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 사는 학생 부부

우린 39살과 38살 학생 부부입니다.

by 삶은 별

드디어 오늘 학원을 가는 날이다. 첫날은 설렘 반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데 오랜만에 되어보서 학생이라서 그런지 오로지 설렘만 있는 그런 날이다. 생각해보니 사십 년 가까이를 살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은 그 시기에 그 나이가 되때 갖게 되는 당연한 이름표였기 때문에 솔직히 그때는 그 시기에 소중함을 전혀 몰랐었었다. 하고 싶은 것만 많았지 정작 그 시기를 맘 놓고 즐겨 보지 못했기에 치열한 사회에 나와보고 나서야 학생이라는 그때가 얼마나 행복한 시절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남편 다시 학생 된 기분 어때? 공부하려니 은근 기대된다. 학원 가면 우리 늙었다고 애들이 안 놀아 주려나? "

" 우리나라나 그렇지 외국은 형, 동생 이런 거 없잖아. 외국애들은 부모님한테도 이름 부른다던데 뭐. 우리한테도 이름 부르고 그러겠지. 오히려 그래서 나는 편할 거 같은데?"

"맞아 나이가 무슨 소용이래! 우린 영어 공부나 즐겁게 해 보자! ~"


'즐겁게 공부를 해보자니!' 그러고 보니 그동안 우리가 공부라고 배워왔던 것은 전부 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이었으며 좋은 회사를 취업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우리가 다닐 영어 학원에서도 목적은 가지고 공부할 필요가 있겠으나 솔직히 조금 더 행복해지고 조금 더 나은 우리의 인생을 위해서 일뿐이지 공부를 통해 크나큰 성취감과 도전을 갈구하기 위함은 전혀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스스로 배움을 선택하고 그걸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가보기 위해 시작점에 처음 서보다니 은근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 이 새로운 시작을 잘해 내볼 수 있을는지 걱정하는 사이 남편과 나는 어느덧 학원에 도착했다.


난생처음 해외에서 학생이 되어 볼 시간!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레벨테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레벨 테스트를 잘 보고 싶었지만 '레벨테스트= 내 실력'이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은 먹었으나 못다 푼 문법 문제에 잘 읽혀 내려가지 않았던 리딩 문제들 덕에 결국 나는 100개의 문제 중에 1/3 정도만 정확히 푼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당연히 나는 남편보다는 높은 반일 줄 알았다. 남편은 대학교 이후에는 별다른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고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나름 계속 영어 공부를 해왔고 해외여행 다니면서도 그래도 영어를 잘 쓰고 돌아다녔다고 생각했기에 나의 영어 레벨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라는 되지도 않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되지도 않는 기대감이었다. 영어로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영어 문법을 잘하는 것이 아님을 레벨테스트를 보며 뼈저리게 느꼈다!

역시 예상대로 나의 레벨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남편과 나의 이름은 같이 불려졌다.


"두 분 같은 반입니다. "

"네? 저희 부부인데 같은 반이라고요? 반을 다르게 해 주시면 안 되나요? "

"그럼 부인께서 한 단계 올 라가시 겠어요? 지금 반은 한 개의 클래스 밖에 없어서 윗단계로 가서야 반이 달라집니다."

" 아 네 그럼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


무슨 용기로 반을 올려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남편과는 다른 반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집에서 매일 보는 얼굴을 굳이 학원에서까지 또 같이 볼 필요는 없어서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각자의 반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반이 나눠진 것은 그것을 수락한 것은 꽤나 잘한 선택이지만 나의 레벨과 맞지 않는 높은 레벨에서 문법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도 어차피 모르는 영어 즐겁게 배우러 온 것이기에 레벨이 무슨 소용이더냐 열심히 배워서 시작보다 끝을 성대하게 마무리하며 졸업하자라는 거창한 포부를 잡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johny-vino-1223764-unsplash.jpg 시작은 낮은 레벨일지라도 이 어학연수가 끝날 즈음에는 영어를 즐겁게 사용하게 되는 부부가 되어 있어 주기를!!


레벨 테스트 종료와 함께 바로 시작된 학원 수업 남편과 나는 각각 배정된 반으로 들어갔고 티브이에서만 보던 온통 외국인만 있는 어느 교실로 들어갔다. 한창 영어 수업 중인 곳에 들어가려니 한없이 뻘쭘했으며 반갑게 인사해주는 그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분명 한국에서 수도 없이 배웠던 현재 완료 시제를 배우고 있는 것 같은데 'have + P.P'라고 칠판에 쓰여있지만 선생님은 현재 완료라고 말해 주지 않기에 낯설고 낯선 ' Present Parpact'라는 말을 시작으로 온통 영어로 설명이 시작된다. 두 눈은 분명 칠판을 보고 내 귀는 최대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초집중하고 있지만 선생님의 목소리는 내 귀를 타고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알고 있는 문법이 이제는 알고 있는 문법이 아닌 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이 순간.. 나에게는 멘붕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숱하게 배워서 알고 있던 전치사라는 그 말이 prepositon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이렇게 알아가야 할 한국식 문법이 한 바가지라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나는 그동안 무슨 영어 공부를 한 것이란 말인가..


"남편 첫 수업 어땠어? 나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

"나도 나도.. superlative 가 최상급이란 뜻 이래.. 비교급 최상급이라고만 외웠지.. 그것의 영어 뜻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공부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완전 초 멘붕이다 헐..."


그랬다. 최상급이 뭔지 비교급이 뭔지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 달달 외워서 알고 있다. 근데 그 최상급이 영어로 뭔지.. 그 비교급이 영어로 뭔지는 우리 부부는 모르고 있었다. 주입식 교육에 따른 시험에 필요한 것만 외우면 되었기에 그저 happy의 최상급이 hpappiest라는 것만 외웠지 최상급이 영어로 superlative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 왜냐면 저건 시험에 나오지 않는 거였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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