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말고 살자
그 방에서 바로 나오지 않고 일정기간 망설이면서 머물렀던 것은, 가끔씩 올라오는 유용한 정보들이나 주로 운동 인증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심 나도 자극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번 자고 일어나면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카톡들이 쏟아져있었고, 단지 하나의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하더라도 괜히 성가신 일이었다.
모임을 나갈 때는, 그저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제일 편하다. 그런 행위들이 '유령 회원'으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모임원의 입장이 되어보니, 모임장 입장에서는 답답했던 그런 '유령'들의 행동들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아마 곧, 또 하나의 모임에서 나갈 것 같다. 나는 이미 하고 있는 모임에 만족하기보다, 더 나에게 맞는 모임을 끊임없이 찾으려는 습관이 있다. 무엇 때문인지 이미 하고 있는 모임의 자잘한 특성들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쓸데없이 욕심도 많아서, 이미 벌여논 일을 다 수습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니, 더욱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정리'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사실은 큰 흥미 없이 미온적인 태도로 이어오고 있는 사진모임만 정기적으로 나가기도 벅차다. 그나마 제일 열심히 활동해온 모임이다.
또 하나의 모임은, 등산모임이다. 단지 집 뒷산만 오가는 상황에서 조금 지루함을 느껴 등산모임에 들었지만, 참석하려던 평일 모임은 거의 취소가 되는 상황이 많았고, 단톡은 술자리 이야기들로 나날이 도배가 되어갔다. 그리고 나에게는 조금 무리인 일정의, '일출산행', '야간산행' 같은 마냥 가볍지만 않은 등산 일정만 올라왔다.
아무래도 하루 2-3시간 동안의 가벼운 산행만 즐기는 내게는, 그런 것은 좀 부담이었다. 2박 3일여의 등산 일정이 올라왔을 때는 참석을 고려해보기도 했으나, 문제는 그들과 단 한 번의 활동도 같이 해본 적이 없었던 것. 아무래도 모든 면에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약간 고민의 과정을 거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고, 솔직히 지금 당장 정리해버린다 해도 아쉬움은 없겠지만, 얼굴을 한번 본 적도 없는 그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에 계속해서 시간을 지체한 것도 있다.
정작 그들은 별생각이 없을지언대, 나 혼자 과대망상을 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그건 욕심이다.'라는 뻔한 이야기들을 익히 주워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그런 욕심이 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나만의 소굴로 들어가서 안식을 취하다가, 이내 해야 할 일을 돌아보게 된다. '이게 정작 나에게 필요한 일인지'.
엄마가 라디오의 BJ에게 들으셨다는데, 그 BJ도 자신이 일을 그만두면 그곳이 안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 문제없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 일개 모 임원이었던 내가 모임을 나가버린대도, 그들에게는 금세 잊혀질 일이 될 것이다.
내가 모임장이었을 때도, 아무 얘기 없이 툭 나가버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한 명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물며 돈을 버는 일도 아닌데, 나랑은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있을 필요는 없겠지.
나는 또 나와 맞는 모임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당분간 카톡이 조용할 것 같은데, 이것도 한편으로는 좋다. 이렇게 '적적함의 소중함'도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이다.
모임을 나가는 순간에는, '내가 무슨 죄를 짓는 것 같고', '그들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몰아치지만, 이내 불과 몇 초만에 다 해결하고 나면, 속은 후련하다. 짧거나 길게 마지막 인사를 쓰는 것도 하나의 예의지만, 조용히 물러나는 것에는 그들의 이해를 바란다.
그러면서 나에게 바란다. 분위기에 편하게 녹아들 수 있는 모임을 만날 수 있길. 아마 논알콜로 가야 하나 싶다. 그래도 뭐해, '논알콜'이래서 들어갔더니, 아니더라는 말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