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일랜드 떠나기 전 해외에서 학생이 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많이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학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말도 많이 하고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그렇게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많이 만들게 되면 영어도 자연스럽게 늘면서 나중에 그들의 나라도 가볼 수 있고~ 뭔가 활발한 교류관계가 팍팍 일어날 것만 같았다. 외국 문화를 알아가며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엄청나게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설렘은 무슨!! 설렘의 설자도 꺼내기도 전에 몸이 방전될 지경이었다. 온통 들리지도 않을 선생님의 영어 수업에 초 집중을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날쯤에는 기가 다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캠퍼스 낭만은 어림도 없는 소리.. 친구들과도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첫날의 기억은 별게 없었다. 멘붕의 연속이었던 수업에 지쳐 갈 때쯤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 오늘 우리 수업 끝나고 파티 갈래? 우리 반 브라질 친구가 오늘 파티 있다고 오라는데? "
" 와 무슨 파티? 첫날부터 파티라니 좋다~ 우리 반 애들은 다 그냥 가던데 자기네 반 친구들은 파티도 하고 좋다. 당연히 가야지? 어디서 하는데? "
" 5시까지 오라더라고! 학원 근처 '다이시스'라는 곳으로 오라던데? 주소 받았으니깐 이따 같이 가자?"
"다이시스? 펍 이런 곳에서 하는 건가? 뭐든 어때~ 그냥 좋다 파티라니!!
첫날부터 파티라니! 역시 한국과는 뭔가 다른 건가 싶기도 하고 외국의 파티문화를 첫날부터 즐겨 볼 수 있는 건가라는 기대감이 슬금슬금 밀려왔다. 음악과 함께 술도 마시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며 그렇게 즐겁게 보낼수 있는 그런 날인건가!! 오늘 하루 영어로 받은 스트레스를 새로운 학원 친구들을 만나서 풀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학원 갈 때 보다 조금 더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나름의 꽃단장을 하고
첫 파티이자 첫 약속이기에 남편과 나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우리는 10분 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남편~ 다이시스가 뭐하는 곳일까? 그냥 아일랜드 펍일까? 파티라고 하니 은근 기분이 이상하네? "
"옆에 호텔도 있고 그런 거 보니 펍 같은 그런 곳 아닐까? 그나저나 5시 거의 다 되었는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걸까? 5시 약속 시간 맞는 거지?"
" 맞아 5시까지 오기로 했는데 왜 아무도 안 오지.. 분명 5시라고 했는데.."
그러면 그렇지 우리 부부의 시작이 이렇게 쉽게 잘 풀릴 턱이 없었다. 5시 10분이 지나도 도통 보이지 않는 친구들.. 30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남편 반 친구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의 부족한 영어 실력 탓으로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오늘 파티가 아닌데 다른 날인데 착각 한건 아닌 건지.. 다른 장소였던 것인지.. 5시가 맞다고 하는 남편에게 코치 코치 다시 캐 물어볼 수도 없고 슬슬 불안함과 짜증이 함께 밀려오기 시작할 때쯤.. 시곗바늘이 5시 35분을 거의 다 지나갈 때쯤이 돼서야 학원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녕! 왔어 ~반가워 안으로 들어가자 "
"안녕...... 왜 이제 온 거야 "
"어서 들어가자 "
헐.. 30분이나 늦고도 미안하다는 말 대신 그저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라는 말만 하는 세상 쿨한 브라질 친구들.. 웃는 얼굴에 누가 침 못 뱉는다 했던가 세상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데 차마 왜 늦었냐고 따지지도 못하고 솔직히 코치 코치 물어볼 영어 문장도 기억나지 않았기에 우리의 대화는 거기까지 였다. 한국이었으면 진작 전화해서 왜 안 오냐는 둥 정신이 있는 거냐며 뭐라고 했겠지만... 첫 파티.. 첫..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이기에 남편과 나는 애써 미소를 머금고 드디어 다이시스로 들어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 었지만.. 브라질 및 유럽 몇몇 국가 사람들은 보통 12시에 만나자 하면 의례 12시 20-30분에 온다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화였지만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그 브라질 친구들이 그런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겠거니 하며.. 오늘도 이해심 많은 코리안 피플이 되어 보려 한다.
그렇게 기대했던 대망의 첫 파티.. 우리 부부가 생각했던 파티는 아일랜드스럽거나 혹은 나름 분위기 있을 법한 펍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친구들과 맥주 마시면서 첫 클래스 시작을 자축하는 의미의 파티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음악도 들으면서 즐기는 그런 소박스러우면서도 나름 즐거운 파티!!
그러나 온화하기 그지없던 입구와는 다르게 출입문을 지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하늘이 훤히 보이는 야외 공간에 이른 시간임에도 가득 찬 사람들과 크디큰 음악이 온 곳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체 사람 중에 80% 정도가 브라질 사람들로 보였다. 흡사 우리나라의 이태원이나 홍대에서의 소규모 클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브라질 친구들은 오늘이 맥주가 제일 싼 날이라며 맥주 시켜서 먹으라며 재촉했다. 처음 만나는 학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나의 바람은 고막을 때리는 우렁찬 브라질 음악 속 비트에 잠겨 버렸다.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남편과 나는 잊어버리고 살았던 한국의 클럽 문화를 다시 떠올려보며 음악에 몸을 맡겨 보려 애를 써본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대화를 할 수 없다 보니 그 공간에서 분리된듯한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낯선 나라에 온 지 이제 갓 4일 차 거기에 학원은 고작 첫날인데 친구의 이름마저도 헷갈리는 그런 날인데 시끄럽다 못해 정신없는 이곳이 우리 부부의 첫날에 적응하기엔 생각보다 낯설었다.
" 남편 지금 7시인데 우리 오늘은 적당히 있다가 빠질까? "
" 그래 이 친구들 하고는 학원에서 또 보면서 더 친해지면 되니깐 오늘은 여기까지만 있자 "
브라질 친구들은 이제 시작인데 어디 가냐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남편과 나에게 오늘의 파티는 여기까지였다.남편과 나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크디큰 음악 소리를 뒤로한 채 다이시스를 빠져나왔다. 고요하기 그지없는 밖으로 나와 남편과 나는 어이없음 반 허무함 반으로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고 말았다.
" 남편 이게 뭐야 파티는 무슨~ 오늘 맥주 싼 날이라 그거 마시러 가잔 거였어! 이게 파티인 건가 봐 "
" 그러게 우리가 생각한 그런 파티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파티네.. 음악 들으며 맥주 마시는 파티.. 하하하하 "
동상이몽이 이런 거였나.. 파티를 너무 거창하게 우리만의 언어로 잘못 해석해 버린 우리 부부! 역시 아일랜드에서의 첫 시작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일랜드에서 나름 유명한 장소를 가봤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름 우리들만의 첫 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