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감상 시간

설레는, 백수의 월요일 아침

by 박냥이

*영화 클래식, 건축학개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안 보신 분들은 롤백하셔도 됩니다)*


티브이 인간극장을 보고, 아침마당이 할 동안은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탔다. 월요일이지만 그닥 할 것 없이 여유로운 백수는, 오늘따라 문득 뮤직비디오가 보고 싶어졌다. 가끔씩 생각나는, '취미생활'중 하나이다.

제일 처음 본 것은, '노래방에서-장범준'.

버스커버스커 때와 솔로 시절의 장범준의 노래를 거의 다 좋아하는데, 비교적 최근에 나온 '노래방에서'는 다른 노래들(여수밤바다, 벚꼿엔딩, 꽃송이가, 정말로 사랑한다면 등)에 비해 잘 듣지 않았다. 그런데 남동생이 이 노래에 때늦게 '꽂힌 듯'했다.(찾아보니 2019년도 발매곡이다) 이런 (감성 돋는) 노래들은, 잘 만든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면 더 감동이 있다.

마침, '노래방에서'도 뮤직비디오가 있었고, 이제 서른 줄인 나까지 설레게 만드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가사 전달력'을 위해 자막까지 켠 채로 뮤직비디오를 꼼꼼하게 보고 들었다.

여기서 끝내긴 조금 아쉽다.


다음 들은 곡은, '포장마차-황인욱'.

'썸의 시작'을 담은 '노래방에서'와는 달리, '연애의 끝'상태에서 추억 속 설레는 연애의 시작도 부분적으로 들어간 내용이었다. 사실, 황인욱의 노래는 '취하고 싶다'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단순히 가사 내용만으로도 설레는, 두 남녀 간 연애의 시작을 다루고 있기에, 슬프기만 한 이별노래보다는 더 나의 입맛에 맞는 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취하고 싶다'의 경우에는 그럴듯한 뮤직비디오가 없다.

굳이 연결 지어서 보자면, '취하고 싶다' 내용의 연인이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을 하면서 '포장마차'의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매번 들었던 노래들만 기억나는 대로 반복해서 듣는 편이다.

다음 뮤직비디오는, '둘 하나 둘-어반자카파'였다.

좋아하는 배우인 이성경 님이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달콤한 뮤직비디오 상에서 이별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훈남 훈녀의 연애의 시작과, 꿀 떨어지는 여러 연애의 모습들을 다룬다. (자동차에서 손잡고 장난치는 장면들에서는, '운전할 때 저러면 안 되는데..'하고, 괜히 초보운전자의 주제넘은 간섭이 슬 떠오르기도 한다) 하여간 웬만한 달콤한 사랑 뮤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젊은 남녀의 이상적인 연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남녀 배우가 좋아서 이 뮤비는 잊을만하면 꼭 찾아보게 되더라.


보통 유튜브를 보다 보면, 기존 영상 재생 중에 (티브이 상에서는) 아래쪽에 관련된 추천 영상도 뜨는데, '둘하나둘'뮤비를 보고 있으니, 관련 영상으로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어반자카파'뮤직비디오가 떴다. 어반자카파의 노래의 제목은 왠지 기억하기가 힘들지만, 이렇게 활자를 보게 되면, '뭔가 그 노래일 거 같다'랄까.

이것을 틀자, 들어봤던 노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뮤비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한 번 더 집중해서 보았는데, 역시 어반자카파의 뮤비 속은 거의 이별을 맞은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이성경 님이 여자 주인공으로 나와서 좋았다.


이후 두어 개의 영상들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중간에 잘랐고.. 그다음으로 본 것은.. 두 번을 연달아 보았고 추후에 관련 영상에 흠뻑 빠져들어버렸다.

바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자전거 탄 풍경'(영화 클래식 OST).

영화는 아마 2003년도 작이다.(내가 10살 정도.. 되었을 때이다.. 하하) 비교적 최근에 이 영화를 보았는데, 조승우 님(극 중 이름은 잘 기억이..)이 손예진 님을 기다리면서 가로등 불을 켜는 장면이 제일 명장면인 것 같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영화처럼, 뮤비도 그런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담고 있었고, 전체적인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지만 그런 내용들이 노래 가사와 어우러져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었다. 뮤비를 보고 나니 마치 영화를 다시 본 것 같았다. 두어 번 반복해서 보면서, '손예진의 딸이 또 손예진으로 나오니.. 아버지의 유전자가 안 섞여서 다행이네'라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클래식을 보기 전에는, 클래식의 OST인지도 몰랐던, '고백-델리스파이스' 뮤비를 보았다. 역시 영화의 장면과 노래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는 뮤비였다. 영화를 보면서 봤던 '설레는 장면'들의 집합이라 할까.. 영화 중에서 나오는 슬프고 우울한 장면들은 쏙 빼고 만들어 놨으니.. 정말 제대로 나의 취향이었다.

관련 영상에 영화 건축학개론의 여러 노래들이 떴다. '클래식'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다루지만 '건축학개론'의 사랑은, 뭔가 상대적이라도 좀 더 젊을 때 봐서 그런지.. 괜히 가슴 아팠달까.. 그래서 뮤비도 보기가 망설여졌다. 극 중 OST로 나오는, '시간의 습작-전람회'(이렇게 쓰고 확인차 검색해보니 '기억의 습작'이었다... 하하하)가 워낙 명곡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상을 틀었고, 의외로 기억하지 못한 '행복한 장면'들도 많았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영화의 내용이 들어간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김동률'뮤비도 좋았다.

그래도, 만약 오늘 밤 영화를 본다면 건축학개론(2012)보다는 클래식(2003)을 볼 것 같다. 2012년도엔 나는 스무 살이었다. 아마 대학가 근처의 영화관에서 건축학개론을 보았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설 때 약간 찝찝했었던 느낌이 조금 남아있다.(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면에서..)


젊은 이십 대 시절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마흔 살 쉰 살이 넘어서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때는 어떻게 다가올까. 잘 예상이 되지 않는다. 그 시절의 그런 슬픔과 안타까움이 세월 속에 희석되어서,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만 다가오려나.. 한편으로 가슴 깊은 곳이 저릿하며 괜히 설레지는 않을까. 이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보려면, '건축학개론'을 조만간 다시 봐야 할 수도 있겠다.


오랜만의 뮤직비디오 감상은 여기까지. 최근에는 댄스곡의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뮤직비디오가 좀 대세인 것 같은데, 이런 류의 아련하고 감성이 솟는 뮤직비디오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뭐.. 아직까지 연애나 사랑이나, 너무 이것저것 따지면서 계산적이기보다는, 조금은 순수한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땅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시집 장가를 잘 가서 남편 덕 아내 덕 배불리 풍요롭게 먹고사는 것보다는.. 젊은 시절의 설렘이나 썸, 풋풋한 시작 같은 모습을 더 선호하는 것은.. 내가 덜 떨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으나.. 뭐, 세월이 흐르고 살아가며 생각이 닳긴다해도, 이런 느낌을 더 좋아하는 내 마음은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거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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