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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에게 메이플스토리 BGM이란

아련한 추억 그 자체

by 박냥이

유튜브에서 메이플 BGM(브금)을 치고 여느 영상의 댓글들만 보더라도 쉴 새 없이 공감 버튼을 누르게 된다.

뭐, 게임 운영하는 넥슨은 너무 돈을 밝힌다고 돈슨이라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특히 그대상이 거의 '그 시절 초딩'들의 코 뭍은 돈이었으니.. 그 초딩에 문상(문화상품권)을 사대던 나도 포함이다. 하하.

나름 메이플 초창기 유저로서, 그 시절의 메이플스토리에 남다른 추억이 있다. 지금은 현질(현금 투자)을 하지 않으면 어느 레벨 이후부터 캐릭육성이 힘들고, 각종 확률성 과금 유도 아이템도 많지만, 그 시절엔 지금이면 몇 분 만에 찍는 레벨 30도 꽤 찍기 힘들었다.

초딩시절 어떤 칭찬받을만한 일에 대한 부모님께 바라는 보상은 매번, '메이플 캐시 충전'이었다.

이런 메이플에 대한 애정은 중학교 시절에도 꽤 이어졌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세대인 남친과 같이 하며 중독의 여파를 남겼다. 물론 추억 속 그 시절만큼 순수한 느낌은 많이 휘발되었고 게임 속 맵과 레벨도 크게 확장되긴 했다. 그래도 각 맵의 BGM은 여전히 좋다. 누군지 모르는 BGM담당자에 대한 칭찬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신규 맵에 대해서도 끊이지 않는 것을 봐도. 게다가 이제는 하루 만에 찍을 수도 있는 레벨 200 때 가는, 소멸의 여로 BGM '망각의 호수'는, 운전하거나 일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트는 노래이다.

옛날의 BGM들과는 달리, 내가 쓰는 음악 어플인 멜론에도 있다.

3D 게임보다는 2D 게임이라 뭔가 더 아기자기한 면도 있다.

캐릭터를 이쁘게 꾸미려면 예나 지금이나 돈을 꽤 들여야 한다. 원하는 헤어나 성형, 염색이 랜덤일 경우 그 금액도 천차만별이다.(일종의 도박..)

옛날에 꽤 큰 비중을 차지했던 몬스터들은 인제는 속된 말로, '0밥'이 된 지 오래다.

그래도 옛날에 나온, 헤네시스 엘리니아 페리온 리스항구 오르비스 커닝시티의 브금은 여전히 추억 돋게 하고 여느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만큼 좋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겐 메이플 브금이 곧 클래식 음악이며, 화려한 변주곡이다.

어린 시절의 메이플에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펫도 키울 수 있었고 길드에도 들었고,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결혼도 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친창(친구 목록)에는 항상 익숙한 이름의 사람들이 많았고 채팅창에도 주황색 글씨(친구와 채팅)가 많았다.

'쩔'이라고 하나, 렙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대신해 사냥해서 경험치를 올려주기도 했고, 오르비스 구름 파티 퀘스트를 하면서 파티원들과 밤샘을 한적도 있다.

(동생은 커닝 파퀘를 주로 했다 하니, 2살 터울 남매라도 조금 차이가 있다)

그 시절을 메이플과 함께 살아온 우리들에게, 지금은 간소화되어 없어진 자유시장의 '목 좋은 자리'싸움은 어른들의 밥벌이만큼 치열했고, 엘리니아의 깊은 숲과 던전은 미지의 머나먼 어딘가에도 존재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지금은 보잘것없어진 슬리피우드의 찜질방에서 찜질복을 입고, 마치 자신이 진짜 모험가가 된 양 지친 몸을 쉬면서 밤을 보내는 낭만도 있었다.

'앤'이라는 말은, 애인의 줄임말이었는데, '님 저랑 앤하실?'이란 말이 그 시절 연애가 무엇인지 잘 알리 만무할 초딩들 사이에 쉬이 오고 갔으며, 여자인 나는 남캐로 세상을 누빌 수 있었고 남자인 동생은 여캐로, 숱한 동성들의 '앤하실? 타령'을 감내하면서 게임 속 세상을 뛰어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하잘것없어진 냄비뚜껑, 붉은채찍 같은 아이템이 참 간지 나는 템이었다.

아이디에 'S2'로 ♡를, 'ㄹ6'으로 랑 따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괜히 중복되는 이름이면 끝에 'v'나 'u'붙여 더 간지를 뽐내기도 했다.


'1채널 헤네시스 분수대'는 또 다른 만남의 장이었다. 그곳에서 단체 미팅이 열리기도 했고, 마치 광화문 광장처럼 떠들썩하게 '@@@@@'를 잔뜩 붙여서 크게 만든 말풍선으로 홍보나 선전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시절의 똥컴으로 그곳에 가면 렉도 많이 걸렸다.

직업은 지금은 솔직히 몇 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시절엔 모험가가 다였나. 전사, 마법사, 궁수, 도적에서 나는 항상 도적-단도를 고집했다. 어렸을 적 거금을 들여 작이 된 '게타'를 샀던 기억이 난다. 커닝시티의 불량하고 힙합스러운 브금은 덩달아 나를 거들먹거리는 듯한 불량 청소년스럽게 행동하게 했다.(물론 게임 속에서만, 그렇다고 스틸 같은 것을 한건 아니고..)

마티안의 촉수 하나 사냥해서 구하기가 벅차서 자시(자유시장)에서 구매하기도 했고, 지구방위본부의 어떤 곳에 캐릭이 빠지면 그 캐릭을 할 수 없이.. 버려야 했다..


그 시절의 개미굴은, 곧 죽음이었고, 실수해서 일반택시가 아닌 검은색 개미굴 택시를 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장시간의 게임 이용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거나 '접속한 지 몇 시간이 경과되었다'라고 하는 안내문구는, 그리 건강에 관심 없는 초딩들에겐 별 볼 일 없었다.

슬리피우드에 가면 브금과 함께 마음이 차분해졌고 마치 습한 흙의 냄새를 맡는 듯했다.

하하.. 이외에도 추억은 많다. 아리안느나 마카티아(?)같은 곳의 등장도..(아마 이즈음 살짝 시들해졌었나..)

오르비스까지 가서 '그 미용실에서만 받을 수 있는' 헤어를 하던 순간도.

지금은, 원클릭이면 미용실에 갈 필요 없이 헤어스타일 변경이 가능하다.

참, 배 타고 메이플아일랜드인가를 떠날 적에 깜박하고 배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크림슨발록의 습격을 받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석을 세운적도 허다했다.

초중딩시절의 이러한 영향들로, 고교시절 한때 나의 꿈은 고 김정주 사장님의 모교였던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 편이 아리기도 했었다. 비록, 서울대도 못 갔고 컴공에도 안 갔지만. 선릉역의 넥슨 본사에 어슬렁거려보기도 했었다. 타과의 전공기초과목인 C프로그래밍에서 C+의 학점을 받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학과를 가고 다른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수많은 변혁을 거친 메이플은 나의 추억의 게임이다.

웃긴 것은, '잊을 만~하면' 올해 28살 동생이 아니면 서른 살 내가 다시 해대고 있으니, 부모님도 자연스레 아시는 게임이 되었다. 하하. 다만 용량이 너무 커져서 까는 것(설치하는 것)도 좀 힘들다.

와이파이가 안 좋으니 전송 실패를 번번이 하다 보면 할마음을 슬며시 내려놓게 된달까.. 튕기는 것도 한두 번 하다 보면..


무릉도원의 그 복숭아나무들과 브금도 얼마나 좋은지..

걸어 다니는 인삼인지 산삼인지 몬스터들의 모양새도 재밌고~

비록 221까지 밖에 못 찍고 접어놓은 상태지만, 언제 또 (부모님 말마따나) '메이플바람'이 들지는 모르니~

그리고 지금 유저들 중, 나랑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더 많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 시절의 초딩들이 2,30대 성인이 되어서도 나처럼 종종 메이플을 하기도 하는가.. 하긴 요새 메이플은 돈 안 들이고는 하기 힘든 직장인용(?) 게임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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