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월세 살이

고맙습니다. 집주인님

by 삶은 별

아일랜드에서 집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학원을 오가며, 집에 도착해서도 오메 불망 집 찾기에 온 정신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좋은 집이라 생각이 들어도 더블린에서 위험지역이라고 손꼽히는 지역은 제외를 해야 하다 보니 남는 지역은 몇 개 안되며 특히나 셰어 룸이 많은 더블린이기에 부부를 받아주는 주인님(?)들도 턱없이 부족했다. 아일랜드도 한국에서 집 구하는 사이트인 직방과 같은 사이트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올라온 집들의 규정이 1인 혹은 남/여로 구분되어 있고 2명의 사람 표시에는 x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좀처럼 집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셰어 룸의 경우도 거실과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쓰면서 방만 셰어 하면서 보통 2인 1실로 방을 써야 함에도 1인당 400-600유로였다. 이 비용은 한국돈으로 60만 원~70만 원이다 보니 2명 값으로 보자면 방 1개를 셰어 하는 비용이 월에 120~140만 원! 보통 큰돈이 아니었다. 현재 우리 부부가 렌트 비용으로 잡아 놓은 비용이 최대 월에 1,200유로이기에 셰어 룸 비용 대비로 생각한다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거실 있으면서 따로 방이 있는 스튜디오 형태의 집을 구하는 것은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몇 개나 메일 보내봤어? 보낼만한 데는 있어? 나는 2-3개 보냈는데 주인들한테 전혀 답이 없다..."

"나는 아직 한 군데도 안 보냈어. 아직 안 봤는데 오늘부터 찾아볼게!! "


헐.. 아직 안 봤다니.. 초롱 초롱한 눈빛과 어찌나 환한 미소를 품고 나를 쳐다보며 이야기하던지 1초간 침을 삼키지 않았다면 뭐 하는 거냐며 소리를 빽 지를뻔했다. 1초 사이에 나의 눈과 마주친 남편의 미소가 살렸다.

항상 조금씩 늦는 남편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신중을 기하느라 그러는 거라 나는 오늘도 그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사실 뭐 나는 2-3개를 보냈지만 답이 없는 거나 아직 안 보낸 남편이나 결론적으론 다른 게 없으니 생각해보면.. 화낼 일도 아닌 것을 이래서 우리 부부는 싸울 일이 없는 건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 내가 성격이 좋은 거다라며 멋쩍은 위로를 보내보며 다시 열심히 집 구하기 사이트를 뒤져본다.


남편은 내가 집주인들에게 메일을 몇 개 보내는 사이 열심히 더블린 지역을 분석하고 있었었다. 어디 지역이 좋은지 위험지역은 어디인지 그 지역을 추려 놓고 우리가 다닐 학원에서 1시간 이내의 동네를 고르고 추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 이 남자 나보다 훨씬 낫네..' 1초간 침을 삼키며 남편의 미소에 녹아내린 그 순간을 감사해하던 참이다. 1초 상관으로 내가 소리라도 질렀다면.. 남편은 '열심히 찾고 있는데 이 여자가 왜 이런가' 싶었겠지... 어쨌든 남편의 놀라운 분석력 덕에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더블린의 지역이 조금 더 넓어졌다. 더블린도 한국과 비슷하게 외곽지역에도 부촌과 위험지역이 나눠져 있었다. 경기도에서도 분당이 잘 사는 지역으로 구분된 것처럼 더블린에도 그런 곳이 있었다. 물론 우리 부부가 갈 수는 없는 매우 비싸고 참 이쁜 집들이 많은 동네이기에 좋은 집 사진만 사이트에서 잘 구경한 채 진짜 우리가 살 수 있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자기야 이거 뷰잉 오라고 답 온 거 맞지? 주인하네 언제 몇 시에 뷰잉 오면 좋겠냐고 답이 온 거 같아!

"와.. 진짜 답이 온 거야? 첫 뷰잉이라니.. 막상 답이 오니 은근히 떨린다 ~"

"그러게 몇 시에 간다고 할까? "


그나저나 사랑스러운 이 남자.. 첫 메시지에 첫 뷰잉을 받아 내다니 대단하다. 역시 인생은 결과가 중요한가 보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찾고 몇 개의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싫다 좋다는 답장조차 한번 없더니 이 남자 처음으로 찾은 집에 첫 메시지를 보내더니 결국 첫 뷰잉까지 잡아 냈다. 정말 나이스 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실전이었다. 학원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홈스테이 가족들 외에는 아직 아일랜드 사람들과는 대화 한번 못해본 초짜 연수생이기에 첫 뷰잉 때 집주인이지 외국인인 그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은근 긴장되었다. 드디어 날짜가 잡혔다. 인생 첫 뷰잉 4월 29일 5시까지 그 집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가는 길도 꼼꼼히 체크해보고 늦지 않게 넉넉하게 30분 전에 도착해서 집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아직은 낯선 아일랜드에서 우리가 살집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신경 쓰게 되고 설령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없는지 아일랜드에서 제일 조심해야 한다는 틴에이져들은 없는지... 인종차별을 당하지는 않을는지.. 뷰잉을 가는 버스 안에서도 기분 좋은 생각보다는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표정 좀 풀어~ 무슨 면접 보러 가냐~ 뷰잉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또 알아보면 되지~ "

"얼굴에 티나? 처음으로 이런 거 해보려니 은근 긴장되네~ 비까지 오니깐 완전.. 망할 기분이야 "

"무슨~이 비는 축복의 비다~그래도 동네는 괜찮은 거 같은데? 우리 지금 사는 홈스테이 동네랑 비슷한 거 같긴 한데 ~여긴 거기보단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 "


축복의 비라니 말도 참 이쁘게 하는 우리 남편..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아일랜드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이나 생각도 들면서도 이 또한 좋은 경험이지 생각하며 주인님(?)을 만날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첫 뷰잉 가는 동네는 생각한 것보다 한적하고 아늑했고 여전히 동화 속 요정마을들처럼 정원이 품고 있는 그런 집들이 많았다. 우리가 첫 뷰잉을 하게 될 집에 도착했고 훤칠한 키에 환한 미소를 가진 중년의 남성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가 첫 뷰잉 하게 될 집은 주인집 옆으로 난 작은 다른 문을 통해 그들의 마당을 지나면 뒤쪽에 따로 지어 놓은 작은 스튜디오 형태의 집이었다. 생각보다 이뻤다. 주인은 열심히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었으며 집에는 온갖 집기류며 티브이, 소파까지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었다. 방 1개에 거실 겸 주방에 욕실과 화장실 겸용인 공간까지 딱 살기 좋은 공간이었다. 정말 이 집이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너무 좋다는 말을 몇 번이고 말하며 주인님에게 아주 아주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냉장고도 열어보고, 수압도 체크해보고 세입자의 모드로 이것저것 체크해보는데 주방에서 한글이 쓰여있는 카레가루가 보였다.


"이거 한국 음식인데 ~이런 데서 한국 음식 보니 정말 반갑네요"

"이 집에서 지금 한국사람들이 살고 있는데요. 원한다면 한국 사람들과 통화할 수 있게 해 줄게요~ 궁금한 거 있으면 그들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 정말요? 감사합니다. "


이렇게 친절한 주인님이라니.. 그리고 대박.. 이 집에 한국 사람이 살고 있다니 정말 반갑기 그지없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주인님(?) 한테 차마 물어보지 못할 말들도 한국말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 집이 진짜 내 집이 될 것만 같은 기분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진심 축복의 비 같았다.


"진짜 잘 웃더라~ 오랜만에 자기 엄청 밝은 모습 본 것 같아 ㅎㅎ 집이 그렇게 좋았어? "

"그니깐 집이 엄청 맘에 들어 나도 모르게 오버를 엄청 한 거 같아 "


우리는 어찌나 주인님에게 환한 미소와 밝은 웃음으로 대하려고 애썼던지 마무리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는데 얼굴 근육이 저릿저릿했다. 너무 오버를 해버린 우리 부부.. 골목을 돌아 나오는데 외국 주인님에게 잘 보이겠다고 애쓴 우리 부부의 액션이 웃퍼 한참을 낄낄 거리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아일랜드 와서 이게 뭔 고생이냐며 그래도 첫 뷰잉이 어디냐며 서로를 위로해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아일랜드에서는 전혀 울릴 일이 없는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스티브에게 연락처 받고 연락드렸어요 오늘 뷰잉 하고 가신 분들이시죠? "

"네~주인이 한국분 사신다고 해서 연락해도 된다고 해서요! 그 집에 사시는 것은 괜찮으세요? "

"여기 진짜 좋아요 주인분(스티브)도 다들 착하시고 다만 집이 한국처럼 온돌 이런 게 아니라 겨울에 한국 집보다 조금 추운 거 말곤 별 탈 없이 잘 살았어요!! 지금 옆에 스티브도 같이 있는데 뷰잉 오신 분들 괜찮아하시는 것 같아요"

"아 정말요? 그럼 말 좀 잘해주세요 저희 진짜 그 집 살고 싶어요!!"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그 집에 한국 커플이 살고 있을 줄이야! 한국 커플이 살기 전에 유럽 커플이 살았는데 그들이 너무 시끄럽게 생활했었는데 지금 본인들이 살고 나서부터는 주인들이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했고 그래서 지금도 한국 사람 받고 싶다고 했었다고 했단다. 주인도 그래서 우리를 보고 그렇게 밝게 웃어 줬구나 싶어 이 집이 내 집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한국 커플에게 말 좀 잘 전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터지는 미소를 감출 길이 없었다.


결국 다음날 주인에게서 우리와 계약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당연히 우리는 오케이를 했으며 우리 부부는 첫 뷰잉에 성공했고 현재 정말 좋은 주인님(?)을 만나 정말 좋은 집에서 잘 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턱없이 비싼 집값에 돈은 벌지도 못하면서 모아 놓은 돈 쓰고 있는 현실에 가끔씩 아직도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행복해지려고 결정한 일이기에 평생 해보지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는 걸 해내고 있는 우리 부부이기에 돈은 앞으로 벌면 된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위로를 해보며 현재 잘 살아갈 생각만 해보기로 한다.


아일랜드에서의 우리가 살집! 월세지만 살아본다!

아일랜드에서 렌트는 보통 1년 계약이다 보니.. 이 집 덕분에 우리 부부 아일랜드에서 앞으로 약 1년 동안 머물 예정이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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