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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03. 2022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나들이

역시 마무리는, 목욕탕

  어제 자동차가 꽃가루 범벅이 되었다. 저녁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려서 지붕이 없는 곳에 주차했다면, 꽃가루들이 씻겨 나갈 수도 있었을 건데, 아쉽게도 원래 자주 주차하던 지붕이 있는 구역에 대놓았었다. 그러고 집에 들어오니 그제야 우레가 쳤던 것.


  엄마는 이웃 아주머니가 딸내미랑 울산 국가정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가보라고 추천을 받으셨단다. '그까지 가기엔 차가 작다'라고 하니, '에이 1시간도 안 걸리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가자."

그게 바로 오늘이다.(속전속결; 백수라서 가능하다.)


  어제저녁 세차게 내리던 비는 온데간데없고, 혹시 지붕 밑으로라도 비를 좀 맞아서 깔끔해진 차 외관을 내심 기대했으나.. 비를 거의 맞지 않았는지 '닦아야 할 상태'였다.

원래 출발하기로 한 시간은 오전 10시, 나는 30분 일찍 내려와서 노래를 들으며 차를 닦았다.

대충대충~ 내친김에 엔진오일 확인도 하고..

한 20분여 차를 문지르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구석구석 다 말끔하게는 하지 못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러고 나서 아파트 앞에서 엄마를 태우고 울산으로 향했다.

경차라서 고속도로와 국도 간 시간 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면 국도(무료도로 경로)로 간다.

초행길에 터널을 4개나 지나고, '그냥 고속도로로 갈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힘들었던 1시간여의 운전을 마치고 도착.. 초행길엔 대개 2차선에 있는 것이 여러모로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좌회전해야 한다고 1차선에 너무 일찍 올렸다가 '직진금지 구간'을 맞닥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사람들이 거의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한 5,000보를 내리 걷고, 비비빅을 하나 사 먹었다.

역시 (건강상 이유로 한동안 끊었던) 아이스크림은, 이제 맞지 않는 듯하다.(먹는 동안 하복부가 계속 불편한 느낌이었달까..) 

다음엔 충동적으로 사 먹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자.. 급하게 따듯한 두유를 사 먹으며 한순간의 실수를 만회해보려 했다.

  그리고, 어제 물색해둔 '가자미 찌개' 파는 식당에서 엄마랑 배를 채우고, 원래 알던 (중간에 통도사를 지나는) 국도로 터널구간 없이 돌아왔다. 내비게이션 어플에서 무료도로를 선택하면 시간상 제일 빠른 경로알려주는데 그건 올 던  터널이 많은 경로라 꺼려졌던 것.

고속도로에 비해서는 10~15분 더 걸린다 나와도 그냥 국도로 왔다.

오는 길, 또 계획해놓았던 (자주 오는) 목욕탕에 들렀다.

  이곳은 여탕 내 매점에서 옷가지며 식재료, 과일, 신발 등 잡다한 것을 많이 팔아서 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 엄마는 참기름 한 병을 사셨다. 목욕을 마치고 먼저 나온 내가 엄마의 심부름에 구입을 했는데, 매점 아줌마께서 '우리 집 참기름 먹어봤어? 억수로 꼬숩다'하신다.

'아뇨.. 아, 엄마가 사라 해서.. 허허'

'이대로 부엌에 두고 쓰면 되어~' 하시길래 보니,

200미리 우유곽이 참기름병 밑에 끼여있다.

아마 참기름이 기름지고 쓰다가 밖으로 흐르고 하면, 바닥까지 달라붙거나 더럽혀질까 우유곽을 씌워놓으신 것 같다. 손수 요리를 하시는 주부들의 지혜가 발휘된 순간이라 생각했다. 하물며 목욕탕에서 사람들이 우유도 많이 사먹고, 빈곽도 종종 나오지 않을까.. 이것도 재활용이라면 재활용이겠다.


  우리가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세시간여 전인, 2시 반경이다. 그때엔 탕내에 사람이 없어서, 엄마랑 나는 '사람 없어서 좋다'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4시경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오전반(아줌마들)'이 빠지고 '오후반'이 올 시간이 되었나 보다.

우리가 온 시간은 중간 시간이라 사람이 잠시 없었던 것이다.


  저번에 목욕탕에 왔을 적, 탈의실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아줌마들끼리 중매를 서시는 듯했다.

'... 내가 담에 오면 한번 얘기해볼게'...

 ...'돈 얼마 버는 거 같은 건 서로 연락해서 직접 물어보라 하고.'

같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들'은 잘 되었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엄마한테 말하니, '그래, 목욕탕에서 서로 소개도 하고 그러지'라고 하신다.


  오늘은, 이곳 목욕탕에서는 처음으로 냉탕에 입수해보았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너무 차가워서 실패하고..

열탕에서 열기를 충전해와서 두 번째 도전에 성공했지만..

오래 있지 못할 정도로 추웠다. 그래도 면역이 생긴다면 드넓은 냉탕을 혼자 누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꼬마친구들을 보았는데, 귀여웠다.

자매라서 조금 부럽다. 나도 친언니가 있으면 좋을 텐데..

뭐, 친오빠+남동생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다. 특히, '무거운 짐'을 부탁하기에 좋다.(그 외에는...)

꼬마친구들은 공주님 같은 차림으로 또 탈의실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오늘의 목욕도 끝.

이번 주는 엄마 병원 외래와, 연인과 기념일과, 아버지 생신, 부처님 오신 날까지 예정되어 있다.

간만에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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