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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대다..

방전되었다

by 박냥이

어제 늦게 자서 그런지 아침부터 헤롱헤롱 하다. 눈이 절로 감긴다. 오전에 한 시간 정도 거실 소파에서 졸았다.

오늘은 공적인 볼일이 하나 있어서 오전 시간에 산을 다녀오는 것을 미뤘다. 뒤에 일이 있으면 등산을 빠듯하게 해야 하므로..

정신없이 졸고 있으니, 갑자기 엄마폰 벨소리가 울린다.

J이모가 우리 집에 온다고 한다. 더 자지 않고 일어났다.

이모랑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곧 볼일 보러 가야 할 시간이라, 이모랑 볼일 보고 나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오랜만에 간 그곳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엄마한테 전화하니 어디 어디로 오란다.

몰고 갔던 차를 제자리에 주차해놓고 근처의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니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J이모의 차를 함께 타고 예전에 가본 카페로 출발.

내가 사려했지만, 이모가 사주신대서 감사히 얻어먹는다.

맛나 보이는 디저트랑 커피. 먹기 전 찰칵.

케잌의 이름이 무슨 소보로였는데, 정말 맛나더라..

오랜만의 카페 음식에 넋을 놓고 먹고 있을무렵, 엄마의 카톡 알림이 울린다. 가족 단톡방이다. 동생이 ㄷㄷ한 걸로 끝났는데.. 좀 불안하다. 아니니 다를까.. 그전의 메시지가 아빠의, '가슴이 아파서 00병원 간다'는 것..

내 말을 들은 엄마의 표정이 순간 굳어진다.

아빠는, 요즘 시골에 가 계신데 연세를 생각 안 하시고 막노동을 하셨다. 가족들이 말려봐야 소용없었다. 보통 길어도 사흘만 체류(?)하시다 돌아오는데 집안에 일이 있어 이번엔 일주일 이상 계시다 보니 탈이 난 것..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은 익숙하지만,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이모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왔다.

사실 전화통화에서 목소리로 아빠의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고 다들 느꼈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기 전까지, 의사의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자신이 협심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아빠여서 심전도와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했다. 병원에서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기다릴 때 서있기보다 앉아있는 게 체력을 비축할 수 있지만, 다리가 아팠지만 서서 기다렸다.

결국 그것은 기우였고, 다행이었지만 엄마와 나는 그만 맥이 탁 풀렸다..

거기다 그새 배가 고파진 아빠는 따로 국밥을 사드리고 엄마와 나는 그사이에 마트장을 보았으니..

엄마 말마따나 내가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을 떼내서 그런지.. 체력이 방전되어버린 듯했다. 잠시 엄마한테 짜증을 내버렸다. 엄마는 또 무슨 잘못이라고.. 바로 죄송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 아마 이런 일에 익숙하지만 조금 놀랐을듯한 엄마는 잠시 앉을 사이도 없이 뒷동산에 쑥을 캐러 가신다 했고, 나도 괜히 미안하기도 해서 따라나섰다. 운동한다고 해놓고선 기운이 없어서 벤치에 털썩 앉았다. 휴.. 일이 전반적으로는 잘 풀리긴 했지만,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여기까지 쓰고, 일교차가 커서 저녁에 쌀쌀해지는 와중 엄마를 데리고 들어왔다. 잠시 뒷동산 한 바퀴를 돌고 온 사이에, 엄마는 엉덩방아를 찍어버렸다. 에휴... 오늘 일진이 안 좋네..

현재 가족들이 붙이고 있는 추정되는 파스의 수, 아빠-몸 앞뒤로 1개씩 총 2개, 엄마-엉덩이에 1개, 나-오른쪽 발목에 1개, 동생-아마도 허리에 1개.. 니, 총 5개 정도.. 휴.. 최근에 사놓길 잘했다.

몽롱한 정신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왠지 일찍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참, 아빠는 벌써 주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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