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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01. 2022

수요 없는 공급

내가 부르고 싶고 좋아하는 노래는..

  어제 사진모임 회식 때 간 노래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랜만에 노래방에 다녀왔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남자 일곱, 여자 셋.


  스타트는 영업직을 한다는 한 남자 회원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장범준'이었다.

'아, 내가 부르려고 했는데.' 할 수없이 따라 부르기라도 했다.

그리고 여자 둘이 딱 붙어서 앉아있는 데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다.

아마 무슨 노래를 부를지에 대한 얘기였던 거 같다.

남자들 속에서 '나는 아이유 노래가 좋더라'하는 식의 얘기가 들린다.

이어서, 누군가의 소주한잔(임창정)까지.

내가 내심 생각해둔 목록이 하나하나 없어졌다.

  결국, (그들이 예의상 나에게 챙겨준) 기계로 예약한 첫곡은,

사랑two- 윤도현이었다.

가장 끝자리라 양쪽 끝에 있는 모니터 중 사람이 없는 쪽의 모니터를 보고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의 호응을 기대하기보다는 예전에 갔던 윤도현밴드의 콘서트를 떠올리고 화면 배경으로 나오는, 오래전 사랑two의 무대에 집중했다.

  조금 뒤에 여자들은 트와이스의 TT를 부르며, 뭇남성들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나도 알고 좋아하는 노래라, (예의상) 박수를 쳐주며 마이크 없이 따라 불렀다.


  제목을 '수요 없는 공급'이라 쓴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침착맨, 주호민 버전)

https://youtu.be/xGevsZco2EM

  이 영상은, 잔잔하고 '뭐 하는 건가'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도 적당히 감미롭고 또 재밌는 면도 있다.(사실 필자는 이런 특이한 감성을 꽤 좋아한다.)

비록 그런 (유머스러운) 댓글에도 조회수가 700만 회를 넘었으니, 어쩌면 '수요가 있을지 몰랐던 공급'이었던 것이다.


  여튼, 본래부터 허스키한 목소리에 주로 듣고 부르는 노래들도, 남자들이 선호할만한 노래니..

예를 들면, 1) 소주한잔 -임창정, 2)캔디 -HOT, 3) 벚꽃엔딩 -버스커버스커, 4) 눈의 꽃 -박효신, 5) 활주 -나루토..와 같이..

오히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발랄하거나 애잔한 여성의 노래를 듣고 싶을 수도 있는데, 자신이 불러볼 만한 후보곡만 빼앗아가는 행태로 보일 수도 있겠다.

조금 과장하면, '쟤는 여성스럽지도 않고.. 하는 노래들도.. 뭐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허나, 그들의 입맛이나 취향에 맞춰서 선곡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유의 너랑나, 좋은날, 라일락'같은 노래를 종종 듣기는 하지만 굳이 나서서 부르고 싶진 않았다.(하물며 부를 실력도 안되고..)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렀더니, 타인에 대한 배려는 못되었더라도 스스로는 만족을 한 시간이 되었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여성들의 감정을 담은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보다, 남자들의 감정을 담은 남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더 즐겨 듣고 노래방에서도 후자의 노래를 더 부르고 싶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랩을 못하기는 하지만, '창모의 METEOR'와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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