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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얽매이지 않고 살기

by 박냥이

잠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방금 먹은 음식들을 부둥켜안고 자기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심히 염려되어, 억지로라도 앉아있다. 타이핑을 하면 덜 졸리려나..

엄마랑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후다닥 오일장에 다녀왔다. 이제 오일장을 보는 방법을 하나 터득했다. '빨리빨리'라는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이 세월아 네월아 멍 때리면서 장을 보는 것이 덜 피곤하더라.

'아따 내 물건 먼저 빨리 주이소'하면 주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그저 지칠 뿐.

바삐 치고 지나가는 이들의 흐름에 적당히 어울려가면서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는 방법.

눈치 없이 시장바닥에서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걸었다가는, 여기저기 부딪치고 욕설을 한 바가지 듣기 십상이니, 그건 자제하고, 어쩌면 목욕탕과 같이, '불가피하게 스마트폰과 떨어진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다려야 하면 멍~ 때리면서, 저 멀리 생선 아저씨가 생선 써는 모양새도 한번 쓱 구경하고~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생각보다 많은 위치에서 생선의 대가리가 툭 잘려지더라.. 몇십 년 된 시장 바닥에, 생선들의 원혼들이 셀 수 없이 떠돌고 있진 않을지.. 우리가 산 고등어 세 마리도 있을지도.

할머니들 뒤뚱뒤뚱 열심히 장 보시는 모습도 구경하고~ 정신없이 사재끼며 발걸음을 서두를 때보다 훨씬 체력이 절약되는 느낌이다. 특히, 오늘같이 몸살 기운 있는 상태에서 장을 봐야 한다면 더욱 이렇게 느긋하게 장보는 것을 추천한다.


엄마랑 길이 엇갈릴 경우 정신없이 들쑤시고 다닐 필요도 없이.. 그저 엄마가 '올만한' 위치에서 멍~때리고 있다 보면 저기 저 멀리, 허우덕거리는 엄마를 먼저 발견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음식을 사는데, 돈을 너무 아끼지 말자. '잘 먹어야' 장도 보고 일도 하는 것이니..

소고기를 '사야 할 경우'에는 주저 없이 사자. 잘 모르는 나 같은 경우에는 그냥 갈비덧살 같은 것도 돈 3만 원 치 사서 구워 먹는다. 소고기처럼 '대충 구워도 되는' 고기도 거의 없다. 얼마나 편한가. 요긴한 단백질원이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숫자 하나하나 중요하고 이것저것 따질 것도 많아서 피곤하게 살았지만, 직장 외의 시간에서는 이렇게 멍~때리면서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허허허허허.

그냥 대충~ 쉽게~ 좀 천천히 사는 거다. 그러면 마트에서 차를 빼고 나올 때, 비좁은 옛날 시내를 차로 들쑤시고 다닐 때에 사고확률도 그만큼 낮아진다. 주유소에서도 기름이 들어가는 순간 멍~때린다. '나 셀프 주유 좀 하는데~ '이번엔 아저씨가 와서 좀 코칭해주신다. 매번 오는 주유소이긴 한데.. 기억은 못하시겠지 뭐..

'기름 좀 있는 갑네예', '아~네, 좀 있었어예' 사실 기름값이 잠시 떨어져서 요샌 한 칸 떨어질 때마다 넣어버리니.. 다시 차에 올라타니, 엄마가 나의 멍청한 말투를 흉내 내면서 놀린다. 늘 그렇듯 '운전한다'라고 가오를 잡으면서 엄마의 놀림을 넘긴다.


허덕거리며 돌아온 모녀는, 갓 사온 쑥떡과 아침에 삶아 놓은 계란, 우유 등등 여러 가지를 불과 몇 분만에 차려서 점심을 해치운다. '낮잠 한 사바리~' 때리고 등산을 어그적어그적 올라가 봐야지.

하루에 두 탕은 힘든 저질 체력, 오늘 저녁 난데없는 사진모임을 잡아놨으니 그전에 체력을 조금 비축해놔야겠다. 솔직히 등산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실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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