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추웠다..
마치 옛날 장미의 전쟁이란 프로에 나오는 산장처럼 생긴 것이.. 한적한 도로가에 덩그러니 서있었고..
그곳이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고, 가면서도 '후기만 보고 온 내가 참 멍청했지..'라고 스스로를 탓하며 들어갔다. 지금으로부터 7, 8년은 된 일이라 세세한 것은 기억나진 않지만..
정말 춥고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곳은 여자 다인실, 남자 다인실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하필 그날 여자는 나 혼자뿐이었고 남자는 한 세 명 정도 되었다. 이 사실도 다 같이 했던 저녁식사자리에서 알았다.
'주인 부부가 참 친절하고, 따듯한 집밥도 해준다'라는 후기에 혹해서 원래 다니던 곳까지 내려가지 않고 무리하게 중간에 일정을 잡은 나의 잘못이었다.
낯선 이들과 식사자리도 어색한데 겨우 식사를 마치고 올라오니, 옛날 주택 건물의 현관문으로 여자 방과 남자방이 각각 나눠져 있었고, 내가 몸을 씻기 위해 여자 방으로 들어간 상태에서는 여자 방 현관을 잠가야 했는데, 그 시간 동안 다른 여자 게스트가 온다면 문이 잠겨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애매한 상황에서 후다닥 촌각을 다투면서 씻고..
차가운 바람이 윙윙 몰아치고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터라, 이미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늦은 상태.
렌터카를 빌린 것도 아니고 뚜벅이 버스여행이라서, 기약 없는 버스를 기다리기도 무리수였다.
결국 할 수 없이 그곳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하고, 나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 무서운 산장 느낌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외풍을 맞으면서 밤을 보냈다. 어서 아침이 오길하고 시계를 봐도, 고작 5분~10분이 흘러있어서 참 난감했다. 자는 듯 마는 듯 어떻게 시간을 흘러 아침이 되었고.. 최대한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었던 나는, 아침식사를 후다닥 마치고 그제야 잠시 부부와 얘기하고 주위 풍광을 훑어볼 수 있었다.
아마, 귤 농장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전날 밤에는 상당히 고되었으나 바닷가와 귤껍질(?)을 널어놓은 모습이 같이 눈에 들어와서 꽤 인상적이었다. 부부의 아이들도 눈에 보였다. '혹시 전에 오신 적 있으세요?' 부부가 물어보기도 했다. 처음이라도 괜히 익숙한 느낌.. 조금 긴장이 녹는 듯했으나, 이미 컨디션이 최악이라서 어서 그곳을 뜨고 싶은 나였다.
남자들은 전날 밤 과음을 했다고 들었다. '왜, 같이 어울려서 노시지 않고.' 부부가 말했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성격이 못되고, 술도 즐기지 않았다. 추위에 벌벌 떨더라도 혼자 있는 게 마음 편했을 거라 스스로를 위안했다.
오전에 버스를 타고 나오면서 더 이상 그곳은 무서운 곳이 아니긴 했지만,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기장판에 몸을 의지하고 전등불을 다 켜고 있었지만.. 외풍은 심하고 창밖도 깜깜하고 몇 개나 되었던 조명은 전부 그닥 밝지 않아 꽤 힘들었다.
역시 여자 혼자서는 익숙하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그런 곳이 안전한 것 같다. 제주도에는 이렇게 외딴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가급적이면 비추천이다... 정신과 몸이 편안하고 안전한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