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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하고 싶지 않은 이웃

예민한 사람은 아파트에 못 산다

by 박냥이

우리 집은 몇십 년 구식 15층 아파트 중 7층이다. 20년 전만 해도, 이웃사촌 간 친밀히 지내면서 1층~15층에서, 모르는 층의 이웃이 거의 없었는데, 세월이 점점 지나다 보니 한두 가구씩 신도시로 이사를 갔고, 이제는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얼굴모를 이웃들과 같은 라인에서 살고 있다. 뭐, 우리 집처럼 진작에 신도시로 빠지지 않고 빈대마냥 딱 붙어사는 가구도 이제 몇 안 남았다. 어느 가구가 언제 이사를 가고 또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장작 우리 옆 집은 벌써 몇 번이나 바뀌었고, 아랫집도 바뀐 지 오래다. 그래도 이곳에서 그간 살아온 세월 덕에 추억이 많이 쌓였고, 다른 곳에 장시간 여행 다녀오거나 했을 때 가장 반가운 곳이 바로 우리 집이다.


제목의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이웃은, 바로 아랫집의 이야기이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나는 거의 마주치지 않았는데 동생과 엄마의 이야기만 들어도 가관이었다.

이것저것 예민한 일 투성이.. 뭐, 걔 중에는 우리 집이 너무했다 싶은 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러고 나면 확실히 사과했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자잘한 소음을 발생시키는 일들)

그런데, 그 집은 그럴 때마다 우리 집 식구들도 맞서 대꾸하곤 했던 오직 하나의 일,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을 잊을만하면 일삼고 있다. 뭐, 창문에 대고 욕을 지껄이기도 한두 번이지.. 그냥 조용히 가족들이 베란다 문을 다 닫아버리고 만다. 대형 선풍기를 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이 뱉은 담배연기가 다시 자신의 콧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쓸데없는 열폭은 이쯤 하고..

상종하기 싫었지만.. 내가 바보같이 빨래를 널다가 그 집 난간으로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고.. 결국 처음으로 그 집 '여자'를 보았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안한 김에 내가 내민 과자 한 봉지를 받으며 그 여자는 또 우리 집에 대한 불만사항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때다 싶었는지..

여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제발! 당신의 존재가 그닥 궁금하지 않고 자각하면서 살고 싶지 않답니다..

이번에는 나의 실수였지만.. 앞으로는 빨래 널 때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다 널고 나서 창문을 연다든지.. 휴.

괜히, 밀대 기둥으로 빨래를 밀어서 아파트 화단에 떨어뜨려서 주워오는 방법이 나았나 싶기도 하다. 적어도 그랬으면, 대면하기 싫은 얼굴을 볼 일도, 그녀에게 또 기분 나쁜 한마디를 들을 일도 없었을 테지..


예전만 해도 서로 집전화도 다 있었고, 그 전화번호도 외우는 지경이었는데 어느 세월에 이렇게 이웃 간 거리가 멀어져서 '이웃사촌'이란 말이 참 무색해졌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신도시로 간 이웃들 중, 아직까지 교류하는 이웃들이 거리상 이웃은 아니라도 '참'이웃사촌이다.


솔직히 아파트에 살면 배려할 일이 꽤 많다. 밤늦게 세탁기를 돌린다거나, 청소기를 돌린다거나 이런 일은 없다. 괜히 tv볼륨을 낮추기도 하고.. 이런 면에서는 맘 편하게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넓디넓고 시공이 잘된 신식 아파트에 살면, 층간 소음도 머나먼 세상의 이야기가 되려나..

'서로의 존재를 못 느끼고 사는 것', 아파트에서 이루기 힘든 하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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