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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사용시간 줄이기

습관적으로 보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제하기

by 박냥이

티브이나 모니터/태블릿으로 무엇인가를 시청할 때, 항상 핸드폰을 옆에 두고 조금만 지루해도 핸드폰을 열어 본다. 핸드폰에도 그닥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세상 여행'에도, 항상 일정한 레퍼토리가 있다. 1)카톡-2)인스타그램-3)브런치-4)블로그-5)페이스북...

매번 비슷한 내용의, 이런 것들을 훑어보면서(그나마 브런치는 색다른 컨텐츠가 많고 광고비중이 낮으니 낫다) 티브이의 영상에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한다. 고교 입시가 다 끝나고 스마트폰이 나와서 다행이지, 입시 시절에 스마트폰과 함께였다면 수능에서 더 죽을 쑬 뻔했겠다. 대입 불과 몇 년 후, 스마트폰과 함께한 편입시험에서는, 도서관에 오자마자 핸드폰을 아예 사물함에 넣어놓고 공부를 했었다.


여튼, 이렇게 습관적으로 불필요하게 스마트폰을 켜는 일을 요즘은 '단 몇 분만이라도' 의식적으로 자제해보려고 한다. 제일 편한 집에서는 특히 의식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의 내용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아, 웬만해서는 티브이에서 시끌벅적한 예능프로보다는, 조용한 일상다큐를 즐겨보기에 이런 집중력을 또 십분 발휘하기가 의외로 어렵다. 이미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마치 오래 훈련을 받은 것처럼..

3-4시간 정도의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카톡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하달까.. 솔직히 급한 연락은 대개 전화로 오는 편이고, 그 시간 동안 굳이 카톡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급한 연락은 거의 없는 편이다. 카톡의 알림(빨간 숫자 표시)을 하나하나 다 지워나가는 것이 마치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관심 없는 광고 같은 메시지도 매번 알림을 지워줘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나마 그런 것들은 팝업 알림을 해제해놓긴 해서, 내가 카톡을 들어가지 않는 이상 온 지 안온 지도 모른다.

불과 하루 이틀 부터 티브이를 보면서/노트북을 하면서 동시에 핸드폰을 하는 일을 자제해보려고 하는데, 의외로 눈도 편하고 머리도 더 가벼워지는 것 같더라. 필자는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요즘같이 건조한 날씨에는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을 만큼 안구가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핸드폰을 장시간 써도 마찬가지로 눈이 피로하다. '그 잠깐잠깐의 핸드폰 이용시간'을 의식적으로 없애봤더니 기대했던 것보다 꽤 괜찮. 눈도 덜 피로하고, 티브이 내용에도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재미없게' 흘려보낸 내용들을 집중해서 보니 더 재밌었다. 핸드폰을 끊임없이 뒤져서 찾아 헤매는 무언가보다 더 흥미로웠다.


물론 아직도 아침이면 밤새 쌓인 카톡메시지, 특히 단톡의 메시지가 100개 정도 넘쳐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은 그냥 들어갔다 나오거나 '읽음' 기능을 통해서 한 번에 알림을 지워버리는 편이다.

누가 카톡방 알림 청소 대신 해주면 좋겠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알림들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아예 알림을 없애는 기능 좀 만들어주면 안 되는가.. 특히 하나하나 안 읽어봐도 되는 단체카톡..


비단 티브이를 볼 때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핸드폰에 매여 있는 시간을 차차 줄여보려 한다. 작년 말부터 운전을 시작하면서 대중교통을 상대적으로 덜 이용하고 있는데, 운전할 때는 당연하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핸드폰을 보기보다는 주위 풍경을 감상하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고 한다. 그나마 지루하다면,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너무 특정 영상이나 게시물 같은 것들에 한눈 팔려서 내 앞에 어떤 사람이 있고 지금은 어디쯤 와있는지 간과하면서 살고 싶진 않다. 지하철에서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놓고 앞 옆을 보면 열에 여덟은 핸드폰 삼매경이다.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엄마 아빠 나이대의 분들은 지갑형 케이스를 주로 쓰시더라. 다들 조금은 낡은 케이스로 눈을 게슴츠레 떠가면서 핸드폰 삼매경, 어느 분은 나도 모르는 모바일 게임을 열심히 하고 계시더라.

나의 경우엔 가뜩이나 시력도 안 좋은 마당에, 핸드폰 사용 시간을 더욱더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하게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침투해오지만, 나 스스로 이런 녀석과 맞서서 내 시간과 내 삶을 지킬 수 있어야지, 더 삶을 온전하게 느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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