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들어 브런치에도 종종 보이는, '코로나'에 관련된 일을 적어보려 한다. 먼 훗날 역사/국어 교과서에 내 글도 인용되어서 그 시절 이름 모를 누군가의 시나 수필처럼, 책 귀퉁이에 실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고 잡생각을 잠시 해본다.
코로나, 나름 조심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5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최근에 다름 아닌 나의 남동생도 걸렸었고, 사랑하는 J이모도 걸렸고, 엄마의 셋째 언니인 이모도 걸렸다..
순서는 J이모-남동생-셋째 이모, 각자 어디서 걸린지는 모른다. 내 동생은 아마 회사인 듯하다. 회사에서 동생이 걸리기 전 많은 이들이 먼저 걸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를 비롯한 나와 가족들은 음성이니.
직장인 남동생에게 혹여 폐가 될까 봐, 몸을 사렸던 가족인데 그 직장인이 다름 아닌 직장에서 걸렸으니.. 참 인생은 알 수 없다.
남동생이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오기 불과 몇 시간 전, 친한 J이모가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는 J이모에게 갖다 주라면서(이모집 현관문 앞에 놓고 오라며) 이것저것 찬거리들을 싸주셨고, 차로 10분 거리인 J이모의 집으로 내가 배달에 나섰다. 내 인생의 은인과도 같은 J이모의 주위에도 코로나 걸린 이들이 많았다. 매일 산책시켜줘야 하는 이모의 강아지 B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아저씨께서 대신 산책을 맡아주신다는 것 같더라)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큰 목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모에게 무사히 음식 배달을 마치고 귀가하니, 남동생의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일주일은, 꽤 길었다. 그나마 화장실이 두 개이고 방마다 창문이 있어서 동생은 답답했을 테지만, 엄마가 쓰시던 바깥 화장실이랑 가까운 방에 머물면서 잘 견뎌냈다. 방문에 '(코)로나의 방'이라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노크 필수'라고 적어놓기도 했었다.
다행히 마지막 날까지 자가진단키트에서 엄마와 나는 음성이었지만..
뭐, 우리도 알게 모르게 지나갔을 수도, 지나가고 있을 수도 있다. 모른다.
남동생의 격리 해제 소식과 함께, 같은 지역에 사는 셋째 이모의 확진 소식.
셋째 이모는 최근에 인공관절수술로 꽤 고생하셨는데, 코로나로 거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하셨다.
'이렇게 아프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라고 말씀하셨다고 엄마를 통해 전해 들었다.
이모도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는 집안에서 방하나에 격리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고, 나는 다시 '출동'했다.
엄마가 만든 미역국과 오렌지, 깍두기, 김치 등을 가지고. 마찬가지로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안부인사들이 큰 소리로 오고 갔다. 참... 이런 '웃기면서도 안타까운' 상황도 있네..
엄마가 라디오에서 들은 건데, '엄마'가 확진되어서 어린아이가 방문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엄마를 찾는다고 방문을 두드리는 사연도 있다고 한다. 그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어린아이는 엄마가 왜 그런지도 잘 모를 테고..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도 보기 힘들어졌다. 코로나가 뭐, 이제는 거의 면역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여전히 변이의 가능성은 있고, 무증상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연세가 있는 분들은 많이 아플 수도 있다고 해서 괜히 집에 있는 엄마한테 폐가 될까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헬스장에서도 KF94를 낀다. 이제 슬~ 더워진다. KF94는..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보지 못한 이모들을 얼른 다시 만나고 싶다.
일주일이 지나서 방문 밖을 나온 마스크 벗은 동생의 모습은 꽤 반가웠다. 살이 조금 오른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