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십 대 시절에도 편의점에 가면 그닥 '먹을만한 게' 없었다. 올해 서른둘 인 남친이나 즐겨보는 먹방 유투버님만 봐도, 편의점에서 한 끼는 거뜬히 해치우던데.. 나로서는 우후죽순 생겨난 편의점에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잘 가지 않게 된다. 그나마 근처에 마트 같은 게 없을 때 생수, 껌, 티슈 같은 편의용품들을 사러 갈 뿐이다.
정말 급하거나 아껴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외는 산행이나 여행의 아침, 저녁 식사 같은 대충 먹는 경우에는 신라면 작은 컵라면에 전주비빔 삼각김밥을 함께 주로 먹는다. 거기다 치즈맛 소시지까지. 이렇게 먹고 나면 꼭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신라면의 스프를 거의 다 넣고 물을 많이 넣어 먹는 편인데, 그래도 스프에 포함된 나트륨을 거진 다 먹으니.. 이후에 물을 평상시보다 더 많이 먹게 되고, 화장실도 더 자주 가게 된다. 위장도 엄마 밥을 먹었을 경우보다 그리 편하지 않다.
오랜만에 시골집에 왔다. 굳이 따지자면 여긴 아빠(명의의) 집이다. 아빠는 은퇴 후 거의 여기서 시간을 보내시고, 소도시의 본가(굳이 따지자면 엄마집)에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밖에 안 계신다. 엄마는 주로 소도시에서 등산을 다니거나 목욕탕에 다니면서 여가생활을 즐기신다. 예전에는 아빠가 시골 가면 무조건 따라다니셨지만, 연세가 드시고 여기저기 아픈 요즘에는 집에서 쉬고 싶음 쉬신다.
그리고 작년 말에 집안에 차가 한대 더 생기면서, 굳이 아빠를 따라가지 않아도 남은 가족들이 차 한 대를 이용해 아빠가 머물고 있는 시골집에 방문이 가능해졌다. 일주일 정도 혼자 지냈던 아빠는 우리의 방문이 내심 반가운 눈치다. 혼자 아침부터 걸레를 다섯 번이나 빨고, 몇 번이나 내다볼 정도였다 하시는데, 눈치 없는 가족 셋은 점심시간을 훨씬 넘겨 도착했다. 아빠가 좋아하는 봄 도다리회를 포장해서 왔다. 마트에서 빵도 사 왔다. 아빠는 정신없이 드신다. 오랜만에 네 식구가 모여 한참 깔깔거린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엄마랑 쑥을 캐러 나섰다. 오늘도 어제처럼 고온이란다. 날이 덥다. 엄마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양을 캐고 내려와 물을 한 바가지 덮어썼다. 드라이기 없이도 땡볕에 머리가 저절로 마른다. 쑥을 다듬으려니 엄두가 안나는 양이다. 엄마는 집에 가서 하자신다. 엄마가 캔 큰 쑥으로는 쑥떡을 만들 예정이다. 내가 캔 자잘한 것들로는 쑥국을 만들 것 같다. "쑥, 방앗간에 갖다 주면 떼먹는 거 아니가" 괜히 구시렁거리지만 부모님은 그러려니 하신다.
이제 날이 더워져서 그동안 쑥국을 해 먹었지만, 이번엔 쑥떡을 만들어먹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하신다.
쑥캐기 시작
민들레 사진. 계란 프라이 같다.
엄마가 캔 어마어마한 양의 쑥. 쑥떡을 만들 예정.
그동안 쑥을 캐본 적도, 다듬은 적도 없고 엄마가 해주시는 쑥국이나 쑥떡을 주구장창 먹기만 했는데, 작년 말부터 일을 쉬며 여유시간이 꽤 생겼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쑥 캐기, 돈냉이 나물 뜯기, 쑥 다듬기, 파 다듬기 같은 일들도 해보고 있다. 이전에 엄마가 다 해주신 쑥국을 먹었을 때보다 '그 과정의 힘듦'을 알아서 이제는 남기지 않고 먹게 되었달까.
이게.. 식물 다듬기는, 뭔가 한 번에 빨리 해치우려고 하면 힘들어서.. 좀 천천히 생각 없이 하는 게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오늘도 고작, 한일이라고는 쑥 캐기-다듬기, 파 다듬기 뿐이건만.. 같은 자세로 계속 다듬다 보면 꽤 지친다.
만들어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 아녀~ 결국 파를 다듬다가 드러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