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좀 구해줘요 홈즈!
한국이나 아일랜드나 집구하긴 어렵구나.
홈스테이는 딱 3주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쭉 살 집을 구하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밥도 주고 빨래도 해주고 외국 문화를 간접 체험하며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홈스테이에 쭉 살면 참 좋겠지만 월에 내야 하는 비용이 방을 렌트하는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보니 집값도 비싼 아일랜드에서 집값보다도 더 비싼 홈스테이에 장기 투숙을 한다는 건 그것도 둘이서 동시에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이슈가 집 구하는 것이었다. 아일랜드 오기 전부 방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를 많이 찾아보긴 했지만 대부분의 글이 집을 잘 구했다는 글 몇 개 말고는 대부분 디파짓을 못 돌려받았다거나, 계약서 쓰자고 하고 먹튀를 했다거나, 막상 들어가니 집 상태가 말도 안 되게 이상하다는 등의 정말 이렇게 까지 불합리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안 좋은 글들이 참 많았다. 물론 한국도 부동산 사기도 많고 안 좋은 글도 많지만 막상 다른 나라에서 한국사람들이 안 좋은 상황에 처한 글들을 접하다 보니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또 내가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영어가 유창하다면 더 자세히 그리고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겠지만 어학연수 오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면 굳이 올 필요가 없기에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으로 겪게 되는 불이익 불상사들이 많다 보니 집을 알아보기도 전부터 불안했다. 덕분에 걱정은 더 쌓여 갔었는지도 모르겠다.
" 남편~ 우리 이제 살 집을 찾아야 해. 더블린 한인 단톡 방이나 아유모 카페 그리고 다프트라고 우리나라 직방 같은 사이트라는 곳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고 좋은 집 나오면 메시지 보내봐야 할 것 같아 "
" 그러네 우리 집구 해야 하는구나 아.. 홈스테이 같은 이런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
"이런 집에서 살면 당연히 좋지~근데 아일랜드도 집값이 장난 아니고 여긴 전세는 당연히 없고 렌트하는 것도 쉽지 않고 대부분 셰어 룸이 더 많다고 하더라고~ 셰어 룸은 우리 같은 부부는 잘 받아 주지도 않는데~
나는 뷰잉이라도 좀 가봤으면 좋겠다. 여긴 뷰잉 할 수 있는 것도 주인이 선택한데 맘에 드는 사람을..."
" 뷰잉? 뷰잉이 뭐야? 쇼잉은 들어봤어도 뷰잉이라니 ~집을 보는 것도 주인한테 선택받아야 볼 수 있는 거야? 선택도 못 받으면 집도 볼 기회도 없는 거네.. 와 진짜 주인님이네.. 대박..."
뷰잉도 모르는 이 남자.. 퇴사 준비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내가 다 알아본 거 같다. 아마 앞으로 모든 아일랜드의 돈 관리와 운영은 남편을 시켜야 할 것 같다. 뷰잉도 모르면서 집을 알아보겠다니..
뷰잉은 아일랜드에서 집을 구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일종의 집을 계약하기 전에 집을 미리 보고 주인을 만나본다는 뜻인데 돈을 내고 집에 살 사람은 우리이지만 그 집에 살기 위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의 선택권에 달려있기도 하다. 그래서 뷰잉을 위해 메일을 쓸 때도 엄청 친절하고 간절한 멘트를 써야 하며 내가 너희 집에 왜 살고 싶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잘 어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뷰잉에 선택이 되어 그 집이 맘에 들 경 우에도 환한 미소와 나는 이 집이 너무 좋다는 리액션을 통해 주인님의 맘에 쏙 드는 세입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 한국말도 버벅거리는 판에 아일랜드에서 생전 모르는 외국사람과 한국말도 아닌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하다니 솔직히 걱정이 앞서긴 했다.
이러다 보니 아일랜드에서도 누가 집 좀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집을 구해주진 못해도 같이 가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일랜드 오기 전 티브이에서 집구 해주는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 구해줘요 홈즈' 사연을 보내면 그 사연에 맞게 곳곳을 다 다니면서 가장 알맞은 집을 알아봐 주는 프로그램... 아일랜드에도 그런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심 이곳에서도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좋은 일이지만 현실은 아무도 없었다.
"남편 이 집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월에 1,300유로라고 쓰여있네. 1300 유로면 얼마야? "
" 그 정도면 한국 돈으로 월 160~170만 원 정도일걸? "
" 헐.. 130만 원도 비싼데 월에 160만 원? 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나라 원룸같이 그냥 한 공간에 주방, 침대 다 있는 이리도 작은 공간 하나가? 와 이 나라도 장난 아니다 집값..."
"그러게 역시 시티 주변은 다 비싼가 봐. 저 돈 주고 저런 집에서 살긴 억울 한데.. 우린 버스 타고 다니더라도 외곽도 알아봐야겠다"
남편과 나는 다프트라는 아일랜드 판 직방과 같은 사이트를 보며 아일랜드의 말도 안 되는 집값에 할 말을 잃어 갔다. 뷰잉은커녕 과연 우리가 이 나라에서 살 수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섰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가능한 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있었다. 무턱대고 검색을 하고 있자니 너무나도 암울했다. 서울이나.. 아일랜드나.. 우리 부부 누울 곳 찾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그리고 또 집값이 다 왜 이 모양인 건지..
사실 한국에서도 우리는 서울과 1시간 정도 떨어진 경기도에 살고 있기에 외각으로 가면 적당한 가격에 좋은 컨디션에 조금 나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물론 좋은 집을 구하는 대신 출퇴근 전쟁은 감수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겠는가 아일랜드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우아한 도시 남녀가 되기는 그른 듯했다. 우리는 우리답게 시티보다는 외곽을 선택하기로 했다. 최대 1,200유로를 넘지 않은 선에서 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는 스튜디오 형태의 집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집주인님들에게 뷰잉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남편.. 이렇게 메시지 보내다 보면 아일랜드에서 우리가 살집이 생기긴 하겠지? 안 생기면.. 어떡하지?"
"안 생기면.. 한국에 가야지 뭐.."
"장난해~ 나 심각하다고~ 연락 안 오면 어떡해 아무한테도? "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까짓 거 될 때까지 해보자~ 안되면 호텔이든 호스텔이든 알아보면서 찾으면 되지 뭐.."
너무.. 맘 편하게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일랜드를 온건 아닌지.. 다프트에서 살집을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그대로 두고 온 한국의 우리 방과 우리 침대가 그리워진다. 사서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 부부 이러다 아일랜드 떠돌이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움으로 가득 채워진 늦은 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주인님들의 반가운 뷰잉 메시지가 가득가득 차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과연.. 우리 부부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제발 구해지겠지 우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