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스스로 자르는 이유

삐뚜루빼뚜루

by 박냥이

누군가 필자보고 (예의상이라도) 동안이라고 한다면, 아마 오랜 기간 유지해오고 있는 '앞머리'의 공이 클 것이다. 앞머리는 길이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나 분위기도 달라지게 만든다. 조금만 일정 길이 이상으로 길어버려도 '우중충'해 보이고, 다시 조금 짧게 자르면 인상이 좀 더 밝아 보인다.

아마 앞머리를 가진 여성분이시라면 공감하실 수도 있는 게, 앞머리'만' 자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머지 머리는 '기르고 싶어서' 또는 괜히 손댔다가 (미용사의 재량에 따라) 지금보다 더 짧아지게 되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에 단지 앞머리만 커트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옛날(대학생 시절)만 해도, 미용실에 가서 괜히 주눅 들면서까지(이 정도로 나는 소심하다) '앞머리'만' 자르려고 하는데요' 이렇게 얘기하면 반응은, 예민한 필자가 느끼기에 염색이나 펌 같은 것을 하러 갔을 때와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었다. 미용실이 그닥 바쁘지 않다면, 잠시 기다린 후 바로 앉아 자르게 되는데, 대부분 5~10분 안에 끝난다. 그 길지 않은 과정에서도 미용사와 원하는 길이에 대한 조율의 몇 마디가 오고 가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겨우 몇천원하는데, 이렇게 요구하면 까다롭게 보이진 않을지' 괜한 생각들이 든다. 재빨리 계산을 하고 마치 죄를 지은 듯 후다닥 미용실을 나온다. 염색이나 펌 같은 몇만 원어치의 시술을 받았을 때처럼 느긋하게 미용실에 머물지 못한다.(필자의 성격이 예민한 부분도 있다, 특히 쓸데없이 (정작 아무 생각도 없을) 타인의 시선에 대한 망상을 할 때가 많다)


또 대학생 시절 들렸던 곳은, '바빠서 몇 시간 대기 타셔야 돼요~'라는, (기다리려면 기다리고, 갈 테면 가라는) 싸늘한 대답에 바로 나와버렸다. 하물며 나에게는 대기명단도 건네주지 않아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커트를 할 겸 들린 미용실에서는, 의도치 않은 '비웃음'도 받았다. 위에 적었던 '단지 앞머리 손질을 위해 미용실에 가는 것의 불편함'에 그동안 스스로 앞머리를 손질할 때가 많았다. '양옆의 길이가 좀 더 내려오는 스타일'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아서 일자 형태의 앞머리를 고수하는 편인데,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뱅(?) 형식의 양끝을 더 길게 자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보니 미용사가 내 머리를 보고 실소를 터뜨린 것.. 게다가 자기 혼자 웃고 넘어갔으면 될 일인데, 굳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본인이 잘랐어요?'

이후로,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의 단골 미용실인 그곳에 다시는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쓸데없는 뒤끝)

머리를 자르는 중에도, 계속해서 '일자로 해주세요'라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이 보기 좋은 대로 끝부분이 길게 잘라버린 것이다. '이래야 얼굴이 작아 보여요'라고 하면서..(네, 저 얼굴 큽니다..... 피해의식 x10)

아니, 얼굴이 커 보이 든 작아 보이든 간에, 당사자가 일자형이 관리하기 편하다는데.. 일관된 미용사의 태도에 좀 답답했다.

직모에 가까운 나는, 몇 년간 꼬챙이 빗을 들고 다니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앞머리를 정리할 정도로 앞머리 관리에 민감했다.

지금이야, 늙어서 그런지(?) 바람에 헝클어지든, 대강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손으로 대충 정리해버릴 때도 많지만.. 단지 얼굴이 작아 보이고 보기에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끝부분을 길게 할 경우에.. 고대기나 기타 미용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나는,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앞머리가 (특히 많이 길었을 경우에) 눈두덩이를 찌르는 불편함을 종종 느낀다.


결국, 앞머리가 꽤 많이 길어서 불편하면 나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누구의 눈치도 안 봐도 되니 편하고.. 삐뚤배뚤 엉망이라도 몇 번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앞머리를 자르기 편한 작은 가위도 올리브영에서 구매했다. 경험상, 얼굴이 조금 젖은 상태에서 해야지 잘린 앞머리가 눈에 안 들어가고 피부에 붙어버리기 때문에 나은 것 같고, 안경을 벗고 자르는 것보다 쓰고 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더라. 안경에 붙은 머리카락들은 물로 헹구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안경을 드라이기로 잘 말려준다. 필자는 앞머리를 자를 때 꼬챙이 빗으로 빗어가면서 길이를 맞추는 편이다. 뭐, 위에서 불평하긴 했었지만 미용실에서의 그 얘기를 나에게 전해 들은 엄마도, 양쪽 끝에는 너무 짧게는 자르지 말라해서(역시 큰 내 얼굴..) 이번엔 길이 차를 두고 길게 남겨놓았긴 하나.. 왠지 살짝 거슬려서 추후에 잘라버릴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능은 아니니, 특정 분야는 역시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지만.. 최근 들어 가벼운 염색도 (엄마나 동생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하는 편이다. 물론 아주 밝은 색으로 염색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나, 해보니 짙은 갈색 정도는 나오더라. 브랜드가 괜찮은 염색약값이 1만 원선이니 여러모로 절약도 된다. 그래도 금발이나 황토색에 가까운 밝은 색을 하고 싶으면 미용실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알뜰한 나의 고교 동창은 내가 이렇게 시도해보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 스스로 염색을 했었다. 생각보다 미용실에 들리지 않고 자가에서 염색을 (그것도 꽤나 밝은 색으로)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우리 어무니만 해도, 새치 염색을 오랜 기간 미용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오셨다. 가끔씩 염색약도 채 한통을 다쓰지 않고 아껴둘 정도시니.. 그런 엄마의 알뜰함을 조금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엄마의 뒷머리 염색은 내가 나서서 도와드려야겠다 마음먹었다. 자연스럽게 드문드문 난 흰머리와 한동안 같이 지내시던 엄마는 엊그제, '심심한데 염색이나 해야겠다'라고 하셨고 나도 도왔다. '화공약품이 뭐 짜다리 좋을까~'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염색이 끝나고 샴푸를 하고 나온 엄마의 새까만 머리를 두고, '아따~ 새까매졌다~'라고 깔깔거렸다.

실제로 필자가 전공 공부를 할 때, 한 교수님께서는 '염색은 몸에 안 좋으니 절대 하지 마라'하셨건만.. 나는 펌보다 염색을 더 자주 했었다. 시시때때로 머리색이 바뀔 만큼 그리 자주는 아니나, 몇 년 전에는 거의 탈색모에 가까운 수준으로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후유증(상한 머리..)도 긴 시간 겪었으나, 그 시절의 사진을 보면 참 발랄해 보인달까. 다시 그 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을 정도로.. 하하하.


여자들에게 미용실을 가는 것은 기분전환이라 할까. 비단 여자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어떤 짤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남자들이 '썸'을 타면 대부분 펌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 남자들의 펌에는 곱슬을 안정시켜주는(?) 다운펌도 포함되는 것 같더라. 여튼, 삶에서 가장 편한 순간 중에, '미용실에서 머리 감을 때'라는 얘기가 한두 번 나올 정도로.. 미용실에 가면 그만큼 대우받고 기분전환을 하고 올 수 있다.

그래도, 앞머리'만' 자르러 가면 눈치만 보이고 영 아니더라. 조만간 약 두어달여 뒤의 취직 계획에 얼마 남지 않은 휴식시간 동안, 머리를 좀 색다르게 염색해볼까 궁리 중이지만.. 역시 백수에게 몇만 원어치의 염색 값도 조금 부담이라.. 그냥 그저 그렇게 지나갈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필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금발로 염색하기'였건만.. 하하하. 그때는 아마, 볼빨간사춘기가 유행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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