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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04. 2022

운전 중 Playlist

운전 176일 차

  필자는 초보운전이라서, 아직까지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운전할 수준이 못된다. 하물며 조용한 음악도 가끔 성가실 때가 있다. 운전할 때에는,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피로가 쌓인 장시간/하루 2~3차례 여러 번 하는 운전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몇 개월 전 왕초보시절에는 어떠한 음악도 운전 중에 들을 마음 여유가 없었다.

  제한된 수의 여러 가지 음악을 랜덤으로 돌려가며 듣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현재 '운전'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은 아래의 곡이 다이다.

  세어보니 11곡이다. 이중에 몇 달 전까지 한곡 반복으로 들었던 곡은, 'K.'와 '망각의 호수' 단 두곡 뿐이었다. 게다가 '망각의 호수'는 가사가 없는 음악이다.

여전히 운전에 미숙한 부분이 많고, 경차라서 안전&방어운전이 필수라서 노래를 틀어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듣는 것만큼 편하게 듣지는 못한다.


  'Sisyphus'는,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의 글 덕분에 이번 주에 알게 된 곡인데, 평소에 내가 듣는 음악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뒷좌석의 엄마도 좋아하시는 곡이 되었다.

곡을 알게 된지는 이틀 사흘 정도인데 들은 횟수는 벌써 100번 정도 되지 싶다.

처음 들은 경로인 유튜브로 30번 이상, 멜론으로 71번이니..

멜론엔 이런 것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멜론 광고는 아님..)

  두곡 뿐이었던, '운전 중 한곡 반복 노래'에 한곡이 추가된 것이다. 영어 가사라서 완전하게 이해하고 듣진 못해도 리듬과 간주 부분이 좋아서, 운전이라는 작업이랑 잘 어울리는 노래 같다. 뭔가.. 돌을 굴리는 듯한 노래가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비슷하게 연결된달까.. 특히 울퉁불퉁한 도로를 갈 때엔 한층 더 닮은 느낌이다.


  엊그제 내가 노래방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Sisyphus'를 들으면서, '이런 것 좀 배워서 불러보지~'라고 하셨고 나는,

'에이 엄마 이거는 외국인도 부르기 힘들걸.'하고 대답했다.

뮤직비디오도, 어디서 읽기로는 폭풍우가 지나간 LA에서 찍었다는데 각각의 장면의 의미는 세세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 없이 보기 편하고 듣기 편한 음악이다.

  나의 운전 중 플레이리스트의 곡들도 대부분, 그렇게 귀에 편하게 들리는 노래들이다. 간혹 몸이 힘들 때에 기타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몇 곡이 있긴 하지만..(아마도 '너에게 난'노래 중 전주가, 큰 음량 상에서 그렇게 느껴졌던 듯하다. 이는 쓸데없이 예민한 청각 탓이다..)


  요새는 시끄러운 음악보다, 듣기에 자연스럽고 거북하지 않은 음악이 좋다.

댄스 장르 음악이나 힙합 노래도 가끔 즐겨 듣기는 하는데, 종종 시끄럽게 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조용하고 편한 음악으로 바꿔 듣는다.

  그래도 하루 2시간 이상 운전하면 차 안에 흐르는 어떤 음악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큼 피로해진다. 남은 체력과 집중력을 오롯이 운전에 투자해야 하니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는 성격상, 그럴 때에는 음악을 끄고 조용히 운전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이러한 피로함에는 중고 경차를 타며 견디는 각종 진동과 소음도 한몫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뒤늦게 운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차 덕분이니, 감사한 면이 더 많다.


  가끔 엄마랑 같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고작 운전하는 것에 대한 생색을 내는데, 엄마는 자식들 뒷바라지하신다고 그것보다 몇만 아니, 몇억 배는 더 큰 고생을 하시며 살아오셨는데 까불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엄마를 모시고 이곳저곳 다니는 것은 생색낼 일이 아닌, 당연히 해야 할 일임에도.. 이리 속이 좁다.

  그리고 엄마께 현재 타는 모닝보다 좋은 차를, 어서 빨리 태워드리고 싶다. 차는, 엄마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사고 싶다. 빠르면 내년쯤 가능하려나.

  일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은 무슨 돈이 있어서 차를 좋은 걸 사서 다닐까.'라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월급의 절반을 겨우 저축해도 몇천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에 아파버려서 이전에 넣은 적금의 만기일도 한참 미뤄지기까지 했다.

지금도 잘 모르긴 해도 신차 구입 시 (일시불로 사는 게 싼 것은 알지만) 할부도 있는 것 같고, 부분할 부도 가능한 것 같다. 훗날의 여건에 따라 고려해봐야겠다.

  중고차 사업을 하시는 엄마 지인분은, '사람들이 왜 신차를 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도 하셨지만, 나는 신차를 사는 것이 (건강 회복 후 복귀한 이후) 목표 중 하나이다.

신형차에서 엄마가 뒷좌석에서 신나게 조시는 모습을 백미러로 가만히 지켜보고 싶다.

  차를 살 때에, 그렇다고 자진해서 '카푸어'가 될 정도로 무리하고 싶진 않고 분수에 맞는 (지금보다 더 안전한) 자동차를 사서 엄마를 한결 더 편하게 태워드리고 싶다.

현재의 목표는, G80 같은 건데 뭐 그때보고 되는대로~ 아반떼 혹은 산타페나, 다른 중소형 SUV도 괜찮다 생각한다. 가능하면 높이가 조금 높은 것도 한번 몰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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