 한 병 화이트 와인 한 병을 각각 요청에 그걸 다 먹고 맥주도 마셔버리며 알코올 기운 덕인지 지루함은 일도 느끼지 못하며 11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 채 설렘과 쏟아지는 잠을 청하며 우리는 아일랜드로 날아가고 있었다.


병이 귀엽다며 두병을 들이킨 그 와인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경유를 한번 하고 다시 1시간 정도 비행을 하고 우리는 드디어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길고 긴 비행을 하고 아일랜드 시간으로 밤 7시쯤이 돼서야 도착했다.

우리는 어학원을 통해 무료 픽업 서비스를 받아 홈스테이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캐리어 4개를 옮기는 일도 이제는 걱정이 없긴 했다. 캐리어를 찾으러 내려가는데 더블린 공항은 워낙 작다 보니, 이미 캐리어가 나오는 게 보였으며 웬일로 우리의 캐리어 하나가 젤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캐리어는 커버를 어벤저스 캐릭터로 커버를 씌어 나서 인지 눈에 세상 잘 띄었다. 요것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


하나둘씩 캐리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 캡틴 아메리카가 그려진 캐리어만 나오면 우리의 짐은 다 나온 것! 한 개만 나오면 되는데... 짐이 하나씩 다 없어지는데 우리의 캡틴 아메리카 캐리어는 보이지가 않았다. 캐리어 분실이나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던데 우리 캐리어도 그런 건가.. 아니겠지 아닐 거야를 곱씹으며 한 30분을 기다렸지만 딱 1개의 캐리어만 빙빙 돌고 있는 채 우리의 캡틴 아메리카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오 마이 갓! 캐리어가 바뀐 걸까! 안 나온 걸까? 뭘까? '


역시 아일랜드에서의 시작이 순탈 할리 없는 우리였다. 우선 우리는 밖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기다리는 분께 상황을 설명했고 그분도 캐리어가 바뀐 거나 도난이 아니면 바로 공항에서 찾아서 집으로 갖다 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다른 사람과 바뀌지만 않았다면.... 그런데 짐칸 벨트를 계속 돌고 있던 한 개의 캐리어가 아른거렸다. 파란색이었으며 거기엔 캡틴 아메리카의 형상은 일도 없었다. 바뀌었다고 하기엔.. 이건 누군가 우리 캐리어가 맘에 들어서 가져갔다는 건지... 도무지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었다.


우선 캐리어 분실을 신청하기 위해서 고객 센터를 찾아가야 했다. 외국인과의 첫 대면을 이렇게 할 줄이야. 나는 천천히 캐리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했고, 그는 우리의 캐리어 짐 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체크인할 때 받았던 종이를 내밀었다.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오케이 굿' 이라며 끊었다. '뭐야 오케이 굿이면 우리 캐리어가 괜찮다는 거겠지?' 나는 그의 대답을 듣기 위에 온 정신을 그의 입으로 집중해서 리스닝을 시작했다.


" I'm soory. your bag still at the london airport"

"Steal? oh my god!! what do we do now? "


나는 순간 그가 말한 'still'을 'steal'로 듣고는 이제 우린 망했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데 돌아온 그의 대답이 내일 집으로 보내준다는 거다 아침 일찍 집주소를 적어 놓고 가면 내일 아침에 일찍 보내 준다고...? 나는 그제야 그 스틸이.. 그 스틸이.. 아녔구나를 이해하며 놀란 가슴을 쓰려 내렸다.

역시 영어 공부를 더 해야 되는구나를 느끼며 한국에서 흔하게 듣던 '스틸당했다'라는 말덕에 스틸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훔쳐가다를 먼저 생각한.. 나..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를 다짐하며 앞으론 이번 경험으로 still과 steal은 구분 못하는 일은 없을 거라 위로하며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위로해본다.


직원이 여러 개의 캐리어 이미지를 보여주며 우리 캐리어 이미지랑 가장 비슷한 거나 색상을 말해주면 참고하겠다고 한다. 그제야 나는 우리의 캐리어가 보통 캐리어가 아니었음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씩 웃으며 말해줬다.


"My carriercover on 'Captain America character'"

"Wow! good"


엄지 척을 해주는 직원을 보는데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더블린 공항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찾아달라고 말하고 있는 우리 부부! 참 웃픈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남들과 다른 대박 유명한 어벤저스 캐릭터가 그려있는 캐릭터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 시간도 아일랜드에서의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캐리어를 잃어버린 게 아닌 것에 감사하며 우리의 아일랜드에서의 생활은 역시나 버라이어티 하게 시작되었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0512181532_1_crop.jpeg 더블린 공항에서 애타게 찾았던 그 문제의 영웅'캡틴아메리카캐리어'

우리의 캡틴 아메리카 캐리어는 다행히 다음날 홈스테이 집으로 잘 돌아왔으며 앞으로 아일랜드의 생활은 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웅이 늘 함께 해주어 맘껏 빛나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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