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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04. 2022

실은 속이 좁은 나..

억지로 아량 넓은 척 굴지 말기

  나에겐 '착한사람'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초등학생 시절부터.. 누구의 눈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그러니 소신껏,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잠시 MBTI얘기를 덧붙이자면, 어제 팔로잉하고 있는 INFP(MBT계정)에서 참 공감 가는 짤을 보았다.

출처 인스타그램 twinkle_infp
이건 댓글이다

  위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즉, 단지 '모두에게 잘 가라는 인사 없이' 가기 위해(=모임 등에서 중간에 도망치기 위해)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이다.

불과 며칠 전 모임에서도, 나는 늦어지는 귀가시간에 시끄러운 노래방 안에서, '어떻게 제시간에 뛰쳐나가지'하고 고민했더랬다. '그냥 지금 노래가 끝났을 즈음 앞으로 나가서 (집이 멀어서 이만 가보겠다 하고) 인사하고 갈까'하다가, 그렇게까지는 자신감이 없으니 그냥 저 멀리 앉아있는 모임장님에게 카톡을 했고, 그가 못 읽으면 전화라도 해야 하나 걱정하던 중, 다행히 그가 스마트워치를 통해 바로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서로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도 타모임원들에겐 아무런 언질 없이 가버리는 게 혼자 생각에는 조금 미안해서, 옆자리 활발한 남자모임원한테도 살짝 인사를 드리려고 했건만 괜히 그에게 이런저런 부담이 되지 싶어서 가만히 있다가,

결국 생각했던 타이밍보다 노래한곡시간이 더 늦춰진 다음에야 신나는 노래에 앞으로 거의 다 나와있는 모임원들 중 모임장을 찾아 간단한 인사를 전했다.

나오는 길, 우물쭈물 마스크 속으로 모임원들을 향한 인사도 했으나 제대로 들은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여튼 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그만큼 불필요하게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단체 카톡 상 누군가의 메시지에 아무도 답이 없는 경우, 내가 애써 답을 해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사실은 나 자신도 남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면도 있어서 괜히 먼저 인사 같은 것을 보냈다가, 무반응일 경우에 받을 스트레스를 (혼자 상상을 하며) 그런 일이 벌어진 상황도 아님에도 지레 걱정하곤 한다.


  한마디로 조금 피곤한 성격이다.

그래도 이제는 겨우 서른이긴 하지만, 나의 이런저런 면에 대해 스스로 조금 알다 보니, '내가 불편해질 상황'을 처음부터 아예 만들지 않거나 피해버린다.

  생각보다, (특히 낯선) 사람들과 나의 유머 코드가 그다지 맞지 않다는 것도 여러 번의 소통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나한테는 어떤 사진이나 짤(이미지/gif파일 등)이 참 재밌지만, 그들에겐 '노잼'일 수 있기에.. 노잼인 것 마저도 이해해주고 대강 넘겨생각해줄 남친이나, 남동생 같은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그런 것들을 굳이 남들과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남친과 남동생에게는 어떤 반응이 오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어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아도 되니 더 편한 것도 있다.

  그리고 타인이 남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올리는 사진이나 영상 등에도, 그런 반응을 (스스로 내키지 않는 이상) 억지로 쥐어짜내면서까지 응답하지 않는다. 특히, 단톡에서는 나 말고도 맞장구 쳐줄 다른 이들도 많다. 만약 내가 답을 쓰더라도 거기서 끝나버리면 더 (기분이) 별로다. 쿨하지 못하고 쓸데없는데 속이 좁은 성격 탓이다.


  그래도 속 좁은 나 자신을 (스스로라도) 잘 다독이며 크고 작은 상처도 되도록 받지 않게 살다 보니, '애써 아량 넓은 척', '남의 어떤 고민에 대해 잘 아는 척' 하지 않게 되고, 혹여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려다가도 '아, 아니다'하고 제동을 걸 수 있게 되었다.

괜히 '(가면을 쓰고) 아닌 척' 굴려다가 한참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


  요샌 나 자신으로 '내가 편한 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

아마, 지금 직장을 쉬고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재정은 빠듯해졌지만) 이런 시간들이 주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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