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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05. 2022

시장의 간판들

부산 구포시장 나들이

  저녁 6시 반 약속된 장소인 구포시장에 도착했다. 친구는 아직 퇴근길이다. 구포시장은 슬 파장하는 분위기이다. 문을 연 곳 보다 닫은 곳이 더 많다.

번잡할 때는 사람에 치여 제 갈 길 찾기도 바빴는데 파장 중인 시장은 보다 널널하고 낮동안 걷는 중에 못 보고 지나쳤던 것들도 꽤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셔터문을 반쯤 내리고 정리하시는 모습이나, 널브러진 잡동사니들, 마감 특가를 매단 빵가게의 빵들, 술주정을 부리는 아저씨나 할아버지들..

  구포시장 입구의 버스정류장에는 삽시간에 버스 세네 대씩은 기본으로 버스가 휘몰아쳐지나가는, 큰 정류장이다. 친구의 버스를 찾아보니 10분 뒤 도착이지만, 그다음 것을 탔으면 그보다 5-10분쯤 더 걸리지 싶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어제 올렸던 글을 쓰는데 버스의 소음에 조금 산만해져서 이어폰을 꽂았지만, 가뜩이나 두서없이 조잡한 글이, 더 무질서하게 써져버렸다.

무미건조하게 쓴 글을 다 바꿔 쓰긴 힘들어 조금 수정해서 올리고 잠들었다.


  버스정류장에 오기 이전에, 구포시장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원래 운영 중인 시간대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상인들의 시선'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각 가게들의 간판을 구경하면서 지나왔다. 상호명이 너무 길어서 기억하지 못한 것도 있고, 보았지만 몇 시간 후 머릿속에서 휘발되어버린 이름들도 있다.

  그래도, 시장에 간판을 걸고 장사하는 공간에는 다, 저마다의 이름이 있었다. 상상을 조금 보태면, 지금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가게이지만 그 시절에 부모님이 어린 자식의 이름을 넣어 이름 지은 가게도 있을 것이다.


  보통 시장에 가면, BYC나 TRY 같은 속옷브랜드가게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침 엄마께 부탁받은 것이 있어서 속옷 한통을 샀다. 매장 점원은 고민하는 내게, '저희는 BYC 꺼만 갖다 놓고 팔아요.'라고 하며 다소 비싼 가격인걸 납득시키는 듯 말씀하셨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비슷한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파는 집 근처 매장에는 포인트적립이 되었지만, 그곳에는 되지 않는다 했다. 사실 포인트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지만, 괜히 안 된다 하면 살짝 찜찜한 게 포인트며 쿠폰 같은 것들이다.


  엄마는 내가 저번에 사 온 대저짭짤이 토마토가 맛나셨다 했다. 슬쩍 둘러보니, 엄마가 맛있다고 한 모양인, 쭈글쭈글 꼭지부터 주름지고 초록빛도 살짝 섞인 녀석들은 작은 한 박스 10,000~15,000원 정도로 보였다.

다른 모양으로는 붉은빛의 매끈한 녀석이 있다. 두모양의 크기는 비슷하다. 뭐, 이 (매끈한) 녀석도 맛이 나쁘진 않지만,

짭짤이 특유의 (씹었을 때) 확 풍기는 토마토 내음이 있다.

  아마 오늘 부산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 손에 대저짭짤이 한 박스를 사들고 갈 계획이다.

무거우니.. 환승해야 하는 지하철보다는 배차시간이 좀 있지만 곧바로 가는 버스를 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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